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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칼럼] 원시 스포츠 '천렵'에서 배우는 팀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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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칼럼] 원시 스포츠 '천렵'에서 배우는 팀워크

한대규 한전 강남지사 부장이미지 확대보기
한대규 한전 강남지사 부장
필자의 고향은 낙동강이 바다와 만나는 김해평야가 펼쳐진 끝자락인 주촌이다. 깡촌이라 수영장은 아예 없었고, 해운대 해수욕장이란 말은 늘 어린 마음에 동경의 대상이 되었지만 흑백 TV 여름 특집공개방송에서나 볼 수 있었다. 한여름 동네 골목의 뙤약볕에 새까맣게 얼굴이 그을린 모습이 안타까워 작고하신 아버지가 우리 형제들에게 베풀어 주신 유일한 놀이가 족대를 가지고 하천에 가서 물고기를 잡는 피서법이었다. 적당한 방향에 아버지가 족대를 치면 형과 나는 물고기 몰이꾼 역할을 하고 동생은 잡은 물고기를 양동이에 담았다. 한참을 잡으면 미꾸라지, 붕어, 피라미, 납자루 등이 한 양동이 가득 차게 된다.

배를 따고 씻어서 다리 밑에 솥을 걸치고 갖은 양념에 씨래기, 부추, 호박잎, 방아(비린내 제거를 위해 경상도에서 주로 사용하는 강한 향을 내는 일종의 허브종류 식물) 등 각종 채소를 넣고 장작불로 푹 끓인다. 진한 맛의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부자간 둘러 앉아 한 그릇씩 차지하고 이때 반드시 산초가루(제피가루 일종)를 가미해야 경상도식 민물매운탕의 백미가 된다. 생전에 막걸리를 좋아 하셨던 아버지는 “술은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한다”고 하시면서 형, 나, 동생순으로 한잔씩 하사주를 주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이러한 여름에 온 가족이 시골에서 하였던 물고기 잡는 놀이가 고상한 용어로 천렵(川獵)이라는 사실을 한참 후에야 알았다.

필자는 지금도 그 진한 향수와 추억의 맛 때문에 매년 천렵을 간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민사모(민물고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과 7월과 8월말 연천에서 거행되는 하계 생태워크숍 준비로 흥분과 설레는 마음으로(마치 초등학교 시절 소풍날짜 기다리듯이) 달력을 보고 있다. 이 행사의 백미는 전 회원들이 참석하여 조별 경합을 벌이는 천렵대회다. 생소한 독자를 위해서 천렵을 다시 한번 설명하면 강이나 하천에서 여러 사람이 각자 맡은 역할을 나누어 족대(일명 반도)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민물고기를 잡는 원시적인 사냥행위를 말한다. 대개 9명이 한 조를 구성해야 협동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 리더 격인 엽장(獵將)은 고기가 많이 있는 포인터를 정확히 파악하여 물의 흐름에 따라 족대를 치는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한다. 훌치기조(3명)는 수풀 속에 숨어 있는 고기를 빠른 발을 이용하여 족대안으로 몰아넣는 역할을 한다. 방어조(2명)는 족대안으로 들어간 고기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나무 막대기를 이용하여 계속 물보라를 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마지막으로 들치기조(2명)는 엽장의 신호에 따라 고기가 가장 많이 족대속으로 들어 갔을 때 재빨리 족대를 들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통들이(1명)는 수확한 고기를 즉시에 고기 통에 집어 넣는 임무를 맡는다.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조직구성원이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조직효율성이 극대화된다. 천렵과 회사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첫째, 어장과 시장이 결정한다. 즉 천렵의 승패는 먼저 고기가 몰려 있는 황금어장을 찾는 데 달려 있듯이, 회사의 사활은 지속적인 수익창출을 가져오는 틈새시장을 발굴하는 데 있다. 엽장이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하여 포인터를 찾아야 하듯이, 회사 CEO는 예리한 촉으로 레드오션이 아닌 신시장인 스마트오션을 찾아 퍼스트 무버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천렵은 물속에서 엄청난 체력을 소모한다. 체력의 안배가 사기와 어획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엽장은 회사 CEO와 마찬가지로 헛족대질을 하지 않도록 조직구성원을 한 방향으로 정렬을 잘해야 한다.
둘째는 팀워크(teamwork)가 수확을 결정한다. 9명의 천렵조가 일사불란하게 맡은 역할을 실수 없이 수행할 때 월척과 어획량이 증가한다. 아무리 여건(기상, 유수량, 포인터)이 좋아도 조원 중 누구 한명이라도 프리라이더가 생기면 허탕이듯이 회사에서도 CEO가 팀워크의 누수가 생기기 않도록 팀원들의 업무분장, 적재적소 배치, 유기적인 협업체제 등 꼼꼼히 챙겨야 성과달성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의 조직이 조금이라도 삐걱거리는 잡음이 난다면 지체 없이 단합차원에서 이번 여름에 연천이나 홍천에 천렵이벤트 행사를 통해 팀워크를 다지고 멋진 문화체험을 하는 깜짝쇼를 권하고 싶다.
한대규 한전 강남지사 부장(전 인재개발원 책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