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를 따고 씻어서 다리 밑에 솥을 걸치고 갖은 양념에 씨래기, 부추, 호박잎, 방아(비린내 제거를 위해 경상도에서 주로 사용하는 강한 향을 내는 일종의 허브종류 식물) 등 각종 채소를 넣고 장작불로 푹 끓인다. 진한 맛의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부자간 둘러 앉아 한 그릇씩 차지하고 이때 반드시 산초가루(제피가루 일종)를 가미해야 경상도식 민물매운탕의 백미가 된다. 생전에 막걸리를 좋아 하셨던 아버지는 “술은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한다”고 하시면서 형, 나, 동생순으로 한잔씩 하사주를 주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이러한 여름에 온 가족이 시골에서 하였던 물고기 잡는 놀이가 고상한 용어로 천렵(川獵)이라는 사실을 한참 후에야 알았다.
필자는 지금도 그 진한 향수와 추억의 맛 때문에 매년 천렵을 간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민사모(민물고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과 7월과 8월말 연천에서 거행되는 하계 생태워크숍 준비로 흥분과 설레는 마음으로(마치 초등학교 시절 소풍날짜 기다리듯이) 달력을 보고 있다. 이 행사의 백미는 전 회원들이 참석하여 조별 경합을 벌이는 천렵대회다. 생소한 독자를 위해서 천렵을 다시 한번 설명하면 강이나 하천에서 여러 사람이 각자 맡은 역할을 나누어 족대(일명 반도)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민물고기를 잡는 원시적인 사냥행위를 말한다. 대개 9명이 한 조를 구성해야 협동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 리더 격인 엽장(獵將)은 고기가 많이 있는 포인터를 정확히 파악하여 물의 흐름에 따라 족대를 치는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한다. 훌치기조(3명)는 수풀 속에 숨어 있는 고기를 빠른 발을 이용하여 족대안으로 몰아넣는 역할을 한다. 방어조(2명)는 족대안으로 들어간 고기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나무 막대기를 이용하여 계속 물보라를 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마지막으로 들치기조(2명)는 엽장의 신호에 따라 고기가 가장 많이 족대속으로 들어 갔을 때 재빨리 족대를 들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통들이(1명)는 수확한 고기를 즉시에 고기 통에 집어 넣는 임무를 맡는다.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조직구성원이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조직효율성이 극대화된다. 천렵과 회사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첫째, 어장과 시장이 결정한다. 즉 천렵의 승패는 먼저 고기가 몰려 있는 황금어장을 찾는 데 달려 있듯이, 회사의 사활은 지속적인 수익창출을 가져오는 틈새시장을 발굴하는 데 있다. 엽장이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하여 포인터를 찾아야 하듯이, 회사 CEO는 예리한 촉으로 레드오션이 아닌 신시장인 스마트오션을 찾아 퍼스트 무버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천렵은 물속에서 엄청난 체력을 소모한다. 체력의 안배가 사기와 어획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엽장은 회사 CEO와 마찬가지로 헛족대질을 하지 않도록 조직구성원을 한 방향으로 정렬을 잘해야 한다.
한대규 한전 강남지사 부장(전 인재개발원 책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