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미국 뉴욕증시에서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나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 일각에서는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을 경기침체의 시그널로 보고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경기 침체가 온다는 주장이다. 또 한국 외환시장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역전이 원화환율의 폭등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0년물은 장기 채권인 만큼 주로 경기전망에 따라 움직인다. 앞으로 경기가 좋을것으로 예측되면 주식 등 위험 자산 수요가 늘고 채권 등 안전자산의 수요가 줄어든다. 채권을 사겠다는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수요공급원리에 따라 채권가격이 떨어진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그 반대관계에 있는 채권금리는 오른다. 그 반대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면 채권 가격이 오르고 금리가 떨어진다. 채권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경기에 대한 비관록이 커지면 10년물에 대한 매수세가 집중된다. 이 과정에서 10년물 금리가 2년물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간혹 벌어진다.
통상적으로 금리는 기간에 비례한다. 금융상품의 다른 조건이 똑 같고 상환 기간에만 차이가 날 경우 오랫동안 빌리고 빌려주는 장기 금융 상품의 금리가 더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상환기간이 길면 길수록 그 만큼 돈의 기회비용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금리란 한마디로 정의하면 "돈의 기회비용"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쓸 수 있는 돈을 다른 사람에 빌려줄 때 그 기간만큼 돈을 사용할 수 없다. 일정기간 돈의 사용을 포기하는 댓가로 받는 반대급부가 바로 금리인 셈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유동성 프리미엄 또는 유동성의 포기의 댓가라고 부른다. 장기 채권은 단기 채권에 비해 그 기간 차이 만큼 유동성의 포기 댓가가 클 수 밖에 없다. 장기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더 높은 이유이다.
장기 채권은 단기채권에 비해 기간이 긴 만큼 빌려준 자금의 안전한 상환 가능성 면에서도 떨어진다. 그 차이를 금리로써 보상하게 된다. 이 유동성 리스크 차이도 금리 차이로 나타난다. 유동성리스크 측면에서도 장기채권의 금리가 단기채권보다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요즈음 뉴욕증시에서는 이런 통념들이 무너지고 있다. 오히려 단기 채권의 금리가 장기 채권의 금리보다 더 높게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조만간 불안이 닥칠 전조” 또는 “시장에 공포를 드리우는 지표” 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스태그 플레이션의 징조 또는 곧 경제공황이 올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경기침체 신호일까?
요즘 세계 경제는 인플레가 가장 큰 현안이다.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제활동이 빠르게 재개되면서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 미국 연준 즉 FOMC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여기에 우크라 변수까지 터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인플레가 더 심각해진것이다. 에너지와 곡물 생산 비중이 유난히 높은 두 나라가 전쟁에 휩싸이면서 안 그래도 심각한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요인들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단기 금리가 급등했다.
급기야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까지 발생한 것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불황으로 반드시 이어진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 다만 그간의 역사를 돌아보면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한 후 불황이 온 적이 많다는 ‘경험칙’이 있을 뿐이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한미 금리 역전보다 우리나라의 물가와 경기침체 그리고 가계부채 상황 등을 우선적으로 감안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 최근 원달러환율의 상승도 한미간 금리역전 보다는 유럽 위기에 따른 달러 강세의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리격차를 지나치게 의식한 급격한 금리인상이 "샤워실의 바보" 우를 낳을 수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