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한국 프로야구 단상(斷想)

공유
0

한국 프로야구 단상(斷想)

임실근 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장
임실근 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장

필자는 스포츠에서 야구와 유도 경기를 즐겨 본다. 야구는 손을 많이 쓰고, 유도는 손과 발 그리고 허리를 주로 쓴다는 차이가 있다. 야구가 정적(靜的)이면 유도는 동적(動的)인 운동이다. 지금 유도를 포기하고 야구를 좋아하는 것은 나이보다 유전자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경향은 김응룡, 강병철, 최동원, 추신수, 이대호 등 부산 대표 선수들도 있지만, 형님께서 고교 시절 투수와 타자를 했기에 매번 경기가 열릴 때면, 아버지는 나의 손을 잡고 열렬하게 응원하던 추억들과 학창 시절 부모님에게 꾸중을 들으면서도, 공부보다 매트 위에서 뒹굴었던 시절이 존재하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야구가 우리나라에 최초로 도입된 것은 1905년으로, 미국인 선교사 질레트(P. L. Gillett)가 황성기독청년회(대한YMCA) 회원들에게 야구를 가르친 것이 그 시초이다. 프로야구는 1982년에 시작된 이후 40년간 양과 질에서 성장을 이어왔다.

올해 초 주목을 받는 야구 소식은 단연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전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결승전이었다. 경기 결과, 일본 야구대표팀이 미국을 누르고 WBC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최다 우승국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했고, 한국은 예선전에서 2승 2패로 탈락하면서 결과적으로 본선에도 오르지 못하는 3등급 야구로 추락했다.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은 경험은 부족하지만 강한 정신력과 젊은 패기로 뜻밖의 성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충격이었다. B조에 편성된 한국 야구대표팀은 첫판 호주전에서 믿었던 투수들이 차례로 홈런을 맞고 대량 실점하는 등 홈런 세 방으로 재역전패하면서, 1라운드에서 탈락할 위기에 몰렸다.

다음 날 열린 '운명의 한·일전'에서 한국은 '2015 WBSC 프리미어12' 4강 한·일전 대역전 드라마는 쓰지도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또 참패를 당했다. 한국은 탁월한 집중력과 투지보다는 일관되게 풀이 죽어 있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일본은 승리를 직감한 듯, 주전 선수들을 빼고 게임을 진행하는 상황에서도 한국 선수들은 끝내 유리한 경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결국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일본 야구는 마지막 결승전까지 치고받고 던지는 과정에서 한 번도 패배하지 않고 7전 전승으로 우승국의 면모를 보이는 등 어느 때보다 막강했다. 특히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는 박빙의 승부에서 강속구와 낙차 큰 변화구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 결국 대회 MVP까지도 손에 쥐었다. 반면, 한국 야구는 무엇에 정신이 팔렸는지, 심판의 판정과 운동장 분위기에 눌렸던 것인지는 몰라도, 벤치의 작전과 선수들의 경기 내용이 지루하고 답답한 모습들을 보이면서, 단순한 아쉬움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 야구는 선수들의 대우와 주변 환경은 엄청나게 좋아졌지만, 학교 폭력, 음주운전, 성추문, 상금 횡령, 심판 자질, 권위 의식, 외국인 차별, 고무줄 징계 등 다양한 논란들이 있었다. 하지만 봄이 되면 암울한 분위기에서도 프로야구 시즌은 언제나 막이 오른다. 그러나 올 2023 프로야구가 개막된 후에도 팬들은 WBC 실망과 허탈감에 이어, 품위를 망각한 엄청난 일탈 행위와 악재가 계속되면서 어떤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다.

롯데 유망주 투수였던 서 모 선수가 '미성년자 상대 범법행위'로 구단에서 방출된 사건이 있었다. 체력은 좋았지만 뭔가 집중력이 부족한 선수였다. 구단과 감독, 부모가 선수 개개인의 사적 생활까지 일일이 관리 감독을 수행할 수는 없겠지만, 수많은 팬의 응원과 자신의 노력으로 프로선수에까지 오른 자가 현역에서 물러나면서, 필자의 마음도 무거웠다.

KIA 타이거즈 장 모 단장이 일으킨, 선수와의 FA 협상에서 뒷돈을 요구한 의혹은 사건의 본질을 달리한다. 관련 증거까지 터져 나오는 '쓰나미 비보'로 인해 허구연 KBO 총재가 내건 ‘클린 야구’마저 무색해지는 등 프로야구판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한국 야구는 과거처럼 눈물을 먹고 야구를 하던 모습들은 오래전에 사라지고, 이제 돈과 부모의 헌신이 없으면 야구를 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따라서 과거 선배들이 배우고 가슴에 두었던 겸손함과 희생, 자기 성찰보다는, 개인의 야망과 주장들이 우선되는 야박한 세상으로 변질되어, 스포츠맨 정신이 무너지고 말았다.

한국 프로야구는 코로나 비대면 사회에서도 발전해 왔고, 올 개막전에도 팬들이 삼삼오오 구름처럼 운집하여 경기장을 메웠다. 이제 한국 야구는 국민적인 격려를 받으면서, 반성은 물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문무양도(文武兩道)' 정신으로 2026년 WBC 본선을 위해 준비하고 또 실천하여 국민 여망에 부응해야 한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