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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통신의 독립성을 지켜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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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통신의 독립성을 지켜줘야

지난해 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배우 이성민)은 정치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드라마에서 직접 배경을 설명하진 않고 있지만 군부독재 시절 정권에 의해 회사가 좌지우지되고 고초를 겪은 것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자금을 요구하는 것은 군부독재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는 비단 드라마만의 설정은 아니다. 기업을 압박해 정치자금을 받아내는 사례는 먼 과거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대부분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는 적발돼 처벌을 받는다. 다만 어떤 업계에서는 기업이 외부 세력에 의해 휘둘리는 사례가 현재 진행형이다. 통신업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통신'은 국가 기간사업인 만큼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특히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인 만큼 통신사업자와 정부는 긴밀하게 소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KT에 대한 일련의 사태는 이런 맥락에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에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정부와 기업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수준이 아닌, 군부독재 시절 경영 개입을 떠올리게 한다.

대표이사 후보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도 이는 주주들끼리 판단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다. 적어도 주주가 아닌 사람이 개입해 경영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올바른 기업의 모습이라 보기 어렵다.

KT는 결국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주가는 올해 초 대비 8000원 가량 추락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KT 이사회에, 누군가는 정치권에 묻고 있다.
책임을 따지기 복잡할 때는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말하면 편하다. 일단 KT 이사회와 정치권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말해보자. 어떤 그림이었든 KT 이사회는 책임을 지고 재선임을 포기했다.

아무래도 정치권은 KT의 위기에 책임을 지지 않을 것 같다. KT는 이미 20년 전 민영화를 마친 민간기업이지만, 유난히 정치권과 안 좋게 얽히는 사례가 많다. 이래서 진양철 회장이 정치를 싫어한 모양이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