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의 인도네시아행 소식이 들렸다. 앞서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KF-21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가 개발비 8조8000억원 중 20%인 약 1조7000억원을 2026년까지 부담한다는 조건이다. KF-21의 분담금 문제 해결을 위해 출국했다는 방위사업청의 설명에 기자는 물밑 협상 가능성을 조심스레 추측했다. 통상 실무진과 세부 협상 후 대외적인 발표를 위해 고위급 인사가 만남을 갖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거꾸로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국내 기술로 KF-21을 개발했고 관련 기술도 보유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것은 우리다. 인도네시아는 지불할 돈이 없다고 하면서 미국의 F-15EX 구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신뢰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분담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위사업청의 전략 다변화가 필요하다. 인도네시아 말대로 실제로 대금이 부족하다면 현물로 분담금을 받을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 매장량 전 세계 1위 국가로도 유명하다. 이 방법도 불가능하다면 다른 국가와의 협력도 생각해볼 만한 옵션이다. 정부는 부인했지만 아랍에미리트(UAE)나 폴란드가 KF-21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신뢰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인도네시아와의 의리는 이제 내려놓을 때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