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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활개치는 되팔이꾼에 멍든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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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활개치는 되팔이꾼에 멍든 연말

유통경제부 송수연 기자
유통경제부 송수연 기자
“사정상 못 가게 되어 양도합니다.”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을 비롯한 온라인상에서는 이 같은 되팔이꾼들의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두고 수요가 급증하는 호텔, 고급 레스토랑을 비롯해 한정판 케이크까지 예약이 어려운 상품을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는 이들로 애꿎은 소비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되팔 때 얹는 웃돈은 정상가보다 2배를 더 받는 경우도 허다했다. 지난 23일 대전 중구에 있는 성심당 본점에서 판매한 성탄절 한정판 케이크 정상가는 4만3000원이었지만 10만원에 되판다는 게시물이 올라왔고 실제 거래로도 이어졌다. 해당 케이크는 구매까지 7시간 대기를 해야 할 만큼 인기인 상품이라는 점에서 ‘수고비’ 명목으로 2배 가까운 차익을 챙겼다.

유명 호텔 숙박권도 이 기간 되팔이꾼들의 표적이 된다. 친구·연인과 즐기는 ‘호캉스’ 수요에 객실 예약이 어렵다는 점을 노려 미리 객실을 선점한 후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평소에도 예약이 어려운 고급 레스토랑과 뷔페도 마찬가지다. 되팔이꾼들의 용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실수요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순수하게 한정판 상품과 호캉스를 즐기려는 소비자들은 구매 경쟁에 밀려 '울며 겨자 먹기'로 되팔이 제품을 사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탓이다. 이 같은 전문 되팔이꾼들은 한정된 기회와 기간을 장사의 수단으로 여긴다.

일종의 재테크 목적을 가진 이들은 일부 인기 상품을 사재기하듯 구매한 뒤 폭리를 취해 건전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법적으로 제재할 방안이 존재하지 않아 소비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직장인 지모(37세)씨는 “계획적으로 리셀(재판매)하는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대란이 부추겨지는 것 같다”며 “이들 때문에 올해 겨울 계획이 다 틀어져 버린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온라인상에서 되팔이꾼이 활개를 치면서 소비자들의 이 같은 ‘리셀’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 누리꾼은 “요즘은 SNS에서 인기만 있으면 전부 되팔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같다”며 “요즘은 이런 게 약간의 문화처럼 자리 잡아 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덕분에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리셀 붐’을 타고 암표상을 자처하는 분위기다. 큰 노력 없이도 용돈을 벌 수 있어서다. 실제로 연말연시에 이뤄지는 콘서트와 공연의 입장권을 PC방 등에서 빠르게 선점해 정상가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만연한 리셀 문화에 청소년들은 이 같은 행위 자체를 큰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 2항에 따라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해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암표를 판매한 사람만 처벌받을 수 있는데, 이를 온라인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등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과도한 리셀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인식과 실제 수요자의 구매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변화한 사회 흐름에 맞춰 관련 법적·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기를 소망한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