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성 증권은 금융회사 자본 규제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무증권이다. 발행 조건에 따라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으로 나뉜다.
이 중 신종자본증권은 국제회계기준(IFRS)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후순위채와 달리 만기나 이자 지급 조건 등을 발행자 맘대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성 증권 발행을 통해 자구(自救) 노력 없이 쉽게 자본금을 늘릴 수 있는 구조다. 이를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이 바로 보험과 증권사 등이다. 자본 규제에 대응하고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은행과 지주사의 자본성 증권 발행액은 8조3000억 원이고, 보험·증권 등 비은행 금융사의 발행액은 13조5000억 원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자본성 증권 잔액도 지난해 기준 98조8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자본성 증권의 발행 구조에 있다.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영구 또는 연장 가능한 30년 만기에 5년 콜옵션 조건으로 발행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통상 첫 콜옵션 행사 기일인 5년을 만기로 여긴다. 영구채라고 쓰여 있지만 5년물로 읽히는 이유다.
5년마다 콜옵션 행사 여부와 차환 발행 부담을 떠안아야 하다 보니 위험 노출로 인한 자본의 질적 저하를 심화시킬 우려도 배제하기 힘들다.
올해 만기나 조기상환 시점이 도래하는 자본성 증권은 12조6000억 원이다. 은행이 5조2000억 원이고, 금융지주(4조6000억 원)·보험(1조2000억 원)·증권(9000억 원)·할부 리스(6000억 원) 등이다.
보험업계의 경우 내년까지 상환할 자본성 증권이 3조8000억 원 규모다. 롯데손보의 콜옵션 행사 불발 사태 이후 업계에 위기감도 커진 모양새다.
고객의 보험금 청구에 대비하기 위한 자본 확충을 질 낮은 자본성 증권으로 돌려막아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