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과거 골목상권은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주민들이 서로 소식을 나누고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는 생활 인프라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따라서 상권이 무너진다는 것은 단순한 폐업 증가가 아니라 지역의 활력과 공동체 기능이 함께 약화한다는 의미이다.
정부는 지난 10여 년 동안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 정책자금과 특례 보증, 경영개선 사업 등 수많은 대책이 시행됐다. 그러나 상인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지원사업은 늘어났지만, 폐업률과 매출 부진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소유통물류센터와 나들가게 사업은 많은 기대를 받았다. 공동구매와 물류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점주들은 원가 절감 효과를 크게 느끼지 못했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제한적이었다. 정책은 있었지만 생존 구조를 바꾸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필자는 문제의 핵심은 예산 규모보다 정책 설계 방식에 있다고 본다. 소비자는 가격과 편의성을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일부 정책은 여전히 과거 유통 환경을 전제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는데 정책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현실과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정책 평가지표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사업 참여 인원이나 예산 집행률은 쉽게 측정되지만, 실제 매출 증가와 점포 생존율은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장사가 되는 환경이며 정책도 결과 중심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현장에서는 “가게는 어려운데 보고서는 성공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마저도 들린다. 물론 모든 사업이 실패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정책이라면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성과가 부족한 사업은 그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해야 하며 실패를 인정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지난 10년 유통 시장은 빠르게 변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을 제공하고 소비자는 스마트폰 하나로 최저가를 비교한다. 편의점은 생활권 깊숙이 들어왔다. 반면 동네 슈퍼는 가격과 상품 구성, 물류 경쟁력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으며,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필자는 공공기관과 행정조직의 전문성 문제도 함께 제기한다. 순환보직 중심 구조에서는 특정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경험을 축적하기 어렵다. 정책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방향이 달라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지속이 가능한 정책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키우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
동네 슈퍼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형마트를 따라가기보다 지역 밀착형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 고령층 배송 서비스와 생활 편의 지원, 지역 커뮤니티 기능 강화는 온라인 플랫폼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정책도 이런 차별화 전략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결국 골목상권 문제는 경제 정책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다. 장관과 공공기관 수장들이 기존 공무원 조직의 관성과 관행을 뛰어넘지 못한다면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회의와 간담회가 많아도 성과가 없다면 정책에 대한 신뢰는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다.
골목상권은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생활 인프라이자 공동체의 기반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원금 확대보다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과 실행력 있는 정치 리더십이다. 과거 방식이 반복된다면 세금이 계속 투입돼도 빈 점포는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