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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마친 행동주의 펀드…"졌지만 잘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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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마친 행동주의 펀드…"졌지만 잘 싸웠다"

"표결 상관없이 충분한 성과 보여"
JB금융지주 제10기 정기주주총회 현장. 사진=김보관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JB금융지주 제10기 정기주주총회 현장. 사진=김보관 기자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막을 내리며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던 주주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일단락됐다.

이번 분기 주주 행동주의는 대부분 주총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주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데에 활동한 의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 제안을 낸 주요 기업 가운데 대다수는 사측의 승리로 끝이 났다.

앞서 ▲안다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차파트너스자산운용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은 국내 주요 기업들을 상대로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였다.
안다와 FCP는 KT&G 이사회와의 대결 끝에 쓴잔을 들이켰다.

주총 안건으로 안다는 주당 7867원, FCP는 1만원의 배당을 요구했으나 사측의 추천안인 주당 5000원 배당안이 가결됐다.

안다가 요구한 사외이사 증원과 FCP가 요구한 자사주 소각 및 취득 안건 역시 무산됐다.

주총에 앞서 펀드가 주장한 인삼공사 분리상장은 안건으로 채택되지도 못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와 공방을 벌였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1월 KB·신한·하나·우리·DGB·BNK·JB금융 등 총 7개 금융지주 상장사에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이 중 JB금융지주만이 펀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대립이 이어졌으나 주당 900원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건 등이 모두 부결됐다.

트러스톤의 싸움도 사측이 주도권을 잡았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에 주당 1만원 배당, 액면 분할, 자사주 매입 등 안건을 상정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BYC 측에 제안한 배당확대 등의 안건 또한 부결됐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에 승기가 기운 경우도 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SM엔터테인먼트 사례가 대표적이다.

SM 주총에서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지지한 이사진 선임안이 가결됐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의 경영권 분쟁을 촉발하며 행동주의 펀드의 성공적인 일례로 남았다.

차파트너스와 남양유업도 마찬가지다.

남양유업 주총에서는 차파트너스가 추천한 감사위원이 선임되면서 소액주주들의 지지가 입증됐다.

이번 주총에서는 대부분 기업 측의 안건이 통과되었지만, 주주 행동주의 활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관련 캠페인이 2~3년간 이어지며 결실을 거두는 경우도 있는데다 여전히 저평가된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코스피 기업 중 주가순자산비율(PBR) 1 미만인 기업은 3분의 2가 넘는다.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주요국 증시에서 비교할 만한 나라는 일본뿐이다.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을 통해 주주들의 목소리가 대변되며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는 시각도 있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주 행동주의는 관련한 회사뿐만 아니라 관련하지 않은 회사도 언제든지 주주 가치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면 이에 행동주의 펀드가 개입할 수 있다는 긴장감을 준다"며 "행동주의가 전체적인 지배구조나 주주가치 제고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은 외국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표결에서 졌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의견을 내고 긴장감을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충분한 성과를 냈다"며 "향후 지속적으로 이사회에 의견을 표명하고 계속해서 캠페인을 펼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권 연구위원은 "주주 행동주의 펀드가 앞으로 더 강력한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정책보다는 사업의 장기적인 수익성이나 발전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대안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이사회 참여 등이 요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보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eepi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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