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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통화정책 변화 암시”…'6월 금리 인하'는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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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통화정책 변화 암시”…'6월 금리 인하'는 불투명

윌러 이사, 단기채 비중 확대 강조…글로벌 증시 화답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인플레이션 2%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확신이 필요하다면서도 그 시기가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장은 화답했고 전문가들은 오는 6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인플레이션 2%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확신이 필요하다"면서도 "그 시기가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장은 화답했고 전문가들은 오는 6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의 “금리 인하 시점이 머지 않았다”는 발언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증시가 화답했다. 앞서 크리스토퍼 윌러 연준 이사가 “단기채 비중 확대”를 강조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기준금리 결정에 앞서 연준 자산구성에 변화가 따르기 때문이다. 다만 연준은 ‘모호한 발언’을 통해 여타 선택지를 열어두는 만큼 ‘6월 기준금리 인하’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10일 외신과 해외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준(Fed) 의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 가능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멀지 않은 시점(not far from it)”이라고 언급하자 당일 뉴욕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파월 의장은 전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했지만 이날은 ‘not far’를 언급하지 않았다.

통화정책 보고는 1년에 두 차례 상·하원에서 열린다. 새로운 입장을 밝히기보다 기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입장을 공식 전달하는 자리다. 따라서 첫 날에 없었던 ‘not far’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며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었다.

이에 앞서 크리스토퍼 윌러 연준 이사는 한 가지 흥미로운 발언을 했다. 윌러 이사는 “연준의 국채보유가 단기 국채로 더 많이 전환되는 것을 보고 싶다”며 “금융위기 전 연준은 포트폴리오의 3분의 1정도를 단기재정증권(T-bills)으로 보유했는데 지금은 국채 보유 중 5% 미만, 전체 증권 보유에서는 3%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 안에 단기채 비중을 늘리는 방법은 장기채를 팔아 매수하는 역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다. 현재 미국채 금리는 단기물이 장기물 대비 높다. 상대적으로 단기물이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며 향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평가이익이 늘게 된다.

연준은 미국의 중앙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주주들에게 일부 배당을 하는 등 특수한 형태로 구성돼 있다. 막대한 이익은 추구하지 않더라도 보유자산들에 대한 손실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말은 통화정책이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연준의 자산구성 변화를 보면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일부 가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준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단기채를 중심으로 자산을 급격히 늘렸다. 연준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시점은 2022년 3월부터다. 이전까지 시장에서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논하며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금리가 상승하면 단기물보다는 장기물 채권 가격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한다. 이전과 달리 단기물 비중이 높았던 연준은 금리 상승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자산구성을 만들어 놓았던 셈이다. 실제로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 자산구성을 언급하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쳤다.

그렇게 연준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장기물은 축소하지 않았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장기물 채권가격 상승폭이 더 높아진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앞서 언급한 단기채 금리가 장기채 금리보다 높다는 점이다.

통상 단기채는 기준금리에, 장기채는 경기전망에 영향을 받는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때 단기채를 중심으로 자산을 구성해야 금리 결정을 통한 시장 통제력이 강화된다. 또 상대적으로 높은 단기채 금리를 낮춰 장단기 금리스프레드(미국채 10년물-2년물 금리)를 플러스(+)로 돌릴 수 있다.

연준은 경기전망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 중 하나인 장단기 금리스프레드에도 민감하다. 금리 인하 시 장단기 금리스프레드가 플러스로 돌아서면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가 침체보다는 안정적 성장을 보일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있다. 이 때 연준의 장기채 매도 혹은 매입 제한에도 금리 충격은 제한될 수 있는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연준 의장을 역임하던 시절에도 단기채를 중심으로 자산을 급격히 늘리거나 줄인 후 통화정책에 변화를 줬다”며 “윌러 이사의 발언 이후 파월 의장 발언을 보면 내부적으로는 기준금리 인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으며 단기채 비중 변화가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준은 모호한 발언을 통해 여타 선택지를 열어두기 때문에 시장에서 나오는 ‘6월 기준금리 인하’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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