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3 12:10
2월이다. 2021년 새해는 희망보다는 절망이, 기대보다는 체념이, 기쁨보다는 우울이 안개처럼 멀어진 사람과 사람 사이를 떠돌며 답답하게 시작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겨울은 눈도 잦고 한파가 맹위를 떨쳐 가뜩이나 지친 사람들의 마음마저 꽁꽁 얼어붙게 했다. 우리가 이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려 만용을 부리기보다 어떻게든 견뎌내려 애쓰는 동안에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2월에 다다른 것이다. 2월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입춘(2월 4일)이 들어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입춘(立春)은 문자 그대로 봄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혹한의 겨울을 견디느라 잔뜩 움츠렸던 마음속의 봄이 비로소 기지개를 켜는 출발점이 바로 입춘이다.2021.01.27 11:05
바람결이 부드럽다. 며칠 전만 해도 살을 에는 듯한 냉기가 서려있었는데 애인의 손길처럼 부드러워 바람이 스친 나뭇가지들이 당장 꽃망울을 터뜨릴 것만 같다. 이렇게 좋은 날, 집안 구석에 틀어박혀 지내기엔 몸이 근질거려 무작정 집을 나서 북한산을 향했다. 등산로 입구엔 포근한 날씨 탓인지 제법 등산객들로 북적였다.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산을 향해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등산은 글자 그대로 산을 '오르는' 것이지만 숲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굳이 땀을 뻘뻘 흘리며 산꼭대기까지 올라야 할 이유가 없다. 숲의 맑은 공기를 맘껏 호흡하며 한 걸음 옮길 때마다 펼쳐지는 자연 풍광으로 눈을 씻고 물소리, 새소리로 귀를 즐겁2021.01.20 12:33
코끝이 싸할 정도로 바람이 맵고 차다. 산행하기엔 추운 날씨임에도 짐을 꾸려 집을 나선 것은 창 너머로 보이는 도봉산의 바위벽이 유난스레 희어 보이고 그 뒤로 펼쳐진 쨍한 겨울 하늘이 가슴이 시릴 정도로 파랬기 때문이다. 그 당김이 너무 강해서 도저히 그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를 견디게 해 준 숲으로 가는 길을 고향으로 가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진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부산했을 연말연시도 조용히 지냈건만 비대면의 세상은 좀처럼 그 휘장을 걷어낼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사방이 꽉 막힌 방안에 갇힌 사람처럼 답답함으로 조바심칠 때 나의 숨통을 틔워 준 유일한 존재가 숲이었다2021.01.13 10:51
좀처럼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힘겹게 2021년이란 터널을 겨우 지나왔는데 신축년 새해는 희망의 빛은커녕 오히려 더 길고 어둔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으로 인심이 흉흉해져 가는데 설상가상으로 북극 발 한파까지 들이닥쳐 세상이 온통 냉동고 속이다. 게다가 모든 약속은 취소되고 새로이 약속을 잡을 수도 없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롭기만 한 요즘이다. 하지만 아침이면 어김없이 태양이 떠오르듯이 생은 지속되어야 하고, 우리는 살아 있는 한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 그래서 내가 택한 것은 걷기다. 근사하게 표현하면 산책이라고 할 수 있는 '2021.01.06 11:19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뀌어도 코로나는 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일 년, 산은 마스크에 갇혀 사는 내가 답답한 숨을 몰아쉴 수 있던 유일한 숨구멍이었다. 새해에도 산은 나의 숨구멍이 되어줄 것이고 산을 찾는 나의 발걸음은 잦아질 것만 같다. 매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듯해도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보며 위로받고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 그들도 사람 못지않은 치열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산을 오를수록 그들이 들려주는 침묵의 소리야말로 가장 생생한 가르침이란 걸 느끼게 된다. 그들이 소리 없이 내보이는 꽃 한 송이, 몰래 내어놓는 연록의 새순들은2020.12.30 14:37
2020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는 자신을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칭하며 함부로 자연을 파괴하며 겸손을 모르던 인간이 진화의 가장 초보적인 단계의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임을 확인한 한해였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회적 관계를 포기하고 거리두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초유의 코로나 팬데믹 사태 속에서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좀 더 자연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일 년은 사람에 등 돌리는 대신 날마다 숲을 향해 걷던 해이기도 했다. 아파트 뜰에 가지 가득 선홍빛 열매를 달고 선 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잡아끈2020.12.23 13:49
성탄절이 코앞이건만 거리엔 크리스마스 캐럴 대신 흉흉한 소문만 가득하다. 코로나 팬데믹이 눈보라처럼 휘몰아치고 있다. 가장 그립지만 가장 두려운 게 사람이 되어 버린 세태 속에서 간간히 나를 숨 쉬게 하는 것은 숲길 산책이다. 꽃을 좋아하는 나를 위로한답시고 이따금 안부를 전해오는 사람 중엔 꽃도 없는 이 추운 겨울엔 무슨 낙으로 사느냐고 묻기도 한다. 가만 생각해 보면 올 한 해는 사람들의 거리를 피해서 숲으로만 떠돌았던 것 같다. 찬바람만이 거리를 배회하는 겨울밤, 누군가가 그리워지면 나는 종종 자작나무를 생각하곤 한다. 눈빛을 닮은 새하얀 줄기에 굽은 데 없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늘씬한 자태로 언제든 우2020.12.16 10:46
온통 뿌연 하늘이다. 도봉산과 북한산의 암봉들이 미세먼지에 가려 윤곽만 흐릿하다.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하던 전통적 겨울 날씨인 '삼한사온(三寒四溫)' 은 이젠 옛말이 되었다. 대신 미세먼지를 뜻하는 '삼한사미( 三寒四微)'가 일상화된 듯 추위가 누그러지면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댄다.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수준인 초미세먼지는 기관지나 폐 등으로 들어가면 건강에 치명적이다. 이런 날은 되도록이면 외출을 삼가는 게 상책이지만 부득이 외출해야 한다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마스크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런데도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를 찾아 나선 것은 오랜 거리두기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 미2020.12.09 11:12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겨울'을 맞고 있다. 일찍 찾아든 추위와 함께 급속도로 확산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덩달아 사람들의 마음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거리두기 강화로 상점들은 일찍 문을 닫고 사람들은 종종걸음으로 귀가를 서두른다.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휘황한 불빛 속에 한창 흥청거려야 할 도시의 밤거리에도 찬바람만 휑하니 분다. 연말의 그 많았던 모임들도 취소되고 어쩌다 약속이 생겨도 마스크부터 챙겨야 하는 불편한 날들이 마냥 지속되고 있다. 인간은 늘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가장 두려워져 버린 세상이다 보니 올 겨울은 몸보다 마음이2020.12.02 11:00
첫눈보다 먼저 12월이 왔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이 되면 세월의 물살도 여울져 흐르며 마음엔 알 수 없는 조급증이 인다. 그래서일까. 해마다 12월이 되면 약속도 많고 모임도 많았다. 하지만 올겨울만큼은 유난히 춥고 고독한 겨울이 될 것 같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매서운 찬바람과 함께 들불처럼 번져가는 코로나의 확산세가 걱정을 넘어 공포감마저 느낄 만큼 심상치 않다. 일 년 내내 마스크에 갇혀 지냈는데 영영 벗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든 약속이 사라져 버린 12월,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사람 만나는 일이 이젠 가장 두렵고 많은 용기가 있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마스크와 미2020.11.25 10:39
겨울비 지나간 뒤 나무들이 단출해졌다. 황금빛으로 물든 이파리를 자랑하던 은행나무도, 울긋불긋 물든 이파리를 무시로 뿌려대던 벚나무도 모든 잎을 내려놓고 한결같이 묵언수행 하는 수도자처럼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많던 이파리들을 남김없이 떨쳐내고 묵상에 잠긴 듯한 나무들을 보면 사소한 것에도 좀처럼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나의 우유부단함이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득 “겨울비 소리에 귀를 모으고 있으니 더욱 가난해지고 싶다. 온갖 소유의 얽힘에서 벗어나 내 본래의 모습을 통째로 드러내고 싶다.”고 한 법정스님의 책에서 읽은 한 구절이 떠오른다. 비에 젖은 낙엽들이 함부로 뒹구는 골목을 돌아 나오2020.11.18 10:57
마침내 그 나무 아래 도착했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며 시 한 편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쳤다. 반칠환 시인의 시 ‘새해 첫날’이었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뜬금없이 그 시가 생각난 것은 그 나무 한 그루 보려고 용문역에서 용문사까지 발바닥 아프게 걸어온 나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저마다 지닌 재주로 날고, 뛰고, 걷고, 기고, 굴러도 한날한시에 새해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치 누리에 고르게 내리쬐는 햇빛처럼. 높이 42m, 둘2020.11.11 10:06
목하 가을이 상영 중이다. 사각의 창 너머로 보이는 초등학교 교정의 벚나무와 느티나무, 그리고 은행나무가 저마다 색색으로 물든 이파리들을 색종이처럼 뿌려댄다. 초등학교 뒤로 보이는 도봉산은 벌써 절정을 지난 듯 붉게 타던 산빛이 갈색으로 변해 있다.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창밖 풍경을 보고 있자니 오래전에 보았던 리처드 기어가 주연한 '뉴욕의 가을'이란 영화가 떠오른다. 너무 오래 전에 본 영화라서 스토리는 흐릿해졌지만 노란 은행잎이 융단처럼 깔린 센트럴파크를 배경으로 한 영화포스터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뿐만 아니라 가스펠 싱어 이본 워싱턴이 부른 가을의 스산함이 묻어나던 주제가 'Autumn in New York'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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