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09:45
천마산(812m)으로 꽃 산행을 다녀왔다. 예부터 물은 용이 살아야 신령스러운 물이 되고, 산은 신선이 살아야 명산이라 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다양한 꽃을 볼 수 있는 산이 꽃산이요, 명산이다. 천마산이 봄꽃 산행지로 명성을 얻은 것도 높거나 산세가 뛰어나서라기보다는 서울 근교에 위치하면서도 다양한 야생화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산괴불주머니, 꿩의바람꽃, 노루귀, 산괭이눈 같은 흔한 야생화부터 마치 강원도의 산마루를 옮겨온 듯 무리 지어 피어 있는 얼레지 군락을 마주하면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다. 야생화의 성지라는 별칭에 걸맞게 앉은부채나 우리나라 몇몇 산에서만 자란다는 점현호색도 천마산에선 어렵지2024.04.09 09:19
창밖이 마치 조명을 밝힌 듯 환하다. 창 너머 초등학교 담장 옆 벚나무 한 그루가 피워 올린 수천수만 송이의 벚꽃이 활짝 핀 덕분이다. 내가 사는 집이 학교 앞이라서 시야를 가리는 높은 건물이 없어 원경의 도봉산까지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이 좋다. 창을 열면 언제라도 도봉산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도 과분한데 학교 담장 곁의 벚나무가 화사하게 꽃을 피우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꽃구름처럼 몽실몽실 피어난 꽃을 가득 달고 있는 벚나무 가지가 바람에 살랑거릴 때면 하르르 하나둘 흩어지는 꽃잎도 시처럼 느껴진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처럼 눈부신 풍경이라니, 이 세상이 이 세상 같지 않다. 절집에서 자라는 벚나무를2024.04.02 09:30
바야흐로 꽃의 세상이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서 봄이라던가. 눈길 닿는 곳마다 터져 오른 꽃들로 눈이 부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몽실몽실 부풀어 오르던 벚나무 가지의 꽃망울들이 하나둘 터지기 시작했다. 볕 잘 드는 쪽의 가지에서 피기 시작한 벚꽃은 누가 성냥불이라도 그어댄 듯 순식간에 불꽃처럼 온 나무를 꽃으로 뒤덮는다. 꽃샘바람 속에서도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지만, 팝콘처럼 터지는 벚꽃이 만개해야 비로소 봄은 절정이라 할 수 있다. 화르륵 피어났다가 순식간에 지는 벚꽃의 황홀한 시간은 매우 짧다. 절정에서 스스로 목을 긋고 꽃송이가 떨어지는 처연한 동백과 달리 벚꽃은 매화처럼 산화한다.2024.03.26 09:54
춘천의 금병산을 다녀왔다. 금병산(652m)은 1930년대 한국소설의 축복으로 불리는 김유정의 고향이자 그의 작품의 주요 배경이 되는 실레마을 뒷산 이름이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어도 한 번쯤은 올라볼 만하다. 김유정은 자신의 글 속에서 '빽빽하게 둘러싼 산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 옴팍한 떡시루 같다고 하여 실레'라고 부른다고 마을 이름의 유래에 대해 밝힌 바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춘천(春川)이란 한자식 지명보다는 순우리말인 '봄내'라는 말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봄내' 하고 소리 내어 부르면 금방이라도 계곡의 물소리 명랑하게 들려오고 산기슭 어딘가에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 속의 점순이가 생강나무 노란 꽃그늘 아래 기다2024.03.19 12:43
"봄이 성큼 다가왔다. 새들은 즐겁게 노래하고 시냇물은 부드럽게 속삭이며 흐른다. 갑자기 하늘에 검은 구름 몰려와 천둥·번개가 소란을 피운다. 어느덧 구름은 걷히고 새들은 다시 아늑한 봄의 분위기 속에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봄'의 소네트 일부 바야흐로 봄이다. 꽃에 굶주린 사람들은 골짜기의 얼음이 녹기도 전에 잔설에 덮인 산속을 헤매며 꽃을 찾아 나서지만 이젠 나같이 게으른 사람에게도 봄꽃들이 눈에 들어오는 요즘이다. 아파트 화단에서 소담스럽게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는 물론이고 볕바른 담벼락에도 진노랑 개나리가 하나, 둘씩 피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터져 오르는2024.03.13 07:48
오랜만에 천변에 나가 보았다. 방학천이 겨우내 공사 중이라서 중랑천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가 겨우내 끊겨 있었기 때문이다. 굴착기가 윙윙 굉음을 내는 공사장의 소음을 무릅쓸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가까운 둘레길이나 산을 오르내리며 봄이 오길 기다렸다.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봄은 쉬 눈에 들어오지 않고 간간이 흩뿌려대는 춘설 때문에 굳게 걸어 잠근 마음의 빗장을 쉬 풀 수도 없었다. 그런 중에도 봄이 오고 있다는 믿음만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남녘의 친구들이 보내오는 봄꽃 소식이 마음을 들뜨게 해도 삶의 자장을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천변에는 쇠백로가 먹이 사냥을 하고 몇 마리의 물오리들이 한가롭2024.03.05 13:23
숲길을 걷는다. 3월로 접어들었건만 옷섶을 헤집는 바람은 여전히 차다. 입춘과 우수가 지났지만 봄을 시샘하는 북풍의 심술은 좀처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지난가을 잎을 모두 떨군 활엽 교목들이 빽빽이 들어찬 숲에 드물게 보이는 소나무의 솔잎에 한결 생기가 도는 듯하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계곡의 물소리가 살아나면서 숲은 사뭇 분주해진 느낌이다. 숲을 깨우는 계곡의 물소리가 한결 명랑하게 들리는 걸 보면 봄이 멀지 않았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돌 틈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이 햇빛을 받아 밝게 부서지는 모습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물방울이 튀며 젖은 바위엔 초록의 이끼들이 빛나며 숲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겨2024.02.27 09:09
산수유가 피었다. 폭설이 내리기 며칠 전이었다. 아파트 화단의 나무들 가지치기할 때 한 가지 주워다 물병에 꽂아두었던 것인데 거짓말처럼 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것이다. 올해는 입춘이 지난 뒤에도 봄눈답지 않게 폭설이 자주 내린다. 진즉에 남녘에서 올라오는 꽃 소식에 마음이 들떠 자주 가지 끝으로 눈길을 주곤 했는데, 산수유나무는 그때마다 번번이 하얗게 눈꽃을 피워 나의 기대를 저버리기 일쑤였다. 몇 번이나 더 눈꽃을 피워야 가지 끝에 꽃을 피우려나 조바심을 하던 터라 꽃봉오리 부풀 틈도 없이 전기톱에 무참히 잘려 나간 가지가 몹시 안쓰러웠다. 혹시나 하고 물병에 꽂아두고 깜빡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눈부신 꽃을 피운 것2024.02.20 09:45
어느덧 1년 중 가장 짧은 달인 2월도 저물어 간다. 여전히 창밖엔 달빛이 눈 속에 차고 옷섶을 헤집는 바람 끝이 매운 시절이지만 2월은 새로운 계절을 향해 건너가는 징검다리처럼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낙엽 내음이 그리워 숲으로 들어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청미래 열매처럼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소망이 빨갛게 불을 밝히는 입춘과 우수가 들어 있는 달, 2월은 봄을 갈망하지만 흰 눈과 시린 달빛, 겨우내 우리를 성가시게 하던 북풍과 폭설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 봄빛이지만 겨우내 눈 속에서도 붉은빛을 잃지 않은 청미래 열매처럼 우리가 가슴에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머지않2024.02.13 14:39
남녘에서 올라오는 꽃 소식은 제쳐두더라도 요 며칠간 몸에 걸친 외투가 부담스러울 만큼 기온도 올라서 곧 봄이 올 것 같았다. 하지만 겨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저녁 무렵 눈발이 날리는가 싶더니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세상은 다시 흰 눈 속에 파묻혀 있다. 도로 위의 눈은 곧 사라졌지만 멀리 흰 눈을 뒤집어쓴 북한산은 한 폭의 빼어난 수묵화처럼 매혹적이라서 쉽게 눈길을 놓아주지 않는다. 그리움은 손 닿지 않는 거리에서 피어난다.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안타까움이 그리움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눈 덮인 북한산을 멀리서 바라만 보다가 산행을 감행한 이유도 그 그리움의 거리를 메우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아침 일찍2024.02.05 14:44
입춘(立春)이다. 24절기 중 첫 절기인 입춘의 입은 들 입(入)자가 아닌 설 립(立) 자를 쓴다. 굳이 그 까닭을 나름대로 부연하자면 입춘은 겨울에서 봄이라는 계절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인간도 마음속에 봄을 일으켜 세우는 때라는 의미가 담긴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혹시나 어딘가 와 있을지도 모를 봄기운을 찾아 숲길을 걷는다. 숲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백목련의 꽃눈이 오늘따라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며 눈을 찔러온다. 입춘이 되기도 전에 홍릉 숲에는 복수초가 피었다는 뉴스를 본 게 며칠 전이었는데 도봉의 숲은 여전히 겨울빛을 간직한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얼음 풀린 계곡의 여린 물소리마저 없다면 그야말로 적2024.01.30 12:51
바람이 맵차다. 한 차례 혹한이 지나간 뒤여서 엔간한 추위쯤은 거뜬히 이겨낼 만도 한데 뺨을 스치는 바람이 아직은 겨울임을 일깨워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볕 바른 담벼락 아래 서면 햇살의 온기가 느껴져 어딘가에 꼭 봄이 와 있을 것만 같아 자꾸만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계절은 마디가 없는 것이라서, 그 경계 또한 명확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겨울 속에 봄이 있기도 하고, 봄 속에도 겨울이 남아 있기도 하다. 날씨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 또한 계절을 체감하는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혹한의 겨울을 견디는 힘은 봄이 오리라는 믿음이다. 옛사람들은 ‘구구세한도’를 그리며 추위를 견디고 봄을 기다렸듯이 맵찬 북풍을 뚫고 우리2024.01.23 14:58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 동안 무심코 바라본 북한산. 간밤에 눈발이 스친 듯 희끗희끗한 눈을 이고 선 북한산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와 흡사하다. 저리 빼어난 자태와 위용을 자랑하는 명산을 문밖만 나서면 늘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복인지 세월이 흐를수록 절감하게 된다. 세월처럼 빠르고 무심한 것도 없다. 나무에 핀 상고대를 보기 위해 북한산을 올랐던 게 엊그제 일 같은데 벌써 일 년이 지났다. 올해도 겨울 산행을 하리라 마음을 다졌지만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는다. 이러다가는 그저 바라만 보다가 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해가 바뀌면서 부쩍 고향 나들이가 잦아졌다. 고향이 수백 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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