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둔화·일라이 릴리 공세에 직격탄…연간 13억 달러 절감 목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올해 전체 인력 7만8400명 가운데 11%에 해당하는 9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10일(현지시각) 밝혔다. 이 가운데 5000명은 본사가 위치한 덴마크에서 감축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번 감원으로 오는 2026년까지 연간 80억 덴마크크로네(약 13억 달러·약 1조8000억 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구조조정 비용 발생으로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기존 10~16%에서 4~10%로 하향 조정됐다.
이번 결정은 지난 7월 취임한 마이크 다우스타르 최고경영자(CEO)의 첫 대규모 조치다.
다우스타르 CEO는 성명에서 “유능한 동료들을 떠나보내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며, 더 빠르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사고와 접근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 5년간 직원 수를 75% 늘려왔다.
다우스타르 CEO는 “비만치료제 시장이 점점 더 경쟁적이고 소비자 중심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성과 중심의 기업 문화를 강화하고, 자원을 더욱 효과적으로 배분하며, 가장 큰 효과가 기대되는 핵심 치료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이날 코펜하겐 증시에서 2.9% 상승한 349덴마크크로네에 거래됐다.
시드뱅크(Sydbank)의 소렌 룬토프트 한센 애널리스트는 “이번 감원 조치로 충분하다”면서 “회사가 초고속 성장 기업에서 점차 완만한 성장 국면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조직 내 복잡성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BMO 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들은 “환자와 주주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던 기존 방식을 과감히 바꾼 점은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이번 조치가 첫걸음일 뿐이며, 결국에는 구체적인 성과가 입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FT는 노보 노디스크의 대규모 감원이 덴마크 경제 전반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덴마크 경제는 노보 노디스크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이미 성장세 둔화가 예상돼 왔다.
일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회사가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 활동과 미래 신약 연구개발(R&D)에 여전히 투자할 수 있도록 신중한 감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해 왔다.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일라이 릴리의 체중 감량 치료제가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