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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출연·유희성 연출 '일무지관', 김은희 일생을 춤으로 쓴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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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출연·유희성 연출 '일무지관', 김은희 일생을 춤으로 쓴 자서전

[나의 신작 연대기(55)] 김은희(한국전통춤협회 부이사장, 밀양검무보존회 회장, 무용학박사)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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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천교방굿거리춤(김은희 출연)
정직한 것이 죄인 줄 모른 한 여인이 있었다/ 운명은 그녀에게 거센 바람을 안겼다/ 일곱 개의 커다란 나이테를 넘기고 나서야/ 여인은 ‘나는 행복하다’에 최면을 건다/ 사람들은 이제야 그날의 함성을 이해하게 되고/ 여인은 남산의 기운을 불러 북소리와 춤으로 제(祭)를 올린다/ ‘일무지관’을 소지(燒紙)하고/ 생의 약동을 어깨띠처럼 두르고 나서면/ 야생화 만발한 유월의 들판이 즉흥무를 부른다/ 여인은 해탈의 춤을 춘다/ 춤은 온전히 터득하는 자의 몫이다

2025년 6월 8일(일) 오후 6시,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2025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선정 프로젝트 운초 김은희의 춤 '일무지관'(一舞之貫)이 연행된다. 김은희·김성연·김희원 출연, 유희성 연출의 '일무지관'은 전통춤 무용가 김은희 주최·주관, 서울특별시·서울문화재단·한국전통춤협회·서울남산국악당이 후원하는 알차고 값진 춤 진용을 갖추고 있다. '일무지관'은 김은희 춤 인생의 핵심을 담은 다양한 인접 장르의 예술과 형식의 활용을 통해 예술성을 높인다.

'일무지관'은 김은희만의 색깔로 우리춤 호흡과 움직임을 변주하고 주제에 밀착되는 고도의 진지함을 소지한 춤으로 차별성을 보인다. 운초(運招) 김은희의 춤 인생은 춤 하나로 인생을 관통한 예인의 삶을 반영한 ‘일무지관’에 걸쳐있다. 그녀의 삶은 하늘 문을 열어 천운을 부르는 제사장을 닮아있다. 고대에는 제사장이 춤을 추어 천지인을 연결하고 하늘의 뜻으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했으며 그러한 하늘과 땅과 인간을 연결하는 행위나 기원의 움직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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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천교방굿거리춤(김은희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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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천교방굿거리춤(김은희 출연)
밀양검무(김은희, 노한나 출연)이미지 확대보기
밀양검무(김은희, 노한나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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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검무(김은희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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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검무(김은희, 노한나 출연)

운초 김은희는 미학의 상부를 연구하는 전통 무용가로서 전통춤의 움직임 원리로 자신이 품은 큰 뜻을 성취하는 맨주먹정신을 가지고 있다. 김은희는 전통춤과 창작품에 걸쳐 정묘하고 아름다운 다양한 실험과 풍부한 상상력, 놀라운 재능을 통해 재생의 기쁨을 창출해 낸다. 김은희는 상생하여 흐르는 크고 넓은 춤밭을 ‘오뚝이’처럼 일구어 왔다. 그녀의 춤 작업은 물질적인 이차원에 머물지 않고 탐구하고 연구하여 성공하는 정신적 영적 고차원의 뜻을 소지한다.

운초 김은희는 춤으로 자서전을 써내자고 생각하게 된다. 춤으로 일생을 살아온 선배 무인들이 연륜이 쌓이면서 자서전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갖는 모습을 보면서 오로지 춤으로만 살아온 김은희는 책으로 자서전을 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겸허하게 춤으로 자서전을 만들어 무대가 출판기념회를 대신할 수 있는 공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 마음으로 '일무지관'을 꾸리고, 그녀의 춤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향, 스승, 자신의 춤 빛깔을 보인다.

자서전에는 ‘응천교방굿거리춤’, ‘밀양검무’, ‘박금슬류 살풀이춤’, ‘이매방류 살풀이춤’, ‘김은희 즉흥무’, ‘이매방류 승무’ 여섯 편이 담긴다. ‘응천교방굿거리춤’, ‘밀양검무’는 김은희의 고향 춤이며, ‘박금슬류 살풀이춤’은 중학교 때 만나 춤 길에 들어서게 해주신 박금슬 선생을 기리는 춤이며, ‘이매방류 살풀이춤’과 ‘이매방류 승무’는 오늘날까지 김은희 춤 인생을 살 수 있게 만들어 준 이매방 선생을 기리는 춤이다. ‘김은희 즉흥무’에는 그녀의 춤 색깔이 번진다.

‘밀양검무’는 운초 김은희가 밀양 출신 춤꾼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복원한 춤으로 밀양춤의 역사성을 견고히 하고 밀양을 대표하는 춤이 되도록 정기공연, 연구, 학술 세미나, 등 다방면으로 전승활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은희는 “작년과 올해 오랜만에 그녀의 후학 노한나와 함께 ‘밀양검무’로 직접 무대에 서며 춤에 담긴 의미와 점, 선, 원의 원리를 더욱 깨치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한다. ‘밀양검무’는 춤 형식을 통해 지역 문화를 꽃피우고 역사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운초 김은희는 스승의 뜻을 올곧게 따르고 실천해 왔다. 그녀는 진정한 춤꾼이란 “어떤 유혹과 욕심에도 초연할 수 있는 춤꾼으로만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진정한 춤꾼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살풀이춤 움직임 원리 이해에 관한 ‘2024년 우수이수자 역량강화 사업 결과물’은 국가유산진흥원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다. 앞으로 “내가 아는 모든 춤 학습 경험과 춤에 관한 지식을 잘 정리하여 후학들에게 올바른 교육자료를 남기고 싶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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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풀이춤(김은희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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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풀이춤(김은희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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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즉흥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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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김은희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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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김은희 출연)
김은희(한국전통춤협회 부이사장, 밀양검무보존회 회장, 무용학박사)이미지 확대보기
김은희(한국전통춤협회 부이사장, 밀양검무보존회 회장, 무용학박사)

'일무지관'에서 운초 김은희는 국가무형유산 ‘승무’· ‘살풀이춤’ 이수자답게 ‘살풀이춤’을 두 편이나 편성한다. 프로시니엄 무대 형식에 맞게 짜인 ‘박금슬류 살풀이춤’과 원형무대의 사방춤 형식으로 추어지는 ‘이매방류 살풀이춤’의 차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감상의 묘미가 될 것이다. 그녀의 춤은 그녀가 우리춤움직임원리연구회 회장인 만큼 호흡에 의한 움직임 원리로 바른 자세의 기본 사위와 디딤에 집중하고 있다. 여름에 들어가는 초입지에 만난 '일무지관'의 이미지는 완벽한 훈련에 뒤따른 그것이어서 여전히 푸르렀다. 출처본을 더욱 창대하게 빛나게 만드는 행위는 전통춤꾼의 책무이다. 운초 김은희는 이번 공연에도 자신의 기(氣)를 다 소진할 것이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