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곳곳 누비며 조선·방산 사업 기회 모색
미국 해군 주요 관계자들과 두루 만나 사업 협력 논의
광고 제작해 회사 인지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병행
미국 해군 주요 관계자들과 두루 만나 사업 협력 논의
광고 제작해 회사 인지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병행

20일 재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중요해지고 있는 조선·방산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글로벌 현장을 직접 누비고 있다. 그는 미국 주요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이어가며 한·미 조선업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났다. 국내 조선업계 인사가 USTR 대표와 공식 회담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HD현대중공업과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의 협력 사례를 소개하며 공동 기술 개발과 선박 건조 협력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HD현대는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 의지와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한 모든 준비가 돼 있는 만큼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양사는 선박 생산성 향상과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30일 방한한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과도 만났다. 정 수석부회장은 HD현대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조선 분야 경쟁력을 소개하고 양국 간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3월에는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찾았다. 총수가 직접 나서 미국 조선업 재건의 핵심 파트너로 HD현대를 부각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2021년부터 인공지능(AI) 조선소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앨릭스 카프 팔란티어 대표와도 회동해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방산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팔란티어는 미국 국방부, 해군, 육군 등을 고객으로 둔 미국 대표 방산 AI 기업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한·미 조선업 협력을 구체화하고, 이와 동시에 첨단 조선업 구축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오는 2037년까지 상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해군 군함 등 총 448척 규모의 선박 발주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기업간거래(B2B) 기업으로 일반 소비자들과 접촉 기회가 적은 HD현대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회사는 자사의 선박 기술력을 알리는 6분가량의 광고를 공개했다. 배우 김우빈이 출연한 해당 영상에는 풍저항 감소 장치가 탑재된 초대형 LNG 운반선, 친환경 이중 연료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등 HD현대의 선박 기술이 소개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이후 협력 가능성이 커진 조선·방산 분야에서 기회를 잡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정유 사업은 부진하지만 조선, 전력기기가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접어들며 분위기가 좋다. (오너가의) 입지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