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1년 지연·고비용 논란에도 6대 도입 확정…미국과 전략 동맹 강화 포석
한국, 우크라이나 전쟁 교훈에 36대 추가 도입 '빨간불'… 세계는 무인기 시대로
한국, 우크라이나 전쟁 교훈에 36대 추가 도입 '빨간불'… 세계는 무인기 시대로

인도 육군은 2020년 미국과 6억 달러(약 8178억 원) 규모의 AH-64E 아파치 헬기 6대 구매 계약을 맺었다. 원래 2024년 5~6월로 예정됐던 인도일은 공급망 차질과 발전기 결함 같은 기술 문제 때문에 여러 차례 미뤄진 끝에, 올해 7월 중순 첫 3대가 들어오고 나머지 3대는 11월에 인도된다. 이 헬기들은 2024년 3월 조드푸르에 창설된 인도 육군 첫 아파치 비행대대에 배치된다.
AH-64E는 30mm 기관포와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 스팅어 공대공 미사일, 하이드라 로켓을 갖췄다. 특히 인도군은 아파치의 'MUM-T(유인-무인 협업)' 기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조종사가 드론을 직접 조종해 정찰과 공격 범위를 넓히는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인도의 아파치 도입은 비판에 직면했다. 일부 전문가와 예비역들은 세계 군사 강국들이 무인 시스템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유인 공격헬기를 사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이다.
◇ '헬기 무덤' 된 전장… 한국, 추가 도입 '멈칫'
지난해 한 국내 언론은 한국군이 AH-64E 아파치 헬기 36대의 추가 도입 결정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공격헬기의 취약점이 주된 이유였다. 보도를 보면 국방부와 육군, 방위사업청은 아파치 추가 도입 사업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고, 한 소식통은 "이런 우려 때문에 36대를 모두 도입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육군 안에 있다"며 사업 전면 취소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한국은 자체 개발한 소형무장헬기(LAH) 사업에 집중하고, 생존성과 비용 효율이 높은 무인 시스템으로 국방력의 중심을 옮기고 있다.
비자인더 K. 타쿠르 인도 공군 예비역 소령은 이런 한국의 사례를 직접 거론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36대의 AH-64E 아파치 가디언 헬리콥터 추가 구매를 취소하고 무인 시스템으로 초점을 바꿨다. 아파치 헬기 한 대를 사는 비용은 지난 10년 동안 160%나 늘어 사업 경제성도 떨어졌다"고 지적하고 "인도의 AH-64E 조달 역시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드론이 지배하는 하늘… 공격헬기 생존성 '흔들'
한국이 아파치 추가 도입을 망설이는 배경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이 있다. 이 전쟁에서 러시아의 Ka-52 같은 최신 공격헬기도 휴대용 대공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취약점을 드러냈다. 강력한 대공망 탓에 전방 침투가 어려워지자, 헬기들은 후방에서 로켓만 쏘고 빠져나가는 식으로 제한적으로 운용한다.
특히 저렴한 FPV(1인칭 시점) 드론과 자폭 드론의 등장은 전장의 구도를 바꿨다. 이들 드론은 공중과 지상을 가리지 않고 헬기를 파괴하며 정찰과 정밀 타격 임무에서 공격헬기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미군 같은 주요 군사 강국도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미 육군은 차세대 공격정찰헬기(FARA) 사업을 취소했고, 일본 역시 낡은 공격헬기를 모두 퇴역시키고 무인기 중심으로 전력을 바꾸고 있다.
◇ '전략 동맹' 강화 포석… 논란에도 인도가 사는 이유
이런 흐름에도 인도가 아파치 도입을 강행하는 데는 군사 효용 외에 다른 셈법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파치는 파키스탄의 기갑 전력을 막는 힘으로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또 이번 거래가 미국과의 전략 동맹을 강화하고 첨단 기술과 지원을 확보하려는 인도의 뜻이 담겼다는 것이 유라시안 타임스의 풀이다.
하지만 운용 한계도 뚜렷하다. 아파치는 1시간 비행에 정비 시간이 약 35시간 필요하고, 시간당 운용비용은 약 5500달러(약 750만 원)에 이른다. 높은 고도에서의 운용성에도 의문이 나온다. 실제 2024년 인도 공군 아파치 헬기가 라다크 고지대에서 오랫동안 발이 묶인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인도 안에서는 아파치 대신 높은 고도 작전에 알맞은 국산 공격헬기 'LCH 프라찬드' 생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격헬기가 전장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역할 변화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현대전에서 공격헬기는 후방 지원이나 은폐·기습이 가능한 틈새 임무로 밀려나는 한편, 세계 여러 나라는 유인-무인 복합 체계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이 소형무장헬기와 배회형 탄약 같은 무인기로 투자를 바꾸고 인도가 국산 LCH 프라찬드 생산을 함께하는 모습은,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 적응하려는 각자의 고민을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