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인도 추가 관세 25% 부과로 총 관세율 50%로 뛰어...양국 입장차 커

지난 2월에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만나 무역 협상 체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6일 인도산 수입품에 대해 ‘2차 관세’ 부과를 발표하자 인도는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해 온 인도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해 미국의 대인도 총 관세율은 50%에 이르게 됐다.
트럼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가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7일(현지시각) 전문가들을 인용해 양국의 이번 갈등이 20년간 쌓아온 미국과 인도의 우호 관계에 본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인도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할지, 아니면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며 맞대응에 나설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인도는 국방, 기술,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왔고, 미국은 인도를 '주요 방위 파트너'로 지정하기도 했던 만큼 이번 관세 전쟁의 파장은 한층 클 전망이다.
미국과 인도는 특히 중국 견제라는 공통된 전략적 이해를 바탕으로 ‘포괄적 글로벌 전략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이번 관세 조치는 무역 협상에 대한 기대를 크게 꺾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얼마 전만 해도 인도와 무역 조건에 사실상 합의했다고 밝혔고,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도 ‘우대적’ 조치를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인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과 파키스탄에 대한 유화적 태도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협상 의지를 접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에반 파이겐바움 부총재는 CNBC에 “과거에도 양국 간 이견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전례 없이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이제는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인도가 서방의 비판을 위선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방이 러시아와 계속 무역하면서도 인도에만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일각에서는 신중한 낙관론을 제기하고 있다. 수미타 다우라 전 인도 노동 차관은 “이번 달 말 예정된 무역 협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길 기대한다”면서 “인도는 내수 시장이 크고, 영국·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양국의 무역 협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수바시 가르그 전 인도 재무 차관은 “미국과의 입장 차가 크고, 인도 여론도 정부가 미국에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라며 “설령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신뢰가 이미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인도는 수출 충격을 감수하더라도 내수 확대나 대체 시장 개척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미국 측 수요가 있다면, 미국 소비자와 수입업자가 관세를 부담하도록 두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인도의 수출 의존도는 22%로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베트남(87%)이나 태국(65%) 등에 비해 낮은 편이다. 또한 인도의 전체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로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협상에서 인도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면서, 이번 갈등이 양국 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