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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관의 글로벌 워치] 미중 패권 경쟁이 만들어낸 2026년 다섯 개 전쟁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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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관의 글로벌 워치] 미중 패권 경쟁이 만들어낸 2026년 다섯 개 전쟁 시나리오

브렌트 M. 이스트우드 박사, 미 군사 안보전문 매체에 실린 분석 통해 2026년에 대만, 우크라 이후 유럽, 베네수엘라, 이란, 한반도 등 다섯 곳서 전쟁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 이유는 억지 가격이 비싸졌고 트럼프식 거래 외교에도 기저 변수가 바뀌지 않을 것인데다 다섯 전장 간 연결성이 커졌다는 등 3 가지 꼽아
한반도는 전쟁 가능성이 가장 낮다는 말이 위험하다는 점에서 동 분석은 북한 남침 시 미국은 조약상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함과 동시에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준비 태세가 완화될 시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
美 해군은 '재래식 잠수함'으로 인도-태평양 전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고속 공격 잠수함 USS 미네소타(SSN-783)가 2025년 3월 16일 목격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美 해군은 '재래식 잠수함'으로 인도-태평양 전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고속 공격 잠수함 USS 미네소타(SSN-783)가 2025년 3월 16일 목격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최근 미 군사안보 전문 매체인 '19포티파이브(19FortyFive)'가 게재한 내셔널시큐리티저널의 브렌트 M. 이스트우드 박사가 쓴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2026년에 미국이 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는 다섯 곳'이라는 글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스트우드 박사는 이 글에서 열거한 지역은 대만, 우크라이나 이후의 유럽, 베네수엘라, 이란, 한반도 등 모두 다섯 곳이다. 겉으로 보면 ‘핫스폿 목록’이지만, 이 목록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금 국제질서는 개별 분쟁이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서로 다른 전장이 하나의 압력계에 연결되어 있고, 그 압력의 방향은 ‘미국의 위험 관리’와 ‘미중 패권 경쟁의 장기화’라는 두 축으로 수렴하고 있다.

이 글을 심층적으로 읽으면 결론은 단순해진다. 2026년의 전쟁 가능성은 특정 지도자의 ‘결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쟁을 피하려는 거래 외교가 오히려 분쟁의 연결성을 높이고, 억지의 신뢰를 흔들며, 상대에게 “이번엔 넘어갈 수도 있다”는 기대를 심어주는 구조적 조건이 누적될 때 확률이 오른다. 다섯 전장은 그 구조가 표면으로 드러나는 시험대다.

전쟁 위험이 커지는 구조적 이유

첫째, 전쟁의 시대가 아니라 ‘억지의 가격’이 급등하는 시대가 왔다. 미국이 동시에 관리해야 할 전장이 늘어날수록, 어느 전장에 얼마만큼의 군사·재정·정치 자본을 투입할지 계산이 앞선다. 이 계산이 보이는 순간, 상대는 미국의 의지보다 ‘미국의 선택 제약’을 읽는다. 억지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을 실제로 쓸 것이라는 믿음의 문제인데, 전장 과부하는 그 믿음을 갉아먹는다.

둘째, 트럼프식 ‘거래’가 휴전을 만들 수는 있어도, 분쟁의 기저 변수를 바꾸기 어렵다. 휴전과 합의는 잠시 열을 내리는 해열제일 뿐, 전쟁을 재발시키는 원인인 영토·체제·동맹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오히려 “중간에 끊긴 전쟁”이 된다. 이 상태에서 강대국은 ‘전장 바깥’의 레버리지, 즉 제재·보급로·에너지·기술 공급망을 통해 전쟁을 다른 형태로 계속한다.

셋째, 전쟁의 연결성이 커졌다. 대만에서의 충돌은 반도체 공급망과 해상교통로를 흔들고, 그 여파는 유럽의 방위 산업과 중동의 에너지 시장으로 번진다.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 문제가 불안정해지면 러시아는 유럽을 흔들고,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가용 전력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한 전장의 불확실성은 다른 전장에서의 모험주의를 부른다.

대만은 ‘미중 경쟁의 중심축’이 아니라 ‘신뢰의 시험대’


이 글이 대만을 첫 번째로 두는 이유는 분명하다. 대만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미국 동맹체제의 신뢰를 결정하는 가장 큰 실험장이다.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침공만이 아니다. 봉쇄와 ‘검역’은 군사적 충돌을 낮춘 채 전략적 효과를 얻는 방식이다. 특히 봉쇄는 “미국이 전쟁을 시작할 것인가”를 묻는 대신 “미국이 봉쇄를 깨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를 묻는다. 질문이 바뀌면 억지의 난도가 올라간다.

또 하나의 핵심은 반도체다. 대만을 둘러싼 위기는 ‘국방’만이 아니라 ‘산업·금융·기술 주권’의 문제로 확대된다.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지 말지는 단순한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경제와 기술 패권의 유지 비용과 직결된다. 그래서 이 전장은 군사 충돌 가능성과 별개로, 시장과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흔드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전쟁적 효과를 낸다.

결국 대만은 전쟁이 터질지 여부보다, ‘위기가 지속될 때 미국이 얼마나 오래 버틸 것인지’가 관건이다. 중국은 단기간의 결전보다 장기적 압박과 피로 누적에 강점이 있다. 미국은 전력을 집중할 수는 있지만, 동시다발 전장과 국내 정치 변수를 안고 있다. 이 비대칭이 2026년의 위험을 키운다.

우크라이나 이후의 유럽은 ‘휴전’이 아니라 ‘안전보장’에서 다시 불붙는다


글이 지적하듯 휴전이 가시화될수록 핵심은 “다시 공격하면 누가 어떻게 막을 것인가”로 이동한다. 우크라이나에 나토 5조 수준의 보장을 제공한다는 발상은 억지의 신호로는 강력하지만, 실행의 부담이 엄청나다. 러시아는 바로 그 실행 부담을 노린다. 즉 “미국이 정말로 또 싸울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게 만드는 것이다.

유럽 전장은 여기서 미중 경쟁과 연결된다. 미국이 유럽에 더 묶일수록 인도태평양 가용 전력이 줄고, 중국은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계산을 다시 한다. 반대로 미국이 유럽에서 위험을 줄이려 하면, 러시아는 유럽 내 균열을 확대할 수 있다. 유럽은 방위 재편을 서두르지만, 속도와 통합의 문제는 늘 미국의 역할을 다시 호출한다.

따라서 2026년의 유럽 위험은 “러시아가 즉시 승리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서방이 재확약을 지속할 정치적 체력을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쟁은 장거리 달리기이고, 전쟁을 끝내는 협상은 더 긴 달리기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전쟁’보다 ‘전쟁을 부르는 배치’가 위험하다


라틴아메리카에서의 군사 압박은 항상 국내 정치와 결합한다. 글이 언급하는 항모 전개, 푸에르토리코 기지의 재가동, 항공기 활동은 ‘능력 시위’이자 ‘의지 시위’다. 문제는 이런 배치가 상대에게는 “실제로 때릴 수도 있다”는 신호로 읽히고, 국내적으로는 “때리지 않으면 약해 보인다”는 압박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핵심 전쟁 목표가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쟁은 ‘중요해서’가 아니라 ‘우발적으로’ 시작되기도 한다. 해상 단속, 항공기 근접, 정보작전, 대리 세력의 도발이 겹치면 작은 충돌이 확전의 계기가 된다. 특히 의회와 전쟁권한법, 장기전 피로가 결합하면 미국은 군사 행동을 하든 안 하든 정치적 비용을 치른다. 이 전장의 본질은 승패가 아니라 비용 통제다.

이란은 ‘한 번의 타격’으로 끝나지 않는 전장이다


이란 전장의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핵 문제는 단발의 타격으로 종결되기 어렵다. 시설을 치더라도 재구성, 은닉, 분산이 가능하다. 둘째, 이란은 대칭 전력보다 비대칭 레퍼토리가 넓다. 사이버, 해상 교란, 대리 세력, 테러, 에너지 시장 충격까지 선택지가 많다. 셋째, 중동에서의 충돌은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를 통해 세계 경제에 즉시 반영된다. 즉 군사 충돌이 곧바로 ‘세계 비용’으로 전환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란이 강해서가 아니라, 이란 전장이 미국의 전장 배분을 흔드는 방식이 매우 효율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이란에 신경을 더 쓰면 인도태평양의 억지 자원이 줄고, 그 순간 중국과 러시아는 여지를 얻는다. 이란은 그 구조를 활용해 “미국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한반도는 ‘가능성이 낮다’는 말이 가장 위험한 전장이다


동 분석은 북한의 남침 가능성을 가장 낮게 보면서도, 미군은 조약상 개입해야 한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핵심은 확률이 아니라 피해 규모다. 한반도는 단기간에 민간 피해, 산업 피해, 동맹 붕괴 위험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는 전장이다. 그래서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 준비태세의 완화로 이어질 때, 오히려 위험이 커진다.

또 하나의 쟁점은 ‘주한미군 감축 제한’ 같은 의회 장치다. 이런 장치는 억지 신뢰를 보완하지만, 동맹의 근본문제인 “위기 시 실제 개입 의지”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 결국 억지는 군사·정치·전략 커뮤니케이션이 동시에 작동해야 유지된다.

다섯 전장을 묶는 하나의 결론


이 글의 목록이 갖는 중요한 의미는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의 나열이 아니라, 미국이 2026년에 직면한 ‘전략 과부하’의 지도라는 것이다. 미국은 거래를 통해 과부하를 낮추려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거래가 늘어날수록 상대는 미국의 우선순위와 피로 한계를 탐색할 가능성이 크다. 그 탐색이 성공하면, 다음 위기는 더 큰 대가를 요구한다. 이것이 ‘전쟁 가능성의 누적 메커니즘’이다.

따라서 2026년의 관전 포인트는 “미국이 어느 곳에서 싸울 것인가”가 아니라 “미국이 어디에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신뢰를 주는가”다. 억지는 선전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전력, 산업, 동맹, 정치의 결합체다.

한국에 대한 최소 핵심 결론


미국이 위험 감소 전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질수록, 서울은 확장억지의 작동이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중국·북한·러시아라는 핵보유 국가들과 잠재적 보유국인 일본의 핵 위협을 억지할 수 있도록,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통한 신뢰를 기반으로 자체 핵무장을 실현하는 대전략을 마련하고, 동시에 미국의 위험 감소 전환 국면에서도 역내 국가들의 협력으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질서를 설계해 추진해야 한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