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한 달, 호르무즈 봉쇄에 에너지 가격 폭등…ECB·영국銀 '매파' 회귀 조짐
한·유럽 공급망 동조화 심화…반도체 핵심 소재 헬륨·유황 수급 차질 '비상’
한·유럽 공급망 동조화 심화…반도체 핵심 소재 헬륨·유황 수급 차질 '비상’
이미지 확대보기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격한 상방 압력을 받자, 인플레이션 재점화 공포가 정책 결정권자들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미국 CNBC 방송 등 외신을 종합하면, 19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결정한 유럽중앙은행(ECB), 영국은행(BoE), 스위스 중앙은행(SNB), 스웨덴 릭스방크는 일제히 동결을 선택하며 긴축 기조를 연장했다.
이는 전쟁 전 시장이 기대했던 '봄철 금리 인하' 시나리오가 사실상 폐기됐음을 의미한다.
에너지 시설 타격에 유가 110달러 돌파…유럽, '성장'보다 '물가' 택했다
전쟁이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에너지 시설 파괴로 확산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18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심 가스 생산지인 사우스파르스를 타격하자 브렌트유는 배럴당 111달러(약 16만6500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이란은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20%를 담당하는 카타르 라스라판 시설에 보복 공격을 가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러한 에너지 수급 불안은 유럽 주요국 중앙은행들을 다시 매파(통화 긴축 선호)의 길로 몰아넣고 있다. 우선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번 회의에서 예금 금리를 2%로 유지하며 6회 연속 동결 결정을 내렸다.
자산운용사 핌코(PIMCO)의 콘스탄틴 바이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에너지발 물가 상승으로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으로 3%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라며 "ECB의 어조가 이전보다 눈에 띄게 강경해졌다"라고 분석했다.
영국은행(BoE) 역시 기준금리를 3.75%에서 묶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래스본즈(Rathbones)의 존 윈 에반스 분석 팀장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라고 진단했다.
스위스 중앙은행(SNB)과 스웨덴 릭스방크도 각각 0.00%와 1.75%로 금리를 동결하며 긴축의 끈을 놓지 않았다. 특히 스위스는 전쟁 여파로 인한 프랑화의 급격한 가치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포함한 총력전을 예고하며 시장 안정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호르무즈의 덫, 유럽 넘어 K-반도체 공급망까지 흔든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유럽의 금리 결정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에너지 안보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물류 차질은 이미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소재 공급망을 위협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우선 반도체 웨이퍼 세척과 냉각에 쓰이는 헬륨(Helium) 수급이 비상이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헬륨 수입량의 약 65%가 카타르산이다. 카타르 가스 시설이 공격받고 해협이 막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기업들은 대체 공급선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약 6개월분 수준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당장 생산 차질은 없으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조달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반도체 제조 원료인 유황 가격은 전쟁 이후 중국 시장에서 15% 급등하는 등 도미노 인상 징후가 뚜렷하다.
'긴축의 긴 꼬리'…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고조
향후 글로벌 경제는 고물가와 저성장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협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중앙은행들이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를 유지하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사이, 에너지 비용 상승이 기업의 생산 원가를 높이는 악순환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중동 분쟁이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의 공급 충격과 유사한 궤적을 그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오는 2026년 상반기 내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글로벌 증시 역시 당분간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란 전쟁은 유럽의 금리 인하 시점을 최소 2~3분기 이상 뒤로 밀어냈으며, 이는 한국을 포함한 수출 주도형 국가들에게 고금리와 고유가라는 이중고를 장기화시키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