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채 실질금리 이미 마이너스…10년물도 CPI에 바짝 쫓겨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정부가 최근 한 주 동안 6460억달러(약 981조9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시장에 쏟아냈다.
이 가운데 장기 재정 부담과 직접 연결되는 3년·10년물 국채와 30년물 국채 발행 잔액은 순증했다. 같은 주 미국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다시 뛰면서 채권시장의 실질금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매체 울프스트리트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가 지난주 10차례 입찰을 통해 6460억달러어치의 국채를 매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발행액 가운데 5270억달러(약 801조원)는 만기가 4주에서 52주인 단기 재정증권이었다. 대부분은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단기채를 갈아타기 위한 물량으로 풀이된다. 단기 재정증권이란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만기 1년 이하의 초단기 국채를 말한다.
나머지 1190억달러(약 180조9000억원)는 3년물과 10년물 국채, 30년물 국채였다. 이 물량은 만기 도래분 600억달러(약 91조2000억원)를 대체하고도 남아 2년 이상 국채와 장기채 잔액은 한 주 동안 순액 기준 590억달러(약 89조7000억원) 늘었다.
◇ 단기채 5270억달러 입찰
지난주 단기 재정증권 입찰 규모는 모두 5270억달러였다. 4주물 750억달러(약 114조원), 6주물 690억달러(약 104조9000억원), 8주물 800억달러(약 121조6000억원), 13주물 950억달러(약 144조4000억원), 17주물 740억달러(약 112조5000억원), 26주물 820억달러(약 124조6000억원), 52주물 530억달러(약 80조6000억원)가 각각 발행됐다.
단기채 금리는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와 향후 정책금리 기대에 강하게 묶인다. 울프스트리트는 “만기 1년 이하 국채 수익률이 최근 몇 주간 소폭 상승한 뒤 이번 주에는 대체로 안정됐지만 모두 물가상승률을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명목 수익률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이미 마이너스라는 뜻이다. 6개월물 국채 수익률은 13일 3.80%로 마감했다. 이는 현재 유효연방기금금리 3.62%를 웃도는 수준으로 시장이 올해 말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울프스트리트는 분석했다.
◇ 장기 국채 잔액은 90조원 가까이 증가
이번 주 장기 국채 발행은 3건이었다. 3년물 국채 580억달러(약 88조2000억원)는 4.192% 수익률에 발행됐고 10년물 국채 390억달러(약 59조3000억원)는 4.538%에 발행됐다. 30년물 국채 220억달러(약 33조4000억원)는 5.020%에 발행됐다.
3년물 발행분은 2023년 6월 발행돼 만기를 맞는 400억달러(약 60조8000억원) 규모 3년물 국채를 대체했다. 이에 따라 3년물 잔액은 180억달러(약 27조4000억원) 늘었다.
10년물은 2016년 6월 발행된 200억달러(약 30조4000억원) 규모 국채를 대체했다. 새로 발행된 물량이 더 커 10년물 잔액은 190억달러(약 28조9000억원) 증가했다.
30년물은 이번 주 만기 도래분이 없었다. 1996년 당시 30년물 국채는 2월과 8월에만 발행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30년물 발행액 220억달러 전액이 장기 국채 잔액 증가로 이어졌다.
울프스트리트는 새로 발행되는 국채 규모가 만기 도래분보다 훨씬 크거나 아예 만기 도래분 없이 새 물량이 추가되는 구조가 장기 국채 잔액을 계속 키우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 물가 재가속에도 장기금리는 일단 진정
지난주에는 두 개의 물가 지표도 나왔다. 5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5%로 높아졌고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6.46%로 뛰었다. 이는 이른바 ‘2차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란 지적이다.
다만 장기 국채시장은 이번 주 물가 지표에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중동 정세와 관련해 미국과 이란의 합의 기대가 다시 부각되면서 유가 안정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물가 상승이 주로 에너지 가격에서 비롯됐고 미국과 이란 사이에 어떤 형태로든 합의가 이뤄지면 에너지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가 남아 있다.
그러나 울프스트리트는는 채권시장이 에너지 외 물가 압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최근 6개월간 가속했고 5월에는 2024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로 전기요금이 계속 오르는 점도 원유 가격과 무관한 물가 압력으로 꼽힌다.
◇ 10년물 실질금리도 마이너스 눈앞
10년물 국채는 이번 주 입찰에서 4.538% 수익률에 발행됐다. 이후 이란 합의 기대가 나오자 2차 시장에서 10년물 금리는 한때 4.44%까지 떨어졌다가 13일 4.49%로 마감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0.06%포인트 하락했다.
문제는 물가와의 격차다. 5월 CPI 상승률 4.25%가 10년물 국채 수익률 4.49%에 바짝 다가서면서 10년물 실질금리도 마이너스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장기채 투자자에게 인플레이션은 치명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채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충분히 웃돌지 못하면 원리금의 구매력이 줄어들어서다. 울프스트리트는 “연준이 물가 대응에 더디고 정부도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경제를 뜨겁게 유지하려는 유인이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이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울프스트리트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살아가려면 채권시장도 더 높은 수익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30년물은 5% 안팎에서 등락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4월 초 이후 5% 안팎에서 등락하고 있다. 13일 종가는 4.97%였다. 일주일 전 5.01%와 비교하면 소폭 낮아졌다.
그러나 장기 흐름으로 보면 30년물 금리는 저점을 점차 높여왔다. 울프스트리트는 5년간 낮은 금리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채권시장이 장기 금리의 방향성에 대해 점차 덜 불확실해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울프스트리트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국채시장은 겉으로는 비교적 차분했으나 물가상승률은 다시 높아졌고 단기채 실질금리는 이미 마이너스이며 10년물 실질금리도 마이너스 전환에 가까워졌다. 여기에 장기 국채 발행 잔액은 계속 늘고 있다.
이는 미국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부담, 인플레이션 재가속, 연준의 금리정책 불확실성이 동시에 채권시장 위에 쌓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단기적으로는 중동 긴장 완화 기대가 금리 상승 압력을 눌렀지만, 물가가 높은 수준에서 버티면 미국 장기금리도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