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화갈륨 4D 기능 탑재… 라인메탈 HX3 플랫폼과 전격 결합
유로사토리 2026 흔든 유럽 연합군 방공망… 천궁-II 유럽행 'NATO 장벽' 변수
유로사토리 2026 흔든 유럽 연합군 방공망… 천궁-II 유럽행 'NATO 장벽' 변수
이미지 확대보기국내 방산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넘어 유럽 시장 진출을 노리는 가운데, 유럽 현지 방산 공룡들의 밀월이 한국형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의 수출 전선에 새로운 차원의 과제를 던졌다.
스페인 최대 방산기업 인드라(Indra Group)가 유럽 지상전의 핵심 거점을 겨냥한 차세대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전격 공개하며 독점적 지위 굳히기에 나섰다.
스페인 국방 전문 매체 데펜사(defensa.com)는 인드라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 '유로사토리 2026'에서 100% 디지털 아키텍처 기반의 신형 AESA 레이더 제품군 'MTR'을 최초로 선보였다고 지난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에 공개된 MTR 레이더는 독일 방산기업 라인메탈(Rheinmetall)의 최신형 고기동 전술 트럭 'HX3'와 결합해 즉각적인 실전 배치가 가능한 형태로 전시돼 군사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미지 확대보기4D 도플러 추적에 GaN 탑재… 체급 줄이고 생존력 극대화
인드라가 내놓은 MTR 레이더의 핵심 경쟁력은 '4차원(4D) 디지털 추적'과 '질화갈륨(GaN) 반도체'의 결합이다. 이 장비에 적용된 4D 기능은 표적의 상대 속도 정보를 실시간으로 추출하는 '도플러(Doppler) 주파수 고속 연산 장치'를 통해 구현된다.
기존 레이더가 거리, 방위, 고도(3D)만 계산했다면, MTR은 도플러 연산을 더해 초고속 미사일부터 저고도 자폭 드론, 곡사를 그리는 포탄까지 추적 정확도를 유지하면서도 초당 데이터 처리량을 기존 제품 대비 2배 이상 끌어올렸다.
전자 소자에는 전력 효율이 높은 GaN 소자를 전면 채택했다. 기존 실리콘(Si) 기반 레이더보다 출력이 강해 탐지 거리가 늘어났으며, 열 방출 효율이 좋아 차량 탑재형 무기체계의 필수 조건인 경량화를 달성했다. 운용 목적에 따라 중거리 대포병·드론 방어용인 'MTR 5'와 장거리 공중 감시 및 지상 기반 방공망(SBAMD) 연동용인 'MTR 10'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독일 라인메탈의 HX3 트럭과 일체형으로 설계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방공 레이더는 전파를 발사하는 순간 적의 표적이 되기 쉽다. MTR 시스템은 방공 진지에 도착해 레이더를 전개하고, 사격 후 바로 철수하는 '진지 변환(Shoot & Scoot)' 능력을 강화해 생존율을 높였다.
향후 HX3가 유럽 공통 기동 플랫폼으로 채택될 경우, 특정 플랫폼 중심의 생공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역외 기업의 차량 진입 장벽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천궁-II vs MTR 구조적 비교… 유럽연합 '35% 빗장' 극복이 과제
유럽 방산 기업들의 기술 결탁은 유럽 전역으로 수출 영토를 넓히려는 K-방산에 직접적인 기술 벤치마크이자 경고등이다. LIG D&A가 주도하는 한국형 천궁-II 역시 가짜 신호를 걸러내는 능력이 탁월한 고성능 다기능 레이더(MFR)를 핵심 눈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두 체계를 냉정하게 비교하면 구조적 차이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뚜렷하다.
성능 면에서는 한국 제품도 광역 교전 능력과 다표적 동시 추적 수에서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MTR은 유럽 미사일 방어 사령부(AirC2) 체계와 연동될 뿐만 아니라 전술 데이터링크(Link 16, JREAP)를 넘어 나토 통합 방공체계(ACCS) 레벨에서의 인증 및 연동 최적화를 전제로 출격했다.
반면 독자 프로토콜 기반으로 출발한 천궁-II는 유럽 영토 내 통합 작전을 위해 나토 체계와의 상호 운용성 검증 및 현지 연동 시험 단계를 추가로 거쳐야 하는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단순한 레이더 성능 싸움이 아니라 '나토 인증' 레벨의 연동 능력이 실제 수주 경쟁의 분수령이 되는 이유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의 무역 규제도 정량화된 수치로 다가오고 있다. EU 방위산업프로그램(EDIP)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역내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공급망 내 역외 부품 비중이 35%를 초과할 수 없다.
또한 2030년까지 회원국 군수품 소요의 최소 40%를 역내 공동조달로 획득해야 한다. 지리적 이점과 규제 장벽을 등에 업은 유럽산 연합 무기체계 앞에서 한국 기업이 뚫어야 할 가격 가성비의 폭이 좁아지는 셈이다.
성능·납기 우위의 '조건부 경쟁력'… 국내 GaN 반도체 공급망에 힌트
다만 시장 일각의 우려와 달리 K-방산이 완전히 밀리는 형국은 아니다. 한국 방산은 폴란드 수출에서 증명했듯 유럽 기업이 흉내 내기 어려운 '압도적인 납기 속도'와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량 생산 기지가 부족한 유럽에 비해 즉각적인 전력화가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훈련 및 정비·유지보수(MRO)를 묶은 패키지 제안 역량은 여전히 국산 무기체계의 강력한 무기다. 특히 LIG D&A는 이번 유로사토리 2026을 앞두고 독일 라인메탈과 유럽 및 NATO 시장용 지상 기반 방공망 공급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전격 체결하며 역내 공급망 우회 돌파구를 마련했다. 즉, 현지 통제 체계 연동성만 해결한다면 충분히 '조건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방위산업계에서는 유럽 시장을 선점하려면 단순히 단품의 우수성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나토 표준 데이터링크 호환성을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역외 부품 비중 35% 규제를 맞추기 위해 현지 방산 기업과의 합작 투자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럽 방공망 수주 경쟁은 단순한 '레이더 성능'이 아니라 '나토 인증 및 유럽 공급망 편입 여부'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레이더의 핵심 부품인 GaN 전력반도체의 국산화 유무가 국내 기업들의 마진율과 주도권을 가를 갈림길이다.
방산 투자자들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고주파(RF)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국산화 국책과제를 수행 중이거나, 국내 레이더 체계 업체인 LIG D&A 및 한화시스템에 고출력 증폭기(SSPA) 소자와 패키징 모듈을 공급하는 국내 특수 반도체 기업군의 공급망 진입 여부를 핵심 지표로 살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