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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핑계로 D램값 700% 올렸다 주장"… 美 법정 선 메모리 3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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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핑계로 D램값 700% 올렸다 주장"… 美 법정 선 메모리 3사

美 소비자,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제소
'치플레이션' 분노가 법정으로… "20년 전 유죄 전력 vs 입증 난이도"
세계 D램 시장을 사실상 나눠 가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미국 법정에 섰다. 미국 소비자와 소기업들이 세 회사를 가격 담합 혐의로 제소했다. AI 메모리 호황 뒤에서 폭등한 메모리값에 대한 분노가 집단소송으로 번졌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D램 시장을 사실상 나눠 가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미국 법정에 섰다. 미국 소비자와 소기업들이 세 회사를 가격 담합 혐의로 제소했다. AI 메모리 호황 뒤에서 폭등한 메모리값에 대한 분노가 집단소송으로 번졌다. 이미지=제미나이3

세계 D램 시장을 사실상 나눠 가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미국 법정에 섰다. 미국 소비자와 소기업들이 세 회사를 가격 담합 혐의로 제소했다. AI 메모리 호황 뒤에서 폭등한 메모리값에 대한 분노가 집단소송으로 번졌다.

소송의 골격


미국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최근 세 회사가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제소됐다고 보도했다. 원고는 개인 소비자 14명과 소기업 3곳이다. 다수 소비자를 대표하는 집단소송 형식으로, 부당한 공동행위를 겨냥하는 셔먼법 1조를 걸었다.

법률 전문매체 MLex가 옮긴 소장을 보면, 원고는 세 회사가 동시에 생산을 줄이고 HBM으로 옮겨가며 구형 D램에서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론이 가장 수익성 높은 시점에 소비자용 D램 브랜드 '크루셜'을 접은 점도 거론됐다.

'700%'의 정체


700%는 검증된 통계가 아니라 원고 측 소장의 주장이다. 원고는 세 회사가 2022년부터 상용 D(범용 메모리) 값을 4년간 약 700% 끌어올렸다고 했다.

HBM 가격 상승률과는 다른 데다, 변동성이 큰 소매 시장의 현물가와 대규모 거래에 쓰이는 고정거래가의 지표를 혼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객관적 지표는 따로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D램 값은 50% 넘게, 영국 분석기관 BISI 집계로는 1년 새 171% 올랐다. 700%는 이 흐름을 4년 누적으로 묶은 셈법에 가깝다.

'왜 아무도 증산하지 않았나'


핵심 논리는 시장 구조다. IT매체 비디오카즈가 정리한 소장 골자는 이렇다. 경쟁 시장이라면 값이 오를 때 한 곳쯤은 증산해야 정상인데, 누구도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배력은 압도적이다. 톰스하드웨어는 세 회사가 전 세계 D램의 약 90%를 쥐고 있다고 전했다. 공장 한 곳에 수백억 달러가 들고, 중국 업체는 미국 수출통제에 막혀 최신 장비를 구하지 못한다. 공급을 조이면 빈자리를 메울 곳이 없다.

산업적 반론


반대 해석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결과적으로 값이 올랐다는 사실과, 의도적으로 값을 올렸다는 혐의는 법적으로 다른 문제다.

메모리는 전형적인 치킨게임 산업이다. 2023년 업황 붕괴의 기억 탓에 값이 오른다고 무조건 증산하지 않는다. SK하이닉스는 실적발표에서 2023년 순손실 91400억 원(순이익률 -28%)을 기록했다. 마이크론 주가도 그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증산을 안하는 것이 담합이 아니라 학습된 경영 판단일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메모리 업계 관계자 역시 "소송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 언급은 어렵다"면서도 "최근의 가격 변동은 AI 수요 폭발과 HBM 생산 전환에 따른 철저한 시장 논리와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HBM은 왜 총공급을 줄이나


HBM으로 옮겨갔다면 DDR 공급은 왜 줄어드나. 답은 웨이퍼 집약도에 있다. BISIHBM1기가바이트당 DDR5의 약 3배 이상 웨이퍼를 잡아먹는다고 전했다. 라인을 HBM으로 돌리면 전체 출하 비트가 줄어 총공급이 준다.

이는 가격 상승의 지속성까지 설명한다. 같은 돈을 투자해도 출하 비트가 줄어, 공급을 늘리는 속도 자체가 구조적으로 묶인다. 원고는 이 전환을 '핑계'로 보지만, '구조적 제약'이라는 반대 해석도 있다.

되짚는 '20년 전 그날'


과거 전력은 공통으로 거론된다. 미국 매체 듀얼쇼커스를 보면, 미국 법무부는 2002D램 담합 조사에 들어갔다. 삼성은 2005년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3억 달러를 냈다. 하이닉스는 18500만 달러(2850억 원)를 부과받았다. 마이크론은 수사에 협조해 벌금을 피했다.

다만 '전력이 있다''이번에도 유죄다'는 다르다. 핵심은 입증 난이도다. 2000년대 사건에는 가격·고객 정보를 직접 주고받은 증거가 있었다. 지금은 각 사의 공급 전략이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 실적설명회(IR) 가이던스 수준에서 소통될 뿐이다. , 업체 간 밀실에서 이뤄진 직접적인 '가격 담합 합의'의 증거는 어디에도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판례도 무겁다. 하드웨어 매체 게임랜트를 보면, 같은 원고 측 로펌이 2018년 낸 같은 소송은 1심 기각에 이어 2022년 항소심에서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값이 오른 이유가 "집중된 시장에서 비슷한 기업들이 택한 합법적 병행 전략"으로 더 잘 설명된다고 판단했다.

'소비자의 지갑'과 두 개의 판단


이번 소송 배경에는 'AI가 올린 메모리값'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가격을 올리며 메모리·저장장치 원가가 2.5배 넘게 뛰었다고 밝혔다. 원고는 애플의 아이패드·맥 가격 인상도 증거로 들었다. 모건스탠리는 이 흐름을 '치플레이션(메모리+인플레이션)'으로 불렀다. 원고는 손해의 세 배를 물리는 '3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판단은 둘로 갈린다. 법원의 판단은 '담합이 있었는가'. 입증 문턱이 높고 시간도 걸린다. 2018년 소송이 항소심 확정까지 4년 걸린 전례가 그 답을 미리 일러준다.

시장의 판단은 이미 진행 중이다. 투자분석 매체 트레이딩키는 HBM 수요가 이어지는 한 메모리값이 2027년까지 오름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단기 가격을 움직이는 변수는 법정이 아니라 AI 수요다.

과점 기업들이 또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심과, AI가 만든 공급 부족을 담합으로 보긴 어렵다는 반론이 한 사건 위에서 부딪친다. 그 사이 값을 치르는 쪽은 결국 소비자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