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안내견 불모지’ 바꾼 삼성 33년 뚝심… 320마리 무상 분양 '편견의 벽 허물다'

글로벌이코노믹

‘안내견 불모지’ 바꾼 삼성 33년 뚝심… 320마리 무상 분양 '편견의 벽 허물다'

고 이건희 선대회장 철학에서 출발…세계 유일 기업 운영 안내견학교
현재 안내견 93마리 활동…퍼피워킹 등 자원봉사 2930여가정 참여
신규 안내견 7마리 새 출발·은퇴견 4마리 ‘인생 2막’ 맞아
故 이건희 회장이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길러지는 리트리버 견종을 돌보는 모습. 사진=삼성화재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故 이건희 회장이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길러지는 리트리버 견종을 돌보는 모습. 사진=삼성화재 제공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개교 33주년을 맞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벽을 허물고 있다. 1993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320마리의 안내견을 시각장애인에게 무상으로 분양했으며,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안내견은 93마리에 이른다.

27일 삼성화재에 따르면 이날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함께온 걸음, 이어갈 미래’를 주제로 개교 33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퍼피워커, 은퇴견 입양가족, 안내견학교 훈련사 등 130여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은 안내견 사업의 역사를 담은 영상 상영과 신규 안내견 소개, 퍼피워커·시각장애인 파트너의 소감 발표, 안내견 분양·은퇴식 순으로 진행됐다. 안내견 7마리는 앞으로 함께 생활할 시각장애인 파트너 7명과 새 출발을 했고, 7~8년의 활동을 마친 은퇴견 4마리는 홈케어 봉사자와 함께 노후를 시작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철학을 바탕으로 1993년 9월 설립됐다. 단일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안내견학교다. 1994년 첫 안내견 ‘바다’를 분양한 뒤 2007년 누적 분양 100마리, 2017년 200마리, 지난해 300마리를 각각 넘어섰다.
이 선대회장은 안내견 사업의 첫 번째 목표를 시각장애인에게 독립적인 삶의 의지와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는 데 뒀다. 안내견 분양을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 모델로 정착시키는 한편, 퍼피워킹을 통해 일반 시민이 사회적 약자와 동물을 배려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복지시설과 제도를 갖추는 것만으로는 복지사회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게 이 선대회장의 생각이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관습까지 바꾸는 ‘문화적 변화’가 사회복지의 핵심이며, 기업이 사회에 돌려줄 수 있는 본질적인 재투자라고 봤다.

안내견 한 마리를 양성하고 활동과 은퇴 이후까지 관리하는 데에는 10년 이상의 시간과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생후 8~9주부터 약 1년 동안 자원봉사 가정에서 사회화 과정을 거친 뒤 건강검진과 성격진단을 통과하면 6~8개월간 전문훈련을 받는다. 최종 통과율은 35% 안팎으로, 매년 약 15마리가 안내견으로 양성된다.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의 성격과 직업, 걸음 속도, 생활환경 등을 고려해 파트너를 정한 뒤에는 3주간 동반교육을 진행한다. 분양 이후에도 연 2회 정기관리와 월 1회 이상 유선관리를 실시하고, 안내견이 은퇴할 때까지 건강과 보행 상태를 살핀다.

안내견 사업에 참여한 자원봉사 가정은 33년간 2930여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강아지의 사회화를 맡는 퍼피워킹 참여 가정은 1100여곳이다. 현재는 퍼피워킹을 신청하면 5~6개월가량 기다려야 할 정도로 참여가 늘었다. 부모견을 돌보거나 은퇴견의 노후를 책임지는 가정도 사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훈련을 담당하는 훈련사들의 누적 보행거리도 약 89만㎞에 이른다. 안내견학교가 연평균 훈련사 6명, 연간 250일, 하루 18㎞의 보행훈련을 기준으로 환산한 거리로 지구 둘레를 22바퀴 이상 도는 것과 맞먹는다.

안내견학교는 1999년 세계안내견협회가 정관을 변경해 공식 안내견 양성기관으로 인증하면서 정회원이 됐다. 초기에는 유럽과 미국의 훈련법을 배웠지만, 2008년 이후 대만과 일본, 홍콩의 관련 기관이 양성 프로그램을 배우기 위해 방문하는 곳으로 성장했다.

안내견에 대한 제도와 사회적 인식도 달라졌다. 정부와 국회는 장애인 보조견 조항을 신설하고 대중교통과 공공장소 이용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정비해왔다. 지난해 4월에는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명확해져 무균실·수술실과 조리장·식품보관창고 등을 제외한 장소에서 안내견의 출입 권리가 한층 분명해졌다.

박태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교장은 “33년간 이어온 안내견 사업의 역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기록”이라며 “앞으로도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안내견이 더 넓은 세상을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변함없이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