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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폴더블 아이폰, 왜 10년 걸렸나…쿡의 집념 터너스 첫 시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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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폴더블 아이폰, 왜 10년 걸렸나…쿡의 집념 터너스 첫 시험대로

2011년 힌지 특허·2018년 본격 실험…경쟁사 시행착오 지켜본 뒤 출격
메모리 품귀에 1999달러 목표도 넘어…2000달러대 초고가 승부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

애플이 10년 넘게 연구해온 첫 폴더블 아이폰을 마침내 공개한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이 이미 수년 전 폴더블폰 시장에 진출한 것과 달리 애플은 화면 주름과 힌지 내구성, 커버글라스 등 핵심 기술이 자체 기준에 도달할 때까지 출시를 늦췄다.

개발 초기에는 접히는 아이패드까지 검토했지만 지난 2020년께 아시아에서 폴더블폰 확산을 직접 목격한 팀 쿡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폰 형태의 제품 개발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이하 현지시각) 열리는 애플 신제품 공개행사는 1일 취임한 존 터너스 신임 CEO에게도 첫 대형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터너스 CEO가 이 행사에서 첫 폴더블 아이폰을 직접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제품이 약 20년 아이폰 역사상 가장 큰 단일 디자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8일 보도했다.

◇ 아시아서 폴더블 본 쿡 “애플도 해야 한다”


애플의 폴더블 개발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9년 첫 갤럭시 폴드를 출시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관련 개발 이력을 보면 애플은 2011년께부터 접히는 기기와 힌지 관련 기술을 연구했고 2018년께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시제품 실험을 본격화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조직의 핵심 기술개발팀은 수년 동안 폴더블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을 비밀리에 연구해왔다.
그러나 제품의 형태조차 오랫동안 확정하지 못했다.

초기 구상 가운데 하나는 아이패드 미니 크기의 기기를 펼치면 더 큰 태블릿이 되는 폴더블 아이패드였다.

방향을 바꾼 계기는 2020년께 쿡의 아시아 출장이었다.

쿡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을 방문하면서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업체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관계자에 따르면 쿡은 출장에서 돌아온 뒤 애플도 이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하고 개발을 가속하도록 요구했다.

한 관계자는 쿡이 폴더블 제품의 “가장 이른 시기부터 가장 강력한 지지자”였다고 전했다.

이는 쿡의 평소 경영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례적이었다.

쿡은 CEO 재임 기간 공급망과 재무 분야에 특히 강점을 보였고 제품 시연과 주요 의사결정에는 참여했지만 새로운 제품의 초기 구상에 직접 깊이 관여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런 쿡이 폴더블 아이폰을 강하게 밀면서 이 프로젝트는 애플 역사상 가장 복잡한 하드웨어 개발사업 가운데 하나로 발전했다.

◇ 주름·힌지·유리·카메라…4가지 난제 푸는 데 수년


애플이 경쟁사보다 늦게 시장에 들어온 데는 초기 폴더블폰에서 나타난 기술적인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

애플 하드웨어팀이 초기부터 집중한 핵심 과제는 크게 네 가지였다.

접히는 화면 중앙에 생기는 주름을 최대한 보이지 않게 만들고 힌지의 내구성을 높이는 것이 첫 번째와 두 번째 과제였다.

반복해서 접어도 견딜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유연한 커버글라스를 만드는 것이 세 번째였다.

마지막은 화면을 최대한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카메라 등 더 많은 부품을 디스플레이 뒤쪽에 배치하는 기술이었다.

애플은 최종적으로 티타늄과 알루미늄을 결합한 첨단 힌지 시스템을 선택했다.

디스플레이용 유리는 미국 코닝과 공동 개발한 맞춤형 커버글라스를 사용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조합을 적용하면 현재 판매되는 폴더블폰보다 화면 주름이 훨씬 덜 눈에 띈다. 애플은 이를 경쟁 제품과 차별화할 주요 장점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다만 기존 막대형 아이폰보다 구조가 복잡해 내구성에서는 아이폰18 프로 등 일반 제품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카메라 성능과 배터리 사용시간도 최고급 일반 아이폰보다 떨어진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애플은 그럼에도 폴더블 제품 가운데서는 자체적인 제품 완성도가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 1999달러 아래 맞추려다 2199달러까지…최대 400만원


가격은 개발 과정 내내 가장 민감한 문제였다.

애플은 초기에는 시작 가격을 1999달러(약 269만원)로 맞추는 방안을 추진했다.

소비자가 심리적 저항을 느낄 수 있는 2000달러 선 바로 아래로 가격을 정하려 한 것이다.

2017년 최고급 제품이던 아이폰X를 1000달러 바로 아래인 999달러에 출시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격 논의는 2199달러(약 296만원)까지 높아졌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관계자는 최근 수주 동안 여러 가격 방안이 논의됐으며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애플이 당초 설정한 원가 목표를 초과했다고 전했다.

대용량 저장장치를 탑재한 일부 모델은 3000달러(약 403만원)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일반 아이폰의 시작 가격인 799달러(약 107만원), 아이폰17 프로의 1099달러(약 148만원)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최신 폴더블폰도 1899달러(약 255만원) 안팎에서 시작하지만 애플 제품은 이보다 더 비싼 초고가 스마트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애플은 최근 시작한 ‘애플 업그레이드’ 구독 프로그램과 보상판매, 이동통신사의 할부 프로그램 등이 높은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접으면 여권·펼치면 7.8인치…짧고 넓은 화면 선택


제품 형태도 수년에 걸친 논쟁 끝에 결정됐다.

내부 디스플레이는 약 7.8인치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수의 안드로이드 폴더블폰보다 상대적으로 짧고 넓은 비율을 채택했다.

외부 화면은 5.5인치다.

애플 디자이너들은 개발 과정에서 제품을 접었을 때 여권 정도의 크기가 되고 펼치면 애플의 무선 터치패드인 매직 트랙패드와 비슷한 비율이 되도록 구상했다.

넓은 내부 화면은 동영상 시청과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태스킹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애플은 2023년께 이처럼 ‘짧고 넓은’ 형태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안드로이드 경쟁 제품과 차별화하면서 소비자들이 내구성과 배터리 등 폴더블폰의 일부 단점을 감수할 만큼 새로운 사용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운영체제도 이에 맞춰 손질했다.

애플은 자체 앱이 넓은 폴더블 화면에 맞게 작동하도록 개선하고 iOS에서도 서로 다른 화면 크기에 맞춰 앱을 자연스럽게 표시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 쿡이 시작하고 터너스가 마무리…CEO 교체 시점도 맞췄다


폴더블 아이폰 개발은 쿡 체제에서 시작됐지만 제품을 공개하는 역할은 터너스 CEO에게 돌아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터너스의 전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책임자였던 댄 리치오 시절 시작됐고 리치오가 산업디자인팀과 초기 기술개발을 이끌었다.

이후 쿡과 터너스가 제품의 가장 강력한 내부 후원자로 자리 잡았다.

한 관계자는 터너스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폴더블 아이폰 개발을 마지막 단계까지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애플은 터너스가 1일 CEO에 취임하도록 경영진 교체 시점을 맞췄고 쿡은 이사회 집행의장으로 물러났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일정이 새로운 애플 제품 시대의 출발을 알리고 터너스가 직접 폴더블 아이폰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미도 있었다고 전했다.

쿡은 9일 행사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 이를 지켜볼 예정이다.

◇ 폴더블 시장 2300만대…애플은 첫해 최대 1000만대 전망


폴더블폰은 성장세가 빠르지만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여전히 틈새시장에 가깝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2290만대로 예상된다.

세계 스마트폰 전체 출하량이 10억대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중은 여전히 작다.

그러나 애플 내부에서는 높은 가격에도 초기 생산 물량을 모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월가에서는 올해 폴더블 아이폰 판매량을 약 700만~1000만대로 전망하고 있다.

IDC의 나빌라 포팔 선임 연구원은 높은 가격에도 폴더블 아이폰이 강한 수요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에서는 고가 명품처럼 지위재 성격까지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첫 폴더블 아이폰은 터너스 시대에 예정된 대규모 신제품 전략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애플은 앞으로 터치스크린 맥북과 탁상형 로봇, 스마트안경, 카메라가 달린 에어팟, 영상 촬영을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주택 보안시스템 등 다양한 하드웨어를 수년에 걸쳐 내놓을 계획이다.

결국 10년 넘게 이어진 폴더블 아이폰 프로젝트의 승부처는 기술을 먼저 내놓는 것이 아니라 경쟁사들이 수년간 겪은 시행착오를 지켜본 뒤 더 높은 완성도로 시장을 장악한다는 애플 특유의 후발 전략이 이번에도 통하느냐에 있다.

터너스 CEO에게는 쿡이 강하게 추진하고 자신이 개발 막판을 이끈 첫 폴더블 아이폰을 2000달러가 훌쩍 넘는 가격에도 애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 수 있는지가 취임 직후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