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제품 이후 패키징·실리콘 검증서 자금 소진… 테솔브 최고경영자 '인내 자본' 촉구
- 설계 수정 땐 수개월 지체… ISM 2.0 기반 공공 마중물·전문 펀드·산업 자본 3단 결합 제안
- 한국 설계 업계도 MPW 이후 양산 검증 단절… 공공 지원 패러다임 전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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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인도 반도체 엔지니어링 기업 테솔브의 스리니 치나밀리 최고경영자가 2026년 9월 19일(현지시각) 칩 스타트업의 상용화 전 과정을 뒷받침하는 장기 인내 자본(Patient Capital) 생태계 구축을 촉구했다. 인내 자본은 단기적인 이익을 독촉하지 않고,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업을 위해 장기간 묵묵히 기다려주는 투자 자본을 말한다.
인도 경제매체 파이낸셜익스프레스는 칩 스타트업이 매출 발생 이전 단계에서 겪는 막대한 선행 개발비 부담 구조를 이날 보도했다. 시제품 제작 보조를 넘어 완제품 검증과 고객사 승인까지 이어지는 자금 결합 모델은 한국 시스템반도체 설계 업계의 사각지대 해소에도 뚜렷한 시사점을 던진다.
테이프아웃 이후 누적되는 비용 장벽
치나밀리 최고경영자는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이 마주한 최대 난제로 매출이 나오기 전 감당해야 하는 막대한 초기 지출을 지목했다. 설계 전문 기업은 유망한 설계를 확보하더라도 지식재산권 사용료, 전자설계자동화 도구 라이선스 비용, 시제품 제조와 검증 비용을 사전에 홀로 조달해야 한다.
치나밀리 최고경영자는 "소프트웨어 제품은 수정이 필요하면 비교적 신속하게 바꿀 수 있지만 반도체는 설계를 다시 수정하면 새 제조 주기가 시작되므로 상당한 비용과 수개월의 기간이 프로그램에 더해진다"고 지적했다.
공공 마중물과 민간 전문 자본의 단계적 결합
치나밀리 최고경영자는 정부 지원과 민간 자본의 단계별 결합 구조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위험도가 가장 높은 초기 단계에서는 정부의 인도반도체미션(ISM)과 세미콘 2.0 지원 체계가 마중물 역할을 맡아 민간 자본의 진입 위험을 낮춰야 한다.
기술 성숙기에는 반도체 전문성을 갖춘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가 투자를 잇고, 상용화 단계에서는 대형 산업 그룹이 장기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대형 산업 그룹은 제품이 아키텍처 구상에서 상업적 규모로 이동하는 데 수년이 걸리는 반도체 고유의 긴 호흡을 뒷받침할 수 있다. 시제품 제작, 패키징, 테스트 장비를 공동 이용하는 인프라 공유도 필수 조건으로 거론됐다. 설비를 공유하면 설계 기업의 시장 진입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철저한 기술 검증을 거친 뒤에는 신속하게 자금이 집행되어야 엔지니어링 팀 유지비로 현금이 고갈되는 위기를 막을 수 있다.
한국 팹리스 생태계 양산 검증 과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원 체계 역시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를 통한 시제품 제작 지원에 편중되어 있다. 칩을 찍어낸 뒤 완성차나 가전 등 실제 세트 업체의 규격에 맞추는 신뢰성 평가와 고객사 승인 비용은 개별 팹리스가 고스란히 짊어지는 구조다.
시제품을 성공적으로 만들고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후속 검증 비용을 대지 못해 상용화 직전에 사업을 접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가치사슬 측면에서 디자인하우스 업계 역시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백엔드 검증 지원 비용의 회수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시제품 단계에 갇힌 자금 지원이 후속 검증 인프라 연계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양산 전환 지연에 따른 스타트업의 자금 소진 위험은 확대된다.
반면 후공정·실리콘 검증 설비의 공공 바우처 체계가 안착하면 시스템반도체 상용화 속도는 개선될 수 있다. 파운드리 공급 단가가 급등하거나 시제품 제작 자체가 지연될 때는 이러한 선순환 경로가 성립하기 어렵다.
시장 안착의 핵심 과제는 지원 정책의 초점을 단순 시제품 제작 횟수에서 완제품 인증과 고객사 공급망 연결 인프라로 옮겨가는 일이다. 딥테크 생태계 구축 과정에서 모든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는 없으며 탈락 기업의 발생은 자연스러운 진통이다.
생존 기업이 축적한 지식재산과 엔지니어링 전문성은 다음 세대 산업을 떠받치는 자산이 된다. 시제품 이후의 자금 절벽을 건너 고객사 최종 승인에 도달하는 설계 기업의 비중이 시스템반도체 자립의 성패를 가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