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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프랑스 정상, EU에 ‘단일시장 접근 차단권’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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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프랑스 정상, EU에 ‘단일시장 접근 차단권’ 제안

공급망 다각화·집행위 신속 대응권 요구…中 무역불균형·핵심원자재 의존 배경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오른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7월 17일(현지시각) 독일 브륄 아우구스투스부르크궁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오른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7월 17일(현지시각) 독일 브륄 아우구스투스부르크궁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의 양대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불공정 무역에 대응하기 위해 EU 집행위원회가 특정 국가의 유럽 단일시장 접근을 신속하게 제한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할 것을 공동 제안했다.

특정 국가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EU의 막대한 대중국 무역적자와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에 대한 중국 의존이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중심 통상정책도 잠재적인 고려 대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이하 현지시각) 독일 공영 국제방송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 서한을 전날 보냈다.

두 정상은 기존 EU 무역방어 수단만으로는 다른 국가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두 정상, EU에 새로운 무역방어 수단 2개 제안


메르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이 제시한 첫 번째 방안은 공급망 다각화다.

유럽 기업들이 특정 국가나 공급업체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EU 차원에서 공급망을 분산시키자는 것이다.

두 번째 방안은 훨씬 강력하다.

제3국이 정치적 또는 경제적 수단을 이용해 공정한 경쟁 환경의 회복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유럽 단일시장에 심각하고 구조적인 왜곡을 초래할 경우 해당 국가의 단일시장 접근을 신속하게 제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두 정상은 공동 서한에서 무역이 정치·경제적 압박 수단으로 사용되고 구조적인 시장 왜곡과 세계적인 거시경제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개방적이고 규칙에 기반한 무역체제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상황이 유럽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 환경과 핵심 산업 생산기반, 혁신 역량을 약화하고 다른 국가에 대한 의존과 ‘지경학적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 EU 집행위가 먼저 조치…회원국이 뒤집는 방식


이번 제안이 현실화하면 EU의 무역 대응 절차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현재 특정 국가의 단일시장 접근을 제한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 EU 회원국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메르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사실상 반대로 바꾸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EU 집행위원회가 우선 특정 국가의 단일시장 접근 제한 조치를 결정하도록 하고, 이후 회원국들이 가중다수결로 이를 막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EU의 가중다수결은 원칙적으로 전체 회원국의 최소 55%가 참여하면서 이들 국가가 EU 전체 인구의 최소 65%를 대표해야 성립한다.

집행위원회가 먼저 행동하고 회원국이 사후에 제동을 거는 구조가 되면 현재보다 훨씬 신속한 통상 대응이 가능해진다.

다만 두 정상의 서한은 EU 외교에서 ‘논페이퍼’로 불리는 비공식·비구속 문서다. 공식 정책을 확정하는 문서는 아니며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논의를 시작하는 성격이다.

◇ 특정국 명시 안 했지만…중국이 최대 배경


메르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공동서한에서 중국이나 미국을 직접 지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DW는 이번 제안의 가장 뚜렷한 배경으로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과 핵심 원자재 의존을 꼽았다.

EU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약 3600억유로(약 542조원)에 달했다.

EU는 희토류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에서도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첨단기술 제품과 서비스 분야에서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유럽의 입장에서는 값싼 중국산 상품의 유입 문제뿐 아니라 공급망을 특정 국가가 통상·외교적 압박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위험까지 동시에 커진 셈이다.

DW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관세 중심 통상정책을 고려하면 미국 역시 이번 제안의 잠재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독일의 태도 변화도 주목


이번 공동제안은 유럽의 대중 통상정책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함께 보다 강경한 대응을 요구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독일 경제는 오랫동안 중국 시장과 공급망에 크게 의존해왔고 중국과의 통상마찰 확대에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유럽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와 핵심 원자재 공급망 위험이 커지면서 독일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무역방어 수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DW는 “독일 언론에서도 과거 EU의 강경한 대중정책에 제동을 걸었던 독일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그동안 유럽 산업 보호와 경제적 자율성 강화를 상대적으로 강하게 주장해왔다.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새로운 통상수단을 요구하면서 EU 차원의 무역방어 정책 강화 논의에도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

◇ EU 통상수장 방중 직전 제안


공동서한이 나온 시점도 주목된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주 중국을 방문해 무역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EU와 중국은 무역 불균형과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 수출 통제 문제를 놓고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앞서 중국과의 무역 문제에서 10월까지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는 15~16일에는 EU 정상회의도 예정돼 있다.

중국은 EU가 새로운 무역 제한 조치를 도입할 경우 필요에 따라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독일과 프랑스의 제안이 실제 제도로 이어지려면 EU 차원의 추가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함께 기존 무역방어 체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단일시장 접근 자체를 제한할 수 있는 신속한 수단을 요구했다는 점은 EU 통상정책이 보다 적극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