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인터뷰]철근 원산지 표시 의무화 추진회 이재권 의장 "중국산 철근 표시 의무화로 안전과 국민 알권리 보장"

공유
8

[인터뷰]철근 원산지 표시 의무화 추진회 이재권 의장 "중국산 철근 표시 의무화로 안전과 국민 알권리 보장"

"KS인증 받고도 품질 문제 있는 저급 중국산 철근이 문제"…입법화 순조롭게 추진 中

[글로벌이코노믹 김국헌 기자] 국내 유명 대형 건설사들이 중국산 철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중국산 철근 모두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KS인증을 받고도 품질검사 결과 연신율, 강도 등에서 기준치에 미달하는 중국산 철근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건설현장을 급습해 부적합 철강재 단속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철근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자는 단체가 생겨나 주목받고 있다. 철근 원산지 표시 의무화 추진회 이재권 의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

편집자 주


철근 원산지 표시 의무화 추진회 이재권 의장이미지 확대보기
철근 원산지 표시 의무화 추진회 이재권 의장

-철근 원산지 표시 의무화 추진회가 7월 발족했다. 설립 배경은?


"철강사업을 하면서 가짜를 파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내가 샘소나이트 가방을 파는 사람이다. 그런데 누가 샘소나이드란 이름을 달고 판다고 치자. 가격도 훨씬 싸게. 고객들은 이러한 가짜를 쓰면서 나에게도 가격을 내리라고 압박한다. 이러한 일이 철강업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건물의 안전과 수명을 위해서는 양질의 철근을 사용해야 하지만, 상당수의 건설회사에서는 이익을 위해 한해 약 3000억원 규모로 저가 중국산 철근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일부 중국산 철근은 국내 KS품질 기준에 미달돼 안전을 위협하고 있으며, 심지어 제조자 표시가 위조돼 유통되는 경우도 있다. 음식물의 경우 원산지를 표시하는 것처럼 철근도 원산지를 표시해 소비자의 알 권리와 안전을 보장하자는 것이 '철근 원산지 표시 의무화 추진위원회'의 발족 배경이다.

'진짜 대형 건설사에서도 수입산 철근을 써요?'라고 소비자가 물어보곤 한다. 1년에 집 40만채가 지어지는데 매해 10만채 정도는 중국산으로 집을 짓는다고 얘기해준다. 소비자들은 내가 사는 아파트에 일부 중국산이 들어간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철근은 H형강과 달리 중국산 제품이 대부분 KS인증을 받고 수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든 중국산이 문제가 된다는 것인가?


"그래서 일부 중국산이라고 얘기한 것이다. 사강, 라이우, 일조, 징이에, 진시 등 세계 조강순위 50위 이내의 중국 초대형 철강사들의 제품은 믿을 만하다. 현재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철근 제조사들은 약 20개 정도로 파악되는데 위에 거론한 철강사들 외에는 품질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 실제 사강, 라이우, 일조 등의 제품은 다른 중국산 제품보다 가격도 t당 10달러 정도 비싸다. 우리나라에 수입된 제품들은 산업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에서 품질을 임의 조사할 수 있다.

올해 3월에는 중국 수입제품들이 품질문제로 걸렸다. 하북태강강철은 KS인증을 받은 업체지만 막상 검사해보니 단위, 무게, 연신율 모두 기준에 미달했다. 철강협회에서 철근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국가기술표준원의 행정조치를 요청했지만 통상마찰 우려로 아무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고 흐지부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KS인증을 받은 중국산 철근도 품질을 확신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당산동화강철, 현용강철, 당산지성강철 등 다른 업체들도 품질이 기준에 미달했다. 이러한 품질 부적합 철강재들이 아파트에 깊이 침투해있다.

이들 제품은 국산보다 훨씬 수명이 짧을 수 밖에 없다. 지금은 드러나지 않아 괜찮을지 몰라도 10~20년이 지나면 미우라 리조트 참사같은 일이 재현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국산 철근을 아예 사용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품질 좋은 중국산 철강재를 쓰자는 것이다. 품질 좋은 중국산 철근을 써서 국내산과 당당히 경쟁시키는 것은 시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중국철강사들이 KS를 받을 때만 제대로 생산하고 이후엔 KS규격을 지키지 않는단 말인가?


"중국 업체들은 KS인증을 받기 위해 시제품을 품질 좋게 생산하고 KS를 받은 다음 한국에 수출한다. 이 기간이 약 2년 정도 유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기간동안 검사도 안 한다. 2년 지나면 다시 시제품을 좋게 생산해서 또 KS인증을 받는 일이 일반적이다. KS인증을 받고 품질이 기준에 적합한지 유무를 사용자인 건설사들이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데 이게 안되고 있다.

많은 건설사들이 이익을 더 내기 위해 저렴한 중국산 철근을 찾기 때문이다. 또 품질 검사비가 건당 100만~150만원에 이르는데 누가 일일이 검사해서 수입하겠는가. 그러면 국가가 개입해서 제대로 들어오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인력부족으로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이다. 가장 시장친화적인 방법은 원산지를 표시해서 소비자들이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중국산 철근을 사용하는 대형 건설사들은 어디인가?


"대우건설, 현대건설은 국산만 쓰고 있다. 롯데건설, 금호건설, 삼호건설 등이 중국산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편이다. 한해에 철근 수입량이 100만t에 이른다. 그 중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일본 건설사들은 중국산을 1t도 사용하지 않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LH공사조차도 중국산 철근을 쓴다. 자기들은 중국산 쓸지는 모르고 하청만 줬을 뿐이라고 얘기하더라."

-건설사들이 수입 철근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억원 가량의 아파트 한 채당 수입 철근으로 절감할 수 있는 금액은 60만원 내외에 불과하다. 아파트 한채당 약 10t의 철근이 들어가는데 수입제품을 쓰면 t당 6만원 가량이 절감된다. 건설회사가 소비자를 위해 원가를 절감하고 아파트 가격을 경쟁력 있게 낮출 생각이었다면 그 의도가 가상했겠지만 대부분 건설회사는 소비자에게 그러한 사실을 숨기고 진행한다. 그래야 1만 세대를 지을 경우 60억원을 추가로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에 대한 배려는 없고 이익만 우선한다."

- 원산지 표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건설현장에 가보면 공사 개요라고 해서 현수막을 걸어놓는다. 건설을 마칠 때까지 이 공사 개요에 중국산 철근 사용유무를 기재하자는 것이다. 처음에는 중국산 정도로 시작하겠지만 나중에는 어디 제품을 사용했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적는 방향이 옳다고 본다."

-현재 원산지 표시 의무화와 관련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진행 상황은?

"이 법안은 건설산업기본법의 일부 개정으로 빠른 시간 안에 입법화 될 것이다. 얘기가 잘 되고 있는 상황이다."

- 건기법 개정안이 발효되고 1년이 지났다. 하지만 건기법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예를 들어 부적합 철강재를 수입한 유통업자, 수입업자, 건설업자 세 곳 모두 처벌이 가능한데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진 바 없고, 여전히 수입은 기승을 부린다.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 항상 전문적이고 테크니컬한 일은 덮여져 있다. 건기법을 이해하는 소비자들이 없다. 자꾸 알기 쉽게끔 계도를 하고 알려주고 소비자단체하고 조사하는 일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아파트 현장에 가서 원산지 표시 했는데 진짜 그걸 쓰는지 확인하고, KS쓰는데 제품이 불량이라면 중국과 소송도 불사해야 한다.중국쪽에서도 내 얘기에 공감할 것이라고 본다. 불량 제품 수출 몇 건으로 인해 중국산 철강에 대한 이미지는 계속 하락한다. 중국 자체에서도 국가브랜드를 유지하려면 업체들이 부적합 철강재를 수출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철근 원산지 표시 의무화 추진회가 하는 일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계획은?


"각 건설회사 현장별 중국산 철근 사용 현황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10여개사 정보 공개가 완료됐다. 입법화를 추진하고, 광고와 기고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1단계는 건설현장에서 수입 철근 원산지를 표시하는 것이고, 2단계, 3단계는 KS인증을 받은 제품이 품질에 문제가 없는지 지속 감시해 나가는 일들도 할 것이다."
김국헌 기자 k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