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선진국은 정부가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띠는 것과 달리 산은의 행보는 다른 양상이다. 20일 국내 산업계 내부에서는 산은이 기업에 빌려준 채무를 바탕으로 기업을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 산은은 중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할 경우 7000억원대의 차익금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 매각룰을 놓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협상보다는 일방적인 통보와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기업에 빌려 준 채무를 쥐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영환경을 무시한 일방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산은 등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이 같은 행보는 정부가 적극 나서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미국 등 선진국 모습과도 반대된다.
미국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기고 있지만 자국의 핵심 기반시설이나 선진기술에 대해서는 ‘외국인투자규제법’으로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반면 산은은 금호타이어가 국내 타이어 업계 최초로 항공기 타이어를 개발한 방위업체임에도 더블스타와 매각 작업을 강행하려하고 있다.
독일 정부도 해외자본이 자국내 기업을 인수·합병(M&A)할 경우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4대 산업용 로봇제조업체인 ‘쿠가’가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그룹에 매각되는 것이 계기가 됐다.
더블스타를 앞세워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중국 정부 역시 과거에는 해외 자본을 적극 유치했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자본의 유입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관련법을 고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은행 이익을 우선하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자는 게 아니다”며 “그러나 산은은 최근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설립 취지가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원기 기자 000wonk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