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최대 라이벌 페이스북이 알파고의 대항마로 카드게임이 가능한 AI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어로 불꽃 또는 불꽃놀이를 뜻하는 하나비는 2명에서 5명의 플레이어가 카드를 이용해 함께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의 일종으로 일반적인 카드게임과 달리 단순히 승부를 내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들끼리 힘을 합쳐 가장 많은 점수를 얻는 협력 게임이다.
각 플레이어는 손에 카드를 4~5장 들고 시작하는데, 뒷면이 보이게 들어야 한다. 포커 게임과는 반대로 다른 사람 카드는 모두가 볼 수 있지만 본인이 들고 있는 카드는 볼 수 없다. 따라서 한 플레이어씩 순서가 돌면서 다른 플레이어들로부터 카드에 대한 힌트를 얻어야 하고, 이를 통해 본인이 어떤 카드인지 추리해야 하는 게임이다.
페이스북이 개발한 하나비 AI는 구글보다 한발 늦었지만 구글을 긴장케 하는 기술적 쾌거로 평가된다. 관련학계와 업계에서도 페이스북이 하나비 카드게임이 가능한 AI를 개발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바둑 AI는 매우 복잡한 경우의 수를 예측해 인간을 꺾었지만 하나비 카드게임이 가능한 AI는 팀워크와 전략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알파고보다 한차원 높은 기술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하나비는 주어진 정보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다른 플레이어의 마음을 읽는 추론 능력을 요구하는 데다 플레이어간 협력을 통해 전략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플레이어가 가능한 게임이기 대문에 복잡한 연산을 인간보다 뛰어나게 하는 능력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AI 사업부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행동에서 뭔가를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을 ‘마음의 이론(theory of mind)’이라고 하는데 하나비는 이런 능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인간들끼리 즐기기에 좋은 게임일뿐만 아니라 AI 연구자들 입장에서도 기술적으로 정복하고 싶은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하나비 AI가 같은 팀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글 알파고에서도 쓰였던 ‘몬테 카를로 트리 탐색(Monte Carlo tree search)’이라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몬테 카를로 트리 탐색은 최소-최대 알고리즘을 개선한 것으로 모든 경로를 탐색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에 효율적인 기술이다.
페이스북 AI 사업부의 애덤 레러 연구원은 “우리가 하나비 AI를 개발한 것은 단순히 게임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여기에 적용된 기술들이 복잡한 주변 상황을 추론을 통해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자율주행차나 인간의 행동을 통해 뭐가 필요한지 판단해야 하는 AI 도우미 등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안지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