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美 주요기업 CEO와 일반근로자 보수 ‘299배’ 차이

미국 기업의 총수들이 엄청난 보수를 챙기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S&P 500에 편입된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우는 말할 필요조차 없는 이유다. S&P 500지수는 미국 뉴욕증시에서 주식이 거래되는 500개 대기업으로 구성된 대표적인 주가지수.
본래부터 격차가 컸던 S&P 500지수 편입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일반 근로자의 보수 격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이하 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노동단체로 조합원 1250만명을 둔 미국노동연맹-산별노조총연맹(AFL-CIO)이 코로나 사태 와중이던 지난해 S&P 500 상장기업 CEO의 평균 보수와 일반 노동자의 평균 급여를 조사한 결과 그 차이가 299배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역대급 경기부양책이 집행되면서 고용유지 지원자금을 비롯해 근로자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유례 없는 각종 지원금이 쏟아졌음에도 근로자 대비 CEO의 처우는 오히려 강화됐다는 뜻이다.

◇CEO 평균보수 178억 vs 근로자 평균보수 4992만원

AFL-CIO이 이날 발표한 ‘2020년 기업 경영진 처우’ 보고서에 따르면 S&P 500 상장사 CEO의 평균 보수는 1550만달러(약 178억원)로 조사됐다. 지난 10년간 평균과 비교하면 26만달러(약 3억원) 올랐고 지난 2019년과 비교하면 70만달러(약 8억원) 증가했다.

이에 비해 이들 기업에 속한 근로자(생산직 및 비관리직)의 평균 급여는 지난 10년 평균보다 957달러 오른 4만3512달러(약 4992만원)로 조사됐다. 근로자와 CEO간 처우 격차는 299배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 조사 때는 264대 1이었던 격차가 299대 1로 벌어졌다.
보고서는 “CEO와 근로자간 보수 격차가 중요한 이유는 격차가 클수록 승자독식 경영방식이 강화되고 있음을, 경영진의 기여도가 보수 책정에서 지나치게 많이 적용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고 격차가 적을수록 장기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종업원 처우 개선에 투자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리즈 슐러 재무담당 AFL-CIO 사무총장은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매년 봐왔던 추세가 지난해에도 되풀이된 점을 확인했다”면서 “CEO와 근로자간 보수가 이처럼 큰 차이를 보였다는 것은 불공정한 부의 배분과 불균형한 경제구조가 미국 경제의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계속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고통분담했어도 C대 보수 대부분은 성과급

CNN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 정부가 이 문제에 관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부의 편중 문제가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면서 미국 정부는 주요기업 경영진의 보수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투명성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특히 지난해초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상당수 기업 총수들과 경영진이 고통 분담 차원에서 기본급을 포기하거나 아예 보수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기본급 수준의 삭감 정도로 CEO 보수가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웠다. CEO에게 지급하는 보수의 대부분은 주식과 연계하는 방식이거나 보너스 형태의 성과급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코로나 사태에도 주식이 활황을 보이면서 CEO들이 챙기는 몫은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S&P 500 상장사 CEO들이 받은 평균 급여가 100만달러(약 11억원)를 갓넘는 수준이었다면 이들이 별도로 챙긴 성과급이 평균 1400만달러(약 161억원)나 됐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결과 지난해 CEO들의 보수는 전년 대비 5% 증가했으나 근로자들의 보수는 1% 오르는데 그칠 수 밖에 없다고 CNN은 전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