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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가 '다보스포럼' 초청 굳이 거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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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가 '다보스포럼' 초청 굳이 거절한 이유

지난 16일(현지시간)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막을 올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장에 참석자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6일(현지시간)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막을 올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장에 참석자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로이터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매년 열려 ‘다보스포럼’으로도 널리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가 정·재계 지도자와 학계 인사를 비롯한 전세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석한 가운데 16일(이하 현지시간) 막을 올렸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계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한 유명 경제계 인사가 참석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그는 다름 아니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 이래 하루도 잘 날 없이 논란을 일으켜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머스크 CEO는 초청을 받지 못해 불참한 것이 아니라 초청은 받았지만 굳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나아가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는 대표적인 협의체인 WEF에 참석하는 대신 WEF에 맹렬한 비판을 쏟아내면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머스크가 WEF를 맹폭한 이유는 다름아니라 이른바 WEF가 글로벌 표준화를 적극 추진 중인 ‘ESG 경영’에 대한 반감 때문으로 보인다.

◇머스크 “ESG는 사악한 것” 맹폭


일론 머스크가 16일(현지시간)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일론 머스크가 16일(현지시간)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것으로 'ESG 경영'이란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WEF는 ESG 경영을 글로벌 표준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산업계 전반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ESG 경영을 핵심 아젠다로 삼고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포럼.

그러나 머스크는 ESG 경영의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WEF 연차 총회가 개막한 16일 올린 트윗에서 “ESG의 S는 사탄(Satan)을 뜻하는 것”이라며 ESG 경영을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시키려는 WEF의 움직임을 맹비난했다.

WEF가 사회적인 책임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머스크는 이를 전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한 셈이다.

WEF에 대한 머스크의 비판적인 입장이 처음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가 앞서 지난달 24일 올린 트윗에서 “WEF로부터 참석해달라는 초청이 왔지만 거절했다”고 이미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WEF는 엘리트 중심의 협의체(?)

당초 머스크는 지난달 WEF 연례 총회 불참 의사를 밝힌 이유로 “다보스포럼이 사악한 모임이라서라기보다 지루한 논의를 하는 모임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WEF가 추구하는 ESG 경영 자체가 사악한 경영 전략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인 셈이다.

미국의 투자 전문매체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머스크의 WEF 비판론은 WEF를 지난 1971년 설립한 독일 태생의 스위스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슈밥은 서양의 ‘주주 자본주의’는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기업의 목적을 주주 이익 극대화에서 주주·종업원·사회 등 이해관계자 모두의 이익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WEF가 ESG 경영을 글로벌 표준으로 삼으려는 행보를 보이는 것도 설립자인 슈밥의 이같은 생각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WEF의 이같은 움직임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엘리트만의 국제 모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머스크는 같은 날 올린 트윗에서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글로벌 포럼이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WEF 같은 포럼은 소름이 돋는다”고 비판했다. WEF가 글로벌 현안을 다루는 협의체로 적절한지도 의문이거니와 슈밥을 위시한 일부 엘리트 중심의 모임이라는 비판에 동조하는 의견을 피력한 셈이다.

그는 미국의 환경 연구단체 ‘환경진보’를 설립한 환경운동가 마이클 셸렌버거가 앞서 이날 올린 트윗에서 “슈밥 WEF 설립자는 WEF를 통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뿐 아니라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에까지 참석하는 광폭 횡보를 보이고 있다”면서 “클라우스 슈밥이란 사람이 대체 뭐길래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냐”고 비판하자 이같이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