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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반도체 블랙홀' 한국의 선택은...中, 日에 미국의 대중 압박 동참 말라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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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반도체 블랙홀' 한국의 선택은...中, 日에 미국의 대중 압박 동참 말라 경고

친강 중국 외교부장, 하야시 일본 외무상에게 밝혀…한중 간 현안 부상 예고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왼쪽)이 2일 중국 베이징에서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왼쪽)이 2일 중국 베이징에서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2일 베이징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에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차단하려는 미국의 대중 압박에 일본이 참여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중국이 3년 4개월 만에 자국을 찾은 일본 외무상에게 반도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것은 향후 한중 간에도 이 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표면화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베이징의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미국 과거에 일본의 반도체 산업에 따돌림과 같은 잔혹한 압박을 가했다”면서 “이번에는 중국에 그 낡은 수법을 쓰고 있살을 베이는 고통을 겪었던 일본은 위호작창(爲虎作伥)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위호작창은 ‘호랑이를 위해 귀신이 된다’는 뜻으로, 악인의 앞잡이를 비판할 때 쓰는 고사성어다.
일본지난 31일 첨단 반도체 장비 23품목의 대중국 수출을 사실상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은 일본의 조처를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압살 작전에 동참한 것으로 여긴다.

하야시 일본 외무상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치가 아니다”면서 “국제적인 평화와 안전이란 관점에서 국제적인 규칙에 따르는 엄격한 수출 규제를 할 것이고, 앞으로도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친강 부장은 “일본이 주요 7개국 (G7) 회원국인 동시에 아시아의 일원”이라며 “역사와 인민에 부끄럽지 않은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최근 미국의 ‘반도체 지원 및 과학 법’ (칩스 법) 시행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아시아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아니면 중국이라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향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공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 일본, 대만 등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미국 내 사업을 확장할지, 아니면 중국 내 사업 역량을 계속 확대해나갈지 선택에 직면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공장을, 쑤저우에서 반도체 후공정(패키지) 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서 D램 메모리칩 제조시설을 가동 중이며, 다롄에서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공장을 인수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도 중국 난징과 상하이에서 반도체 제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31일 첨단반도체 분야의 수출 규제 강화 조처를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반도체 통제에 동참하기로 했다. 수출 통제 대상 품목은 섬세한 회로 패턴을 기판에 기록하는 노광장치, 세정·검사에 사용하는 장치 등 23개다.
중국도 미국에 맞서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규제에 착수했다. 2일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지난달 31일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제품에 대한 인터넷 안보 심사를 시작했다.

마이크론은 세계 D램 시장에서 점유율 25% 안팎으로 3위, 낸드플래시 부문에선 10% 내외로 5위를 달리는 기업이다. 마이크론은 작년 중국에서 전년 대비 34% 늘어난 3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체 매출 308억 달러의 10%를 넘는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대한 미국산 첨단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고, 인공 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