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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日 기시다, 보선서 1승 1패…중의원 해산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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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日 기시다, 보선서 1승 1패…중의원 해산 어려울 듯

22일 실시된 일본 국회의원 선거 결과로 기시다 총리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  사진=본사 자료 이미지 확대보기
22일 실시된 일본 국회의원 선거 결과로 기시다 총리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 사진=본사 자료
일본 집권 자민당이 22일 실시된 두 번의 보궐선거에서 1승 1패에 그쳤다. 자민당은 참의원 도쿠시마 고치 선거구에서 패배했으나 중의원 나가사키 4지구에선 승리했다.

중의원 해산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험난한 줄타기를 해온 기시다 후미오 총리로선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기시다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결정할 것인지 여부는 일본 정가 초미의 관심사다. 조기 해산 주장의 배경은 2021년 중의원 선거와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 연승을 거둔 기시다 총리가 주도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궐선거 '1승 1패'의 예상 밖 결과는 기시다 총리의 정국 장악력에 의문 부호를 던져주고 있다.
양 선거구의 투표 결과를 지켜본 자민당 한 간부는 "내일부터 국회에서의 논의가 치열할 것이다"라며 "그런 상황에서 중의원을 해산할 수는 없다"고 한탄했다.

나가사키 4구는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4연승 한 지역구다. 자민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곳이어서 승리가 당연시됐다. 한국 정치에 대입하면 집권 국민의 당이 영남에서 이긴 셈이다. 혹은 민주당이 호남에서 승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곳은 지역구 의원의 돌연한 죽음으로 보선이 이루어졌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선 현역 의원의 사망으로 보선이 치러지면 동정 여론으로 인해 그의 소속 정당 후보가 낙승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뜻밖의 결과


그런 통계와 지역구의 기울기를 감안하면 자민당이 압승을 거둬야 했으나 결과는 신승(辛勝)이었다. 이전 자민당 의원이 스캔들로 사임한 도쿠시마 고치에선 9만 표 차의 참패를 당했다.

기시다 총리에게 더욱 뼈아픈 사실은 보궐 선거의 패배 원인이 자신의 내각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 때문이라는 당내 따가운 질책이다. 교도통신이 14일과 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32.3%에 그쳤다. 지난 9월 조사보다 7.5% 하락한 수치다.

보궐선거 출구조사는 여당도 야당도 아닌 중도층의 ‘광속 이탈’ 현상을 보여주었다. 교도통신의 조사에 따르면 자민당 후보는 나가사키 4구에서 중도층 표의 36%, 도쿠시마와 고치에선 17%를 얻는 데 그쳤다.

나가사키 4구의 자민당 후보 진영의 한 원로는 "기시다 내각의 낮은 지지율이 무소속 지지의 역풍으로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선거 운동 기간 중 기시다 총리는 투표 직전인 21일 두 번째로 나가사키를 찾으려 했으나 지역구로부터 거부당했다. 명목상 이유는 "현지에 축제가 있어서…" 였으나 실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총리가 오면 오히려 표를 갈아 먹을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이제 기시다 총리의 손에는 아무런 카드도 들려 있지 않다. 이미 총리는 몇 차례 부양책을 썼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일본 총리는 예산과 세금을 양손에 쥐고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해 왔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20일 여당 관리들에게 소득세 감면을 명령했다. 양손의 떡 가운데 하나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영 신통치 않았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고물가 대책으론 적합하지 않다"든가 "현금 지급이 더 실감 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국회 심의에서 소득세 감면안이 비판받게 되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더 하락할 전망이다.

기시다 총리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난 13일 도쿄 지방법원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은 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회) 해산명령을 청구했다. 임시 국회가 열리면 피해자 지원을 위해 구 통일교회의 재산을 보존하는 법안에 대해 야당의 공격을 받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기시다 총리는 인사에도 낙제점을 받았다. 지난달 개각을 단행했지만 자파 일색이었다. 차관에 여성을 기용하지 않아 지지율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내 4번째 파벌에 불과하다. 중의원 해산은 그런 그에게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할 수 있는 카드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예상 밖 보선 결과로 손에 쥔 카드를 써먹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