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무기화로 미국을 흔드는 베이징의 새 힘과 그 파고를 정면으로 맞게 된 한국의 생존 해법
산업 기반과 외교 전략을 함께 바꾸지 않는다면 한국은 또다시 다른 나라의 전략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산업 기반과 외교 전략을 함께 바꾸지 않는다면 한국은 또다시 다른 나라의 전략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미지 확대보기중국의 희토류 무기화가 열어젖힌 새로운 경쟁의 문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는 미국과 세계 공급망 전체를 겨냥한 본격적인 힘의 시위이자, 신냉전 질서의 방향을 바꾸는 사건이다. 희귀한 흙이라는 뜻의 희토류는 스마트폰과 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이며, 강력한 자성, 형광, 열 안정성 등의 특성으로 인해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원소다. 그래서 희토류에 대한 통제는 단지 특정 광물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세계 산업과 군사 기술의 동맥을 쥐고 있느냐를 둘러싼 힘의 재배치를 뜻한다. 한국은 이 충격의 최전선에 서 있는 나라다.
이 글은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인 더힐(The Hill)이 지난 12월7일 중국이 지난 10월 초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한 뒤 그 달 말인 10월30일 김해공항에서 개최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미·중 정상회담에서 그 같은 통제 조치의 1년 유예 결정을 취한 것과 관련해 보도한 것을 바탕으로 그 안에 내재된 국제 질서의 구조와 한국의 안보 및 국익에 드리우는 함의를 심층 분석한 것이다.
중국은 왜 지금 희토류 카드를 꺼냈는가
미국의 불안한 현실과 공급망 복원의 한계
희토류는 미사일, 방공 체계, 전기차, 스마트폰, 의료기기에 이르기까지 현대 군사력과 산업 경쟁력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다. 미국이 광산 개발과 동맹 협력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십 년간 중국이 축적한 생산 기술·정제 능력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렵다. 미국의 정치 체제는 장기 산업 전략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이 가진 카드의 여유 폭은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희토류는 시작일 뿐이다: 중국이 쥔 더 큰 자원 무기
중국의 자원 지렛대는 희토류에 국한되지 않는다. 의약품 원료, 배터리 핵심 광물, 태양광 공급망 등 세계 산업의 핵심 기반 상당수가 중국에 집중돼 있다. 희토류 통제는 베이징이 보복 가능성을 시험하는 초기 단계이며, 필요할 경우 더 넓은 산업 분야에서 공급망을 무기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힘의 중심이 군사력에서 공급망 통제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은 가장 위험한 위치에 서 있다
한국은 안보 동맹은 미국에, 산업 구조는 중국에 결박돼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는다.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방산까지 한국의 주력 산업은 희토류와 특수 금속, 핵심 소재에 깊이 의존한다. 중국이 통제를 강화할 경우 한국은 미국보다 먼저, 더 깊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취약한 구조적 기반이 희토류 사태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났다.
한국 산업 기반의 생존을 가르는 질문
한국이 직면한 질문은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이다. 한국은 자국 산업의 생존을 스스로 지킬 공급망 자립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아직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핵심 광물과 소재의 의존도는 높고, 재고·대체 공급선·재활용 기술에 대한 국가 전략은 초기 단계다. 세계 시장에서는 상위에 있지만, 기반 자원 측면에서는 취약성이 누적돼 있다.
한국이 선택해야 할 전략적 대응 방향
한국은 동맹과 자립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정렬해야 한다.
첫째 공급망 자립 역량을 실제로 구축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광물 확보 전략, 자원 보유국과의 장기 협정, 재활용 기술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둘째 미국과의 기술 동맹을 산업 기반 협력으로 확장해야 한다. 반도체·배터리 기술은 미국에게도 공급망 안전을 보장하는 핵심이므로 협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셋째 중국과의 경제 관계는 단절이 아니라 위험 관리 체제로 재설계해야 한다. 통제 불가능한 분야와 협력 가능한 분야를 구분해 대응하는 전략적 분리가 필요하다.
새로운 질서의 초입에서 한국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는 새로운 세계 질서의 서막이다. 미국은 군사력에서는 우위지만 공급망 자립에서는 불완전하고, 중국은 자원과 산업 기반 무기화를 통해 새로운 힘의 기준을 만들고 있다. 한국은 이 충돌의 중심에서 생존과 도약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희토류는 단지 첫 신호이며, 앞으로 더 강한 압박이 이어질 것이다.
지금 한국이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가 다음 10년의 안보와 국익을 결정할 것이다. 산업 기반과 외교 전략을 함께 바꾸지 않는다면 한국은 또다시 다른 나라의 전략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번 충격을 국가 전략을 재설계할 마지막 경고로 삼아야 한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