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 미군 탄약 공급망 핵심 진입
여수공장 ‘K-자동화’ 이식해 2030년 양산… 로켓 모터 생산 확장도
여수공장 ‘K-자동화’ 이식해 2030년 양산… 로켓 모터 생산 확장도
이미지 확대보기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IE)과 브레이킹디펜스 등 외신은 14일(현지 시각) 한화가 미국 내 155㎜ 곡사포용 모듈식 장약 시스템을 생산하기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신규 공장 건립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조립 공장이 아니라 원료 생산부터 최종 조립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된 생산 거점을 미국 본토에 마련한다는 점에서 한국 방산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진입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료부터 완제품까지…미 공급망의 ‘빈틈’ 파고든다
한화의 이번 투자는 미국 국방부가 겪는 만성적인 탄약 부족, 특히 추진제(Propellant) 수급난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화 관계자는 이번 시설이 원료 수급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미국 내에서 소화하는 ‘완전 통합형 방산 시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공장은 포탄 추진제의 핵심 원료인 니트로셀룰로오스와 니트로글리세린을 직접 생산하고, 이를 배합해 삼중기(Triple-base) 추진제를 만든 뒤, 최종적으로 155㎜ 포탄용 모듈식 장약으로 조립하는 전 과정을 수행한다. 현재 미군은 우크라이나 지원 등으로 155㎜ 포탄 재고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탄두는 생산하더라도 이를 날려 보낼 장약이 부족해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한화가 원료 단계부터 현지화를 선언한 것은 미 국방부의 요구를 정확히 공략한 셈이다.
이우진 한화 여수사업장 공장장은 “한화가 보유한 완전 자동화된 수직계열화 생산 역량을 미국에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화 디펜스 USA는 공장 설계를 위한 현지 엔지니어를 채용 중이며, 다음 달 중으로 환경 인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여수 공장의 ‘K-자동화’ 이식…생산 효율 극대화
새로 들어설 미국 공장은 한화의 국내 핵심 생산기지인 여수 공장을 모델로 삼는다. 여수 공장은 현재 연간 약 120만 개의 장약 모듈을 생산하며, 2028년까지 이를 160만 개로 늘릴 계획이다. 충북 보은에 짓는 제2공장 역시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공장 또한 이와 유사한 규모와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노동력 비용이 높은 미국 제조업 환경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고도화된 자동화 공정이 필수다. 한화는 이미 국내에서 검증된 공정 기술을 그대로 이식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로켓 모터까지 확장…종합 방산 기업으로 도약
한화는 이번 공장을 단순한 장약 생산기지에 머물게 하지 않을 기세다. 회사 측은 향후 시장 수요에 따라 사거리 연장탄의 핵심 부품인 ‘베이스 블리드(Base Bleed·항력감소장치)’ 생산 라인을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공장 인력은 초기 200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나아가 다연장로켓이나 미사일에 들어가는 ‘로켓 모터’ 생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이는 대전 공장의 로켓추진 기관 생산 능력을 미국으로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공장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연간 약 5억 달러(약 73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한화의 이번 행보를 두고 “미국 방산 생태계의 하청업체가 아니라 핵심 파트너로서 위상을 굳히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제조업 부활과 공급망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이 자본과 기술을 투입해 미군의 전력 공백을 메우는 구조는 한·미 방산 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증권가 “미 본토 거점 확보, 기업가치 재평가 분수령”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10억 달러 투자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가치 재평가’를 이끌 분수령으로 평가하고 있다. 단기적인 설비투자(CAPEX) 비용 부담보다는 진입 장벽이 높은 미 국방부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격상된다는 점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분위기다.
특히 글로벌 경쟁사인 독일 라인메탈(Rheinmetall)이 유럽 내 생산 능력 확충에 집중하는 사이 한화는 미국 본토에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공장을 선제적으로 구축함으로써 북미 시장 내 확실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기회를 잡았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지속적인 포탄 공급 부족 국면에서 미군의 안정적인 조달처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실적 증가를 넘어 기업 가치의 구조적 레벨업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향후 미 육군 자주포 도입 사업에서 K9의 채택 가능성을 높이는 연쇄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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