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유가 폭등·증시 추락… 호르무즈 봉쇄가 뒤흔드는 세계 경제

글로벌이코노믹

유가 폭등·증시 추락… 호르무즈 봉쇄가 뒤흔드는 세계 경제

브렌트유 한 달 새 110달러대 돌파, S&P500 5주 연속 하락… 한국 원유 수입의 70% 통과하는 '에너지의 동맥' 마비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 상태에 놓이면서, 국제유가는 한 달 새 배럴당 110달러(약 16만 5900원)대까지 치솟았다. 뉴욕증시는 5주 연속 하락하며 2026년 최저치를 경신했고, 소비자들의 지갑은 빠른 속도로 닫히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 상태에 놓이면서, 국제유가는 한 달 새 배럴당 110달러(약 16만 5900원)대까지 치솟았다. 뉴욕증시는 5주 연속 하락하며 2026년 최저치를 경신했고, 소비자들의 지갑은 빠른 속도로 닫히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한국 원유 수입의 약 70%가 지나는 길이 막혔다. 세계 에너지 물동량의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 상태에 놓이면서, 국제유가는 한 달 새 배럴당 110달러(165900)대까지 치솟았다. 뉴욕증시는 5주 연속 하락하며 2026년 최저치를 경신했고, 소비자들의 지갑은 빠른 속도로 닫히고 있다. 이란발 에너지 충격이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금융 시스템 전반을 흔드는 복합 위기로 번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 폭등에 '조정장' 진입한 뉴욕증시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7(현지시각) 이란 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 투자자·기업·소비자의 불안을 자극하며 금융시장이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달러대를 유지하며 전달 대비 50% 가까이 급등한 상태다. 미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98달러(6000)로 한 달 전보다 1달러 이상 올랐다.

증시 타격은 즉각적이었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 26일 최근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는 조정 국면에 진입한 데 이어, 27일에도 400포인트 넘게 밀렸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역시 800포인트 이상 급락하며 조정 장세로 접어들었다. S&P5005주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웰스파고의 톰 포첼리 수석 경제학자는 "고유가 상태가 지속될 경우 나쁜 경제적 결과를 피하기 어려우며, 트럼프 행정부가 기대했던 감세·부양책 효과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역풍에 상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심리 급랭·국채 금리 상승의 '이중고'

물가 공포는 소비자 심리를 직격했다. 미시간대학교가 이달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6% 가까이 하락하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사 책임자 조앤 수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전이될 경우 부정적 심리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권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올해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덩달아 뛰었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는 4주 연속 올라 연 6.4%에 육박했다. 이는 내 집 마련을 계획했던 실수요자들에게 직접적인 비용 압박으로 작용한다.

하나증권은 3월 발표한 '이란발 중동사태 금융시장 영향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한국 수입 비중이 12%에 달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비용 충격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유가 상단을 분쟁 장기화 시 배럴당 90달러(135800), 최악 시나리오에서는 120달러(181000) 내외로 제시했다. 이미 브렌트유가 110달러대를 웃도는 현재 상황은 하나증권의 '워스트 시나리오'에 근접하고 있다.

희망봉 우회·운송비 급등… 한국 물가로 전이 '초읽기'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유조선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긴 항로를 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우회 루트의 운송 비용이 50~80%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물류 비용 상승은 이미 가시화됐다. 미국 우체국(USPS)은 일부 소포에 8%의 유류 할증료를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경유 가격 상승은 트럭 운송비를 끌어올려 식료품을 비롯한 생활 물가 전반에 파급될 것으로 보인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경제학자는 "주유소에서 목격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수입 물가와 운송비 상승이 식료품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약 6주의 시차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이달 금리를 동결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을 방치할 수 없는 '딜레마'가 연준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 기업·투자자를 위한 3가지 대응 전략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미국보다 훨씬 직접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세 가지 방향의 선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첫째, 에너지 수급 다변화와 비축유 점검이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주·아프리카 등 대체 노선을 서둘러 확보하고, 유류세 탄력 운영 등 물가 안전판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여수·거제 등 국내 9개 비축기지에 보관 중인 약 7개월분의 비축유 방출 시기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공급망 물류 리스크의 선제 대응이다. 해상 운임 상승과 물류 적체를 반영한 재고 관리 전략을 재수립해야 한다. 특히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은 물류비 증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시점과 범위를 미리 계산해 두어야 한다.

셋째, 유동성 관리와 환율 변동성 대비다.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으므로 기업들은 부채 구조를 점검하고 현금 흐름을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손 위험에 대비한 환헤지 전략 강화도 필수다.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시점이 언제가 될지 지금 당장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분명한 것은 이미 충격이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전제로 한 냉정한 리스크 관리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