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실험실 벗어나 공급망·금융·물류 현장 깊숙이 파고든다
데이터 품질·거버넌스 갖춘 기업이 시장 주도…"모델 고르는 시대 끝, 운영하는 자가 이긴다“
데이터 품질·거버넌스 갖춘 기업이 시장 주도…"모델 고르는 시대 끝, 운영하는 자가 이긴다“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IT 전문 매체 36커(36氪)가 5일(현지시각) 글로벌 경영진 조사와 업계 분석을 토대로 공개한 보고서는 2026년 AI 업계의 판도를 다섯 가지 구조적 흐름으로 정리했다.
핵심 메시지는 하나다. 생성형 AI가 2023~2024년 '실험의 시대'를 열었다면, 2026년은 AI가 핵심 업무 공정에 녹아들고 ROI(투자 대비 수익률)로 냉정하게 평가받는 '실전의 원년'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지난해 12월 국내외 주요 매체 282건을 분석한 결과, 2026년은 AI가 실험 단계를 넘어 산업 전반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가 가장 먼저 짚은 변화는 AI 규모화다. 지난 2년간 기업들이 무수한 개념 검증(PoC) 실험을 벌이면서도 실제 업무에 접목하지 못했던 이른바 '시범 지옥(Pilot Purgatory)' 구도가 2026년을 기점으로 깨진다는 분석이다.
영국계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Unilever)는 AI 모델을 전 세계 공급망에 전면 도입해 원자재 가격·물류 기간·시장 수요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고 생산 계획과 재고 배분을 자동 조정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다.
목표 공급망 비용 절감 폭은 15% 이상이다. 미국 유통 대기업 월마트(Walmart)는 AI 개인화 추천이 끌어올린 고객 평균 구매액, AI 재고 관리가 줄인 손실분 등을 모두 ROI 집계에 포함하는 성과 측정 체계를 올해부터 운용한다.
머신러닝 운영(MLOps) 플랫폼도 기업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 IT 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는 자체 MLOps 플랫폼을 통해 추천 알고리즘 모델을 한 시간 단위로 감시하고 매주 재학습을 진행한다. 모델 정확도가 5% 이상 떨어지면 즉시 재배포가 이뤄지는 이 구조가 사용자 유지율을 8% 끌어올렸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Omdia)에 따르면 기업용 AI 에이전트 소프트웨어 시장은 2025년 15억 달러(약 2조 2600억원)에서 2030년 418억 달러(약 63조 1200억원)로 5년 만에 약 28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 175%는 생성형 AI 초기 성장률의 두 배에 해당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Deloitte)는 2026년에 기업의 최대 75%가 에이전트형 AI에 투자할 것으로 내다봤다. 딜로이트는 진정한 가치는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즉 여러 에이전트를 업무 흐름에 맞게 연결·관리하는 역량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포브스코리아 분석에서도 어떤 에이전트를 보유하느냐보다 여러 에이전트가 어떻게 역할을 나누고 협력하도록 설계돼 있느냐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전망됐다.
데이터 품질·거버넌스, 흥행 아닌 생존의 문제
세 번째 흐름은 데이터 전략의 재편이다. 보고서는 "대량 데이터"보다 "올바른 데이터"가 AI 성능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확산 중이라고 짚었다. 의약품 기업 화이자(Pfizer)는 올해 AI 연구개발 예산 가운데 데이터 관련 항목의 40%를 품질 최적화에 투입한다.
자동화된 데이터 정제 도구를 통해 임상 실험 데이터에서 이상값과 중복 데이터를 걷어낸 결과, AI 신약 개발 모델의 예측 정확도가 25% 올라 신약 개발 기간을 크게 줄였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의료·제조업처럼 대규모 표준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분야에서는 합성 데이터가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다.
한 자율주행 기업은 다양한 기상·도로·교통 조건을 가상으로 만들어낸 합성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주행 데이터의 30%만으로도 기존과 동등한 모델 성능을 확보했다.
한컴 테크 분석에 따르면 에이전트형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AI가 이해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와 명확하게 정의된 업무 절차가 필수적이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이 두 가지가 준비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솔트룩스 AI업무혁신센터 이승민 부사장은 최근 "기업 전체 시스템에 AI를 전면 도입하는 것보다 특정 수요나 문제 해결을 위해 AI를 적용하는 전략 수립이 먼저"라며 "기업 업무의 어느 과정에 어떤 형태의 시스템을 구현하고 연계할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 번째 흐름인 AI 거버넌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의무다. 보고서는 EU(유럽연합) AI 법안 등 각국 규제가 구체화되면서 기업들이 모델 위험 평가·알고리즘 감사·투명성 보고·인간 감독 체계를 갖춰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금융·의료 같은 고위험 분야에서는 결정 근거를 설명하지 못하는 블랙박스 모델이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NIA 분석도 2026년에는 EU AI법 등 글로벌 규제와의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AI 기본법의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고, 의료와 채용 등 고위험 AI의 안전성 검증과 제3자 인증이 필수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섯 번째는 인재 전략의 전환이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외부 채용 확대보다 기존 인력을 AI 협업 역량으로 재훈련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IBM은 올해 말까지 영업·생산·행정 등 각 직군에 맞춤형 AI 교육 과정을 운영해 전체 직원의 80%가 기초 AI 협업 역량을 갖추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 조사에서도 IT 예산이 늘어난 기업의 70.5%가 생성형 AI 및 AI 에이전트를 주요 기술 투자 영역으로 꼽았다.
격차는 이미 벌어지고 있다
딜로이트는 2026년을 두고 "열광적 분위기가 누그러지고 실질적 성과는 커지는 전환점"이라고 규정하며, 대중의 시선을 끄는 초대형 신규 모델 경쟁보다 AI를 실제로 확장 가능한 기술로 만드는 기초 작업이 본격화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똑똑한 AI 모델을 고른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와 업무 흐름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거버넌스까지 갖춘 기업이 이 해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안팎에서 우세하다.
시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기업에는 흥행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