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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숙적의 ‘불편한 동거’… LG 게이밍 모니터, 삼성 QD-OLED 패널 탑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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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숙적의 ‘불편한 동거’… LG 게이밍 모니터, 삼성 QD-OLED 패널 탑재한다

LG전자, 프리미엄 시장 사수 위해 전략적 전환… 삼성서 패널 1만 대 조달
160PPI 고밀도 구현 한계에 ‘경쟁사 기술’ 채택… OLED 주도권 확보 비상
OLED TV 시장에서 삼성에 점유율을 추격당하고 있는 LG전자가 급성장하는 프리미엄 게이밍 모니터 시장 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숙적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기로 했다.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OLED TV 시장에서 삼성에 점유율을 추격당하고 있는 LG전자가 급성장하는 프리미엄 게이밍 모니터 시장 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숙적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기로 했다. 사진=LG전자
영원한 가전 라이벌인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OLED TV 시장에서 삼성에 점유율을 추격당하고 있는 LG전자가 급성장하는 프리미엄 게이밍 모니터 시장 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숙적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기로 한 것이다.

12일(현지시각) 호주 언론 채널뉴스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프리미엄 게이밍 모니터에 삼성의 퀀텀닷(QD)-OLED 패널을 탑재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기로 했다.

◇ 기술적 격차와 생존의 선택… LG의 ‘전략적 유턴’


LG전자가 수십 년간 이어온 ‘자체 패널 고집’을 꺾고 삼성의 손을 잡은 배경에는 프리미엄 게이밍 시장이 요구하는 고도의 기술 규격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고성능 게이밍 모니터 시장의 핵심 지표는 160PPI(인치당 픽셀 수) 이상의 고밀도 구현이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기존 WOLED 방식은 흰색 OLED에 컬러 필터를 사용하는 특성상 해당 밀도를 달성하는 데 기술적 한계를 보였다.

반면 삼성의 QD-OLED는 청색 OLED와 양자점 소재를 결합해 더 높은 픽셀 밀도와 우수한 색 정확도를 제공한다. LG는 시장 퇴보를 막기 위해 자존심 대신 삼성의 진보된 기술력을 선택한 셈이다.

LG는 27인치와 32인치 모델용으로 초기 약 1만 대 분량의 삼성 패널을 조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폭발적 성장’ 삼성 QD-OLED vs ‘추격자’ LG전자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사업은 델(Dell), HP 등 글로벌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며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3월, 2021년 생산 개시 이후 연평균 320%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QD-OLED 모니터 패널 누적 출하량 500만 대를 넘어섰다.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현재 OLED 모니터 시장 점유율은 에이수스(ASUS)가 21.6%로 1위, 삼성전자가 19.3%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OLED의 종가로 불리던 LG전자는 12.6%로 3위에 머물러 있어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체 모니터 시장(연간 1억 3천만 대)에서 OLED 비중은 아직 2%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출하량이 전년 대비 92% 성장하는 등 프리미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 엇갈린 이해관계… 삼성은 LG 패널 쓰고, LG는 삼성 패널 쓰고


재미있는 점은 삼성전자 역시 자사 TV 라인업에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은 LG의 제조 인프라를 활용해 물량을 확보하고, 자사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소비자를 공략한다. 반대로 LG는 삼성의 핵심 소자를 빌려와 프리미엄 모니터의 품질 구멍을 메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라이벌 간의 결합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거센 추격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기술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전통적인 경쟁 구도보다 ‘K-디스플레이’ 연합전선 구축이 더 시급해졌다는 의미다.

◇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주는 시사점


LG 모니터에 삼성 패널이 들어가는 현상은 소비자들에게 "누가 만드느냐보다 어떤 기술이 들어갔느냐"가 더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경쟁사 부품을 썼다는 사실이 브랜드 가치에 타격을 줄 수도 있지만, 이를 "최고의 게이밍 경험을 위해 기술 장벽을 허물었다"는 혁신적 마케팅으로 승화시키는 역량이 필요하다.

원격 근무와 고액 소비층의 증가로 모니터 시장이 세분화됨에 따라, 삼성과 LG는 각자의 강점(제조 원가 vs 하이테크 소자)을 교환하며 시장 지배력을 방어하는 전략을 지속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