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방문 전격 보류, 트럼프 "휴전 연장 없다, 폭격 재개 준비 완료"
5월 1일 '전쟁권한법 60일 시한' 임박, 공화당 내부서 승인 거부 움직임
5월 1일 '전쟁권한법 60일 시한' 임박, 공화당 내부서 승인 거부 움직임
이미지 확대보기중동발 지정학적 위험 완화를 기대했던 글로벌 금융시장에 또다시 찬물이 끼얹어졌다.
미국과 이란 간 2주 시한부 휴전이 22일(현지시각) 저녁 만료를 앞둔 가운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예정됐던 2차 평화협상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8달러 선을 넘어섰다.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BBC, 알자지라, AP,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이 21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CNBC 경제 프로그램 '스쿼크 박스(Squawk Box)'와 가진 인터뷰에서 휴전 연장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며 "폭격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 방문 보류… 이란 '항구 봉쇄 해제' 전제조건 고수
당초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제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이 동행할 예정이었던 협상단 구성도 무산됐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는 국영 TV를 통해 "협상 참여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미국의 모순된 메시지와 비일관적 행동,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치들이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이란 항구 봉쇄는 전쟁 행위이자 휴전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13일 해상 봉쇄 개시 이후 이란 항구를 드나들려던 선박 28척을 회항시켰다고 밝혔다.
유가 98달러 돌파… 리스타드 "100달러 고착 시 남미서 일일 210만 배럴 공급 가능"
협상 교착 소식에 국제 유가는 급격한 상승 압력을 받았다. CNBC에 따르면 국제 원유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은 21일(현지시각) 3% 급등해 배럴당 98.48달러(약 14만 5,947원)에 마감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3% 가까이 오른 배럴당 92.13달러(약 13만 7000원)를 기록했다.
글로벌 분쟁 발발 전인 2월 말 배럴당 70달러(약 10만 4000원) 안팎이던 유가는 이후 한때 배럴당 119달러(약 17만 6900원)까지 치솟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일부 주에서 갤런당 7달러(약 1만 409원)에 이르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드에너지(Rystad Energy)의 라디카 반살 수석부사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동 분쟁은 유가 급등을 넘어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 위험할 정도로 집중된 글로벌 공급망 구조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리스타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4만 8810원) 선을 돌파해 유지될 경우 남미에서 일일 210만 배럴 규모의 신규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해상 선박 추적 사이트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에 따르면 20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6척에 불과했다.
반면 로이드리스트(Lloyd's List)는 미국 봉쇄 개시 이후에도 이란의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소속 선박 26척이 봉쇄망을 우회해 원유 수송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프랑스 앵테르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위기"라고 진단했다.
5월 1일 '전쟁권한법 시한' 임박… 공화당 내부 균열
트럼프 행정부가 직면한 최대 변수는 전쟁권한법(War Powers Resolution·1973년 제정) 60일 시한이다.
ABC뉴스와 타임(TIME)지 보도에 따르면 미·이스라엘 연합군이 이란을 공격한 2월 28일로부터 군사 작전은 4월 29일 60일째에 도달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3월 2일 의회에 공식 통보했기 때문에 법적 시한은 5월 1일이 된다.
타임지는 의원들이 5월 1일을 '심판의 순간(moment of reckoning)'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60일이 지나면 무력사용승인(AUMF)을 불필요하게 만들 철수 계획을 제시하거나 장기 주둔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메인)은 세마포 세계경제 서밋에서 "추가 적대행위 승인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리사 머코스키 공화당 상원의원(알래스카)은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에 한도를 설정하는 AUMF 초안을 작성 중이다.
미 상원은 16일 민주당 주도 전쟁권한결의안을 47 대 52로 네 번째 부결시켰지만,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켄터키)이 민주당과 공조했다. 하원에서는 하루 뒤 213 대 214로 간발의 차이로 부결됐다.
프라밀라 자야팔 민주당 하원의원(워싱턴)은 본회의 발언에서 "중동에 이미 배치된 5만 명 미군 외에 추가 1만 명이 파병됐고, 전사자는 최소 13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타임지는 이미 300억 달러(약 44조 4960억 원)가 소요된 이번 전쟁에 행정부가 추가로 800억~1000억 달러(약 118조 6560억~148조 4900억 원) 규모의 보충 예산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펜타곤 탄약 고갈, '90일 한계' 넘으면 헌정 위기
미군 당국의 고민은 탄약 재고 부족이다. 새뮤얼 파파로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록히드마틴, RTX 산하 레이시온 등 주요 방산업체가 토마호크·패트리엇 등 고정밀 미사일 증산 체계를 갖추는 데 1~2년이 필요하다"고 증언했다.
펜타곤은 21일(현지시각) 2027 회계연도 예산안 브리핑에서 전체 국방비를 1조 5000억 달러(약 2224조 원)로 편성했다.
드론 관련 지출은 기존의 3배인 740억 달러(약 109조 7420억 원)로, 정밀유도탄 추가 투자는 300억 달러(약 44조 4960억 원)로 증액됐다. 드론 분야에는 공격용 540억 달러(약 80조 1190억 원), 방어용 210억 달러(약 31조 1570억 원)가 각각 배분됐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터키, 이집트, 중국과 조율하며 막판 중재에 나섰다.
파키스탄 예비역 육군 소장 자히드 마흐무드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핵심 장애물은 신뢰 결핍"이라며 "이전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소셜미디어가 증폭시킨 공개 메시지가 외교를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퇴역 미 장성 마크 키미트는 알자지라에 "협상 테이블로 가기 위한 고전적 힘겨루기"라며 "양측 모두 싸울 의지와 능력을 과시하지만 속내는 협상을 원한다. 휴전 연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5월 1일 법적 시한을 앞두고 휴전 연장 카드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 의회도서관 산하 의회조사국(CRS) 공식 해설 자료에 따르면, 전쟁권한법 제5조(b)는 대통령이 "미군의 안전과 관련한 불가피한 군사적 필요(unavoidable military necessity)"를 의회에 서면으로 증명할 경우 1회에 한해 30일 추가 연장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이 연장은 작전 지속을 위한 조항이 아니라 '안전한 병력 철수 완료'를 위한 시간으로만 엄격히 제한된다.
대통령 단독 군사 행동의 법적 최대 기간은 총 90일이며, 5월 31일 이후에도 작전을 지속하려면 반드시 의회의 AUMF 승인 또는 선전포고가 필요하다.
의회가 AUMF를 부결하면 행정부는 30일 내 병력 철수 의무가 부과된다. 법적 시한이 다가올수록 행정부가 외교적 해법에 매달릴 유인이 커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전 세계 원유 교역량의 5분의 1이 운송되는 만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에너지 수입국의 시장 긴장감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