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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과열] 배당재원 압박에 충당금도 줄었다…은행권 손실흡수력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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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과열] 배당재원 압박에 충당금도 줄었다…은행권 손실흡수력 약화

CET1 방어 부담 커지는데 자사주 매입 확대…“제살깎기식 밸류업”
지방은행 연체율·NPL 커버리지 악화…건전성 관리 부담 커
기업대출·고환율에 RWA 증가 압박…투자·계열사 지원 위축
금융지주들의 공격적인 주주환원 경쟁이 단순 주가 부양을 넘어 장기적인 손실흡수 능력과 성장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시내 여러 은행의 ATM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금융지주들의 공격적인 주주환원 경쟁이 단순 주가 부양을 넘어 장기적인 손실흡수 능력과 성장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시내 여러 은행의 ATM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지주가 정부 정책에 발맞춰 주주환원 경쟁을 강화하면서 장기적인 손실흡수 능력과 성장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커질수록 단기 실적 방어와 배당 재원 확보 압박이 커지고, 이 과정에서 충당금 적립과 자본관리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로 가계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이 늘어나는 것도 건전성에 리스크가 되고 있다.

18일 한국기업평가와 은행권 등에 따르면 금융지주 주주환원 확대 과정에서 핵심 리스크로 거론되는 부분은 회계 보수성 약화 가능성이다. 금융회사는 대출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는데, 주주환원 재원을 확보하려는 압박이 커질 경우 손실 인식을 늦추거나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지 않을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충당금 적립률은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4대 은행의 충당금 적립률은 2024년 말 201.6%에서 2025년 말 171.1%, 2026년 1분기 153.2%까지 낮아졌다. 지방은행 등 기타 은행 역시 같은 기간 153.1%에서 101.7%, 93.6%로 떨어졌다. 특히 지방은행의 경우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증가했음에도 충당금 규모는 전년 말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분석됐다.

지방금융의 건전성 부담은 실제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각각 0.73%, 0.68%에서 올해 1분기 1.21%, 1.05%로 상승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도 각각 1.65%, 1.17% 수준까지 올라섰다. 부실채권 손실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NPL 커버리지 비율 역시 악화 흐름이다. iM뱅크를 제외한 일부 지방은행은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00%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환원 확대가 성장 전략을 제약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지주가 CET1 비율을 유지하려면 위험가중자산(RWA) 증가 속도를 관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위험·고자본 소모 자산 취급을 줄이거나 중장기 수익 기반 확대에 필요한 투자를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따라 기업대출 비중이 늘어나는 점도 변수다.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높아 같은 규모로 자산을 늘려도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비은행 계열사 지원 부담도 주주환원 재원과 충돌할 수 있다. 보험업권은 향후 자본규제 강화가 예정돼 있고, 증권업 역시 사업 확대 과정에서 추가 자본 확충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기업평가는 하나손해보험·하나생명보험·iM라이프생명보험 등의 자본규제 부담 가능성을 언급했고, 우리투자증권과 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도 사업 확대 과정에서 추가 자본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축은행과 부동산신탁 등 업황이 좋지 않은 계열사에 대한 지원 부담도 잠재 리스크로 꼽힌다.
외부 차입을 통한 주주환원 확대도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금리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금융당국의 부채비율 권고 수준을 감안하면 일부 금융지주의 추가 차입 여력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지주들이 밸류업 정책에 맞춰 주주환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CET1과 손실흡수 능력을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면서 “고환율과 기업대출 확대 등으로 위험가중자산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자본 관리와 건전성 방어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