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로 비료·석유 원자재 조달 마비… 아시아 농가 생산 둔화 비상
말레이 ‘카르보텍’, 나스닥 노벨상 주역 양자점 기술로 쌀 수확량 40% 폭발
태국 파인애플 잎 가죽·베트남 커피 팔레트 등 농업 폐기물로 석유 대체재 대량 양산
말레이 ‘카르보텍’, 나스닥 노벨상 주역 양자점 기술로 쌀 수확량 40% 폭발
태국 파인애플 잎 가죽·베트남 커피 팔레트 등 농업 폐기물로 석유 대체재 대량 양산
이미지 확대보기중동 의존도가 높았던 화학 비료 원자재와 석유 기반 플라스틱의 공급줄이 끊기자, 식물의 광합성을 극대화해 수확량을 늘리고 농업 폐기물로 탄소 중립 소재를 만드는 역내 기술 기업들이 글로벌 투자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농업은 아시아 경제의 핵심 버팀목이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임업·수수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인도네시아 12.5%, 인도 16.2%에 달해 일본(0.9%) 등 선진국을 압도한다.
그러나 중동 분쟁 여파로 요소, 암모니아, 인산 등 핵심 비료 원자재 조달이 마비되면서 식량 안보에 비상이 걸렸고, 플라스틱 원료인 석유 수급마저 한계에 부딪히자 토종 스타트업들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고 20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주 1회 뿌려 쌀 수확 40% 급증… 말레이 카르보텍 ‘광합성 혁명’
말레이시아의 첨단 농업 스타트업 ‘카르보텍(Qarbotech)’은 나노기술을 활용해 화학 비료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작물 수확량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화합물 ‘카르보그로우(QarboGrow)’를 개발해 업계의 선두로 우뚝 섰다.
말레이시아 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한 이 기술은 지난 4월 말 일본에서 개최된 글로벌 스타트업 본선 무대 ‘SusHi Tech Tokyo 2026’에서 당당히 최고상을 거머쥐며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입증했다.
카르보그로우의 비밀은 2023년 노벨 화학상의 주제였던 직경 10나노미터 미만의 미세 입자 ‘탄소 양자점(Quantum Dot)’에 있다.
기존 가전제품 디스플레이 등에 쓰이던 무기물 양자점은 독성이 강한 카드뮴 성분이 포함되어 농업 적용이 불가능했으나, 카르보텍은 무독성 친환경 생물학적 재료로 탄소 양자점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작물 잎에 이 액체를 주 1회 살포하면 태양광 에너지 흡수 능력이 극대화되어 광합성 효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카르보텍의 실전 실험 결과 쌀 수확량은 40%, 고추는 30%, 옥수수는 15% 급증했으며, 작물의 수확 시기 또한 20%가량 앞당겨졌다.
비료와 농약의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보존할 수 있어 현재 필리핀, 인도를 넘어 일본의 논과 골프장 잔디에서도 대대적인 현지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파인애플 잎이 가죽으로, 커피 찌꺼기가 팔레트로… 폐기물의 화려한 변신
농가에서 버려지는 천연 폐기물을 석유 대체재 및 바이오 원료로 재창조하는 자원 순환형 스타트업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태국의 에버젠 테크놀로지(Evergreen Technology)는 마히돌 대학교 연구팀과 협력해 태국 현지에 지천으로 널린 파인애플 잎에서 고강도 섬유를 추출, 이를 바이오플라스틱과 합성가죽으로 탈바꿈시켰다.
에버젠이 천연고무를 혼합해 만든 인조가죽은 석유 기반 원료를 전혀 쓰지 않아 글로벌 비건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으며, 현재 나콘파톰 주 공장 라인을 증설해 올해 말까지 가죽 생산량을 현재의 세 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손 두앙수완 CEO는 “기존 인조가죽은 전적으로 석유에 의존했으나, 농업 폐기물 공급망을 통해 현재의 중동발 원자재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고 선언했다.
베트남의 에어엑스 카본(AirX Carbon)은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와 코코넛 껍질을 특수 배합해 산업용 물류 팔레트를 양산하고 있다.
성능은 기존 플라스틱 팔레트와 대등하면서도 단가는 20%에서 최대 50%까지 저렴해, 지난해 2025년부터 글로벌 음료 거인 코카콜라(Coca-Cola)의 전 세계 물류 운송 및 저장 인프라에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인도의 바이오옴 빌드(BioOm Build)는 추수 후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불태워지던 쌀짚(볏짚)을 전량 매입해 가구 및 건축용 친환경 합판을 제조하고 있다. 수밋 포플리 CEO는 “농민들에게 버려지던 쌀짚을 사들이는 것 자체가 농가 소득 향상과 원가 절감의 상생 생태계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얼어붙은 벤처 자금줄… ‘공급망 쇼크’ 본 일본 자본, 투자 구원투수로
시장조사기관 스퍼리컬 인사이트(Spherical Insights)에 따르면 전 세계 농업기술 시장은 오는 2032년까지 연평균 13%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 758억 7,0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가파른 기술 성장세와 달리 최근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최악의 한파를 겪고 있다. 전문 매체 딜스트리트아시아(DealStreetAsia) 조사 결과, 지난 2025년 동남아시아 벤처 투자 건수는 전년 대비 무려 30% 가까이 쪼그라들며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본 회수가 상대적으로 느린 딥테크 및 아그리테크 분야로의 자금 유입은 사실상 동결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화되는 중동 이란 전쟁의 공급망 충격이 반전의 계기가 되고 있다.
마루 유키히로 리브어네스트(Leave a Nest) 그룹 CEO는 “화학 비료와 석유 자원의 해외 의존 리스크를 뼈저리게 체감한 일본의 대형 기관 투자자들과 대기업들이 자원 확보 및 안보 차원에서 동남아시아와 인도의 아그리테크 기업들에 대한 지분 투자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발 벗고 나서기 시작했다”고 분석해 지정학적 위기가 아시아 첨단 농업 기술의 글로벌 스케일업을 촉진하는 역설적인 기폭제가 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