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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름값 피넛" 발언 역풍 속 종전 협상 급물살… 美 서민층 '누적 쇼크' 가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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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름값 피넛" 발언 역풍 속 종전 협상 급물살… 美 서민층 '누적 쇼크' 가시나

호르무즈 재개방 논의에 유가 하락세 전환… 이미 망가진 가계 재정 회복은 별개
물가 올리고 소비 꺾는 비대칭 충격… 연준 딜레마 속 국내 정유주 대응 전략
미국 내 유가 급등이 소득 계층별로 판이한 타격을 주면서 저소득층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와 인구조사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솔린 가격 상승이 소득 분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미국 정규 가솔린 평균 가격은 갤런에 4.56달러를 기록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내 유가 급등이 소득 계층별로 판이한 타격을 주면서 저소득층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와 인구조사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솔린 가격 상승이 소득 분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미국 정규 가솔린 평균 가격은 갤런에 4.56달러를 기록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내 유가 급등이 소득 계층별로 판이한 타격을 주면서 저소득층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와 인구조사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솔린 가격 상승이 소득 분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미국 정규 가솔린 평균 가격은 갤런에 4.56달러를 기록했다고 지난 24(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보다 54센트 오른 수치며 최근 4년 중 가장 높다. 이번 고유가 사태는 지난 3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격화하며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이 중단된 탓에 발생했다. 미국 가솔린 가격은 지난해 53.18달러에서 1년 만에 43.3% 폭등했다. 이 같은 고유가는 미 저소득층 가구에 월평균 70달러 이상의 추가 통근 비용을 발생시킨다. 결과적으로 현지 서민층의 실질 임금을 약 2.5% 감소시키는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진다.

연소득 4만 달러(6030만 원) 이하인 하위 25.0% 저소득 가구는 현재 통근 연료비로만 소득의 4.0%를 지출한다. 반면 연소득 10만 달러(15090만 원) 이상인 상위 25.0% 고소득 가구의 연료비 비중은 1.0% 미만이다. 저소득 근로자는 대중교통이 없는 외곽에 살며 연비가 낮은 노후 차량을 몰 확률이 높다. 원격 근무도 불가능해 유가 상승의 충격을 그대로 흡수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조사에 따르면 4만 달러 미만 가구는 가솔린 소비를 7.0% 줄였으나, 고소득 가구는 소비 행태를 거의 바꾸지 않았다.

정치적 메시지와 실물경제의 괴리… Fed의 정책 딜레마 키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유류세 면제를 검토하면서도 유가 상승의 경제적 파급력을 축소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 저지가 최우선 과제라며 현재 유가 수준을 "피넛(사소한 일)"이라고 표현해 여론의 반발을 샀다.

이는 표심을 흔드는 유권자의 체감 물가와 백악관의 정책 인식 간 격차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유가 상승은 운송비 증가를 거쳐 근원물가 상승 압력으로 전이되는 반면, 저소득층의 소비 감소는 총수요 둔화를 유발한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비대칭 충격인 셈이다.

결국 미 연준(Fed)은 정책 선택의 충돌에 직면한다. 금리를 인하할 경우 에너지발 물가 상승 압력이 재차 확대될 수 있고, 반대로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하면 저소득층 중심의 소비 둔화가 심화된다.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정책 여지가 크게 제약되는 국면이다.

종전 협상과 호르무즈 재개방… 하향 안정화 속 숨은 변수


다만 최근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를 위한 단계적 종결 협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제 유가는 단기적으로 배럴당 80달러대까지 하향 안정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의 정점을 지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부 둔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들은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더라도 이미 수개월간 누적된 가솔린 쇼크가 실물 경제와 저소득층 가계에 남긴 깊은 내상은 단기간에 치유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국내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 물량이 가로막혔던 시기에는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정유사들이 단기적인 반사이익을 누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가 하락 전환기에는 무조건적인 실적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향후 정유주에 접근할 때는 세 가지 마진 성립 조건을 따져야 한다. 첫째는 제품 가격 전가 능력의 약화 가능성이다. 원유 도입 가격이 내릴 때 석유제품 가격이 더 빠르게 하락하면 마진이 축소된다. 둘째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 스프레드의 유지 여부다. 호르무즈 재개방으로 공급이 정상화되면 마진 폭이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선으로 급락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총수요의 회복 속도다. 고유가 충격으로 꺾인 미국 서민층의 소비 심리가 유가 하락과 동시에 즉각 반등하느냐가 출하량 유지의 핵심이다.

국내 투자자가 당장 확인해야 할 경제안보 체크포인트 3


미국 서민층의 소비 위축은 한국의 대미 수출 기업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한국 시장 참여자들은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국내 고물가·고금리 압박 환경을 방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국내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가 향후 자산 배분과 경영 전략을 세울 때 주시해야 할 핵심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통항 재개 시점과 WTI 가격 추이다. 종결 협상이 타결되어 지정학적 봉쇄가 완전히 풀리면 국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대 이하로 안착하며 국내 수입 물가 압력을 낮출 것이다. 유가 하향 안정화 시 에너지 인프라 및 조선·방산 섹터의 단기 모멘텀 둔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둘째, 미국 내 소득 분위별 소매판매 지표와 물가상승률의 하락 전환 속도다. 하위 계층의 누적된 소비 둔화가 협상 이후 빠르게 회복되지 않을 경우 가전·자동차 등 국내 핵심 수출 품목의 미국 내 현지 수요 정체기가 길어질 수 있다. 수출 대형주 중심의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 및 경기방어주 전환 타이밍 재조율이 필요하다.

셋째,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 흐름과 국내 석유제품 공급 가격 변동이다. 정제마진이 배럴당 8달러선 아래로 붕괴하느냐에 따라 정유주의 주가 모멘텀 둔화와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업종의 원가 부담 완화 시점이 결정된다. 정제마진 8달러 붕괴 시 정유주 단기 차익실현 및 에틸렌 등 기초유분 생산 기업의 실적 턴어라운드에 주목해야 한다.

원유 수급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추세 반전 국면인 만큼 가계와 기업 모두 비용 통제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

이번 미국 가솔린 쇼크와 이어진 종전 협상 기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물 경기와 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시차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유가의 단기 하락세 진입은 반가운 신호지만, 이미 타격을 입은 미 서민 가계의 가처분 소득 회복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인플레이션 둔화와 경기 침체 우려가 공존하는 변곡점인 만큼, 정유주 중심의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일부 차익실현하고 유가 하락의 수혜를 보는 IT·소비재 대형주나 고배당 가치주로의 리밸런싱을 검토할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