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빅테크 FOMO가 당긴 1000억 달러 자금 조달… 1920년 골드러시 과잉 발행 데자뷔
미 주식 순발행량 23년 만에 보합 전환, 단기 수혜 뒤에 숨은 중기 공급 리스크 대비해야
미 주식 순발행량 23년 만에 보합 전환, 단기 수혜 뒤에 숨은 중기 공급 리스크 대비해야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지정학적 우려 속에서도 사상 최고 수준의 채권과 주식이 공급되는 배경에는 소외되는 것에 대한 공포(FOMO)가 자리 잡고 있다. 맨 그룹의 크리스티나 후퍼 수석 시장 전략가는 시장에 FOMO와 위험 우려가 기묘하게 결합해 있으며 현재는 단기 수익을 노린 FOMO가 우세를 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동성 장세가 끝나면 시장은 언제나 공급 과잉으로 무너진다. 이제 AI 랠리의 다음 변수는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다. 투자자들이 자산 거품 붕괴와 자본 왜곡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당장 추적해야 할 3가지 핵심 숫자가 있다.
첫째, 미국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 집행률이다. AI 인프라 수요의 연속성을 증명하는 지표로, 집행률 둔화 시 AI 수요 피크아웃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
셋째, 미국 머니마켓펀드(MMF) 자산 규모 내 자금 이탈 속도다. 사상 최고치인 7조 9000억 달러(약 1경 1942조 원)의 대기 자금 유입이 정체될 경우, 발행 물량 미소화 리스크가 현실화된다.
AI로 쏠린 무제한 자금… LBO 유동성 경색과 자본 양극화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의 자금 조달 축은 기술 기업에 극단적으로 쏠려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대규모 주식 공모를 비롯해 메타 역시 AI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주식 매각을 검토 중이다.
데이터 제공업체 LSEG의 지난 14일 발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기업들이 주식과 채권, 대출 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지난해 대비 7% 증가한 4조 7000억 달러(약 7104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아폴로와 블랙스톤이 앤스로픽을 위해 조성한 350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의 사모 대출 채권 발행이 포함된다.
존 그레이 블랙스톤 사장은 스페이스X의 750억 달러(약 113조 원) 규모 기업공개(IPO)와 앤스로픽, 오픈AI의 상장 추진이 IPO 시장의 완전한 안착을 알리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러한 자금의 편중이 전체 자산 시장의 배분 왜곡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비앙코 리서치의 짐 비앙코 사장은 AI 분야에 대한 자금 조달은 무한하지만, 외적인 분야의 기업들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
AI가 시장의 주식과 신용 자금을 독식하면서, 기존 사모펀드의 엑시트(투자 회수) 창구가 좁아지고 이는 결국 약 4조 달러(약 6050조 원) 규모의 노후 자산 정리에 난항을 겪는 차입매수(LBO) 시장의 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AI로 향한 자금이 기존 자산 시장의 유동성을 잠식하는 '제로섬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1920년 공급 과잉의 데자뷔… 순발행 전환이 부른 경고음
물가 상승 압력과 지정학적 대립 속에서도 채권 시장은 강세를 유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컨소시엄이 일렉트로닉 아츠(EA)를 550억 달러(약 83조 원)에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하는 대형 LBO가 성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헤지펀드 밸류웍스의 찰스 레모니데스 창립자는 이러한 자본 확보 경쟁과 골드러시 같은 자금 유입이 결국 자산 폭락으로 끝났던 1920년대 후반과 1990년대의 대규모 강세장을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신기술인 전기와 자동차 투자 붐 속에서 기업들의 과잉 발행이 맞물렸던 1920년대 후반의 자본 왜곡 구조가 현재 테크 시장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시장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자사주 매입과 합병으로 마이너스를 유지해 온 순발행량이 대형 IPO의 등장으로 인해 오는 2026년 보합세로 돌아선다는 점이다. 순발행량이 증가하여 순공급 체제로 전환되면, 시장에 새로 유입되는 신규 자금이 이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할 경우 기존 주식 가격에 강력한 하방 압력이 발생하게 된다.
비스포크 투자 그룹의 조지 피어크스 거시 전략가는 주식 추가 공급이 늘어나는 현상을 경기 순환 후반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징후로 짚으며 주식 시장의 미래 관점에서 상당히 부정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 영향, 단기 수요 수혜와 중기 밸류에이션 부담의 충돌
미국 빅테크의 공격적인 자금 조달과 인프라 투자는 한국 시장에 양날의 검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설비투자가 국내 고대역메모리(HBM) 및 반도체 공급망 체인에 강력한 수출 추진력을 제공하며 대형주 중심의 실적 호전을 이끌 수 있다.
그러나 중기적 관점의 리스크는 피할 수 없다. 월가발 주식 순발행량 증가로 인해 글로벌 자산 가격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면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확산될 수 있다. 이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변동성을 높여 코스피 상단을 제약하는 완충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금의 부족이 아니라 과잉 공급이 유발할 시장의 변곡점을 인지하고, 미국 MMF 자금 동향을 주시하며 포트폴리오의 방어력을 높여야 한다. 선제적 리스크 관리 여부가 향후 수익률을 좌우하는 국면에 진입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