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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시아 제재법, 100% 관세보다 센 ‘트럼프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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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시아 제재법, 100% 관세보다 센 ‘트럼프 카드’

상위 러 에너지 구매국 압박 권한…관세 부과는 자동 아니다
국익 판단 땐 제재 면제 가능…인도·중국과 협상 지렛대 될 듯
미국 워싱턴DC의 의회 의사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DC의 의회 의사당. 사진=로이터

미국 상원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한 대러시아 제재법의 파장은 ‘100% 관세’라는 숫자 자체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얼마나 강력한 선택권을 쥐여주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법안이 현재 형태로 하원까지 통과할 경우 중국, 인도를 비롯한 러시아 에너지 주요 구매국에 최고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지만 관세가 자동으로 발동되는 구조는 아니다.

실제 집행 여부와 해제 시점에서 대통령의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미 상원은 7일(이하 현지시각) ‘2026년 린지 O.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을 찬성 86표, 반대 11표로 통과시켰다. 하원은 여름 휴회를 마치고 오는 31일 복귀한 뒤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 100%는 상한선…핵심은 대통령 선택권


인도 NDTV에 따르면 이 법안은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상위 5개국, 러시아의 에너지 제재 회피를 가장 많이 돕는 5개국에 최고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인도는 러시아 에너지의 주요 구매국이라는 점에서 가장 직접적인 압박 대상이다. 그러나 ‘최대 100%’가 곧 ‘100% 관세 부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당초 법안은 러시아 에너지 구매국에 최대 500%에 달하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으로 출발했지만 지난달 개정 과정에서 상한선이 100%로 낮아졌고 대상도 최대 구매국으로 좁혀졌다.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비중이 일정 기준보다 낮고 실제 감축에 나서는 국가에는 예외를 둘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됐다.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할 경우 제재를 면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관세를 부과한 뒤 이를 해제하는 문제에서도 상당한 재량을 대통령에게 남겨두고 있다.
NDTV는 “이 때문에 법안이 최종 발효되더라도 미국이 중국과 인도 제품에 일률적으로 100% 관세를 즉시 부과하기보다는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 축소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는 법안 구조에 따른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부터 러시아 에너지 구매국에 대한 압박 수단을 자신이 직접 통제하기를 원해왔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 인도·중국에 같은 카드 써도 결과는 다를 수 있어


NDTV에 따르면 법안의 실제 위력은 중국과 인도가 미국의 압박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인도는 이미 러시아산 원유 문제를 놓고 미국의 관세 압박을 직접 경험했다. 지난해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인도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올해 2월 양국 무역 합의에서는 미국이 인도산 제품 관세를 18%로 낮추는 대신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법안이 인도를 다시 압박할 경우 뉴델리가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를 얼마나 줄였는지가 관세 적용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은 문제가 더 복잡하다.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 가운데 하나인 동시에 미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경제권이다. 최고 100% 관세를 실제 적용할 경우 대러 제재를 넘어 미·중 통상관계 전체로 충격이 번질 수 있다. 로이터도 “법안 논의 과정에서 중국과 인도에 대한 관세 위협이 너무 광범위할 경우 경제적·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따라서 중국을 상대로도 100% 관세는 실제 부과 여부 못지않게 ‘부과할 수 있다’는 위협 자체가 협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 첫 관문은 하원…통과해도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


법안이 실제 무기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하원을 넘어야 한다.

상원의 86대11이라는 압도적인 표결 결과는 법안에 상당한 추진력을 제공한다. 그러나 하원에서는 러시아 제재의 필요성과 별개로 대통령에게 새로운 관세 권한을 부여하는 데 대한 반대가 존재한다.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 돈 바이어 합동경제위원회 민주당 중진 의원 등은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 권한을 광범위하게 사용할 경우 미국 수입업체와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 역시 하원에서 근소한 다수에 그치고 있어 관세 조항을 둘러싼 수정 요구가 법안 처리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원에서도 같은 논쟁이 있었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이 관세 권한을 삭제하는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부결됐다. 라파엘 워녹 민주당 상원의원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로부터 관세 권한에 안전장치를 두겠다는 서면 약속을 받은 뒤 법안 처리에 참여했다.

결국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은 세 단계라는 관측이 나온다.

첫째는 이달 31일 이후 하원이 상원안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여부다. 둘째는 하원에서 대통령의 관세 재량권이 축소되거나 추가적인 안전장치가 붙을지 여부다. 마지막으로 법안이 발효됐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100% 관세를 부과할지, 이를 중국·인도 등에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 축소를 요구하는 협상 카드로 사용할지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단계다. 법안의 현재 구조대로라면 ‘100% 관세’는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의무라기보다 필요할 때 꺼낼 수 있는 최대 압박 수단에 가깝다.

따라서 이 법안의 진짜 의미는 미국이 당장 중국과 인도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는 데 있지 않다. 러시아 에너지 구매를 계속할 경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대한 수출 조건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선택지를 백악관이 갖게 된다는 점에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을 줄이려는 제재법이 동시에 중국·인도와의 통상 협상에서 강력한 지렛대로 변할 수 있는 이유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