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日, 6000m 심해 희토류 동맹…中 독점 겨눈다

글로벌이코노믹

美·日, 6000m 심해 희토류 동맹…中 독점 겨눈다

미나미토리시마 1600만t 매장 추정
내년 채굴·정제·제련 통합시험…中은 괌 인근 탐사권 선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미국과 일본이 태평양 수심 약 6000m의 해저에서 희토류를 캐내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심해광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외교·통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가운데 양국이 육상 광산을 넘어 심해까지 대체 공급망 확보 전선을 넓히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일본이 일본 최동단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심해에서 희토류를 개발해 중국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에 도전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나미토리시마는 도쿄에서 남동쪽으로 약 1900km 떨어진 외딴 섬이다.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한 주변 해저에는 약 1600만t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전기차 모터와 첨단 무기 등에 사용되는 디스프로슘을 비롯한 중희토류가 풍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이 특히 강한 희토류 종류가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 美 참여로 '일본 프로젝트'서 자원동맹으로


일본은 이미 올해 초 세계 최초로 극심해에서 희토류 함유 진흙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의 심해 시추선 치큐는 지난 1~2월 미나미토리시마 주변 해역에서 수심 약 6000m 해저의 희토류 진흙을 인양했다. 심해 진흙을 바닷물과 섞은 뒤 긴 파이프를 통해 해상 선박까지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 사업은 당초 일본의 희토류 자립 프로젝트로 출발했지만 미국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3월 19일 심해 광물자원 개발에 관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국은 심해 과학과 광물 개발 기술을 공유하고 미나미토리시마 희토류 프로젝트를 포함한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는 공동 워킹그룹을 설치하기로 했다.

양국의 협력은 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체결한 핵심광물·희토류 공급망 협력 합의의 연장선에 있다.

중국에 편중된 채굴·정제 공급망을 분산하기 위해 광산 개발에서 가공, 비축에 이르기까지 양국의 자원안보 정책을 연결하려는 것이다.

◇ 내년 하루 350t…정제·제련까지 시험


다음 단계는 연구용 시료를 건져 올리는 수준을 넘어 실제 산업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은 2027년 2월 한 달 동안 본격적인 채굴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목표는 해저에서 하루 약 350t의 희토류 함유 진흙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번 시험에는 단순 인양뿐 아니라 채굴한 진흙에서 희토류를 분리해 정제·제련하는 과정까지 포함된다. 심해에서 원료를 확보하는 기술이 실제 공급망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단계다.

수심 6000m는 세계 어느 상업 광산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극한 환경이다. 해저 장비는 엄청난 수압을 견뎌야 하고, 채굴한 진흙을 수km 길이의 파이프로 안정적으로 끌어올린 뒤 육상에서 희토류를 분리·정제해야 한다.

상업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가장 큰 난관이다. 심해에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과 중국산 희토류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나미토리시마 프로젝트의 의미가 당장의 저가 공급보다 중국이 공급을 차단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조달원을 확보하는 경제안보에 맞춰져 있는 이유다.

◇ 中 공급 통제 현실화…日 중희토류 직격탄


미·일이 심해 개발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중국의 희토류 공급 통제가 있다.

중국은 지난해 말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둘러싸고 일본과 외교 갈등이 커진 이후 희토류 공급을 강하게 제한했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일본으로 향한 갈륨, 디스프로슘, 터븀, 이트륨 수출은 전무했다. 일본은 중국 밖에서 가장 큰 희토류 자석 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희토류 원료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한다.

희토류는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모터뿐 아니라 반도체, 항공우주 장비, 미사일, 레이더 등 첨단 산업과 방위산업 전반에 사용된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뿐 아니라 특히 정제와 고성능 자석 제조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광산을 새로 확보하더라도 정제와 소재 생산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갖추지 못하면 중국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미국과 일본이 미나미토리시마 사업에서 채굴뿐 아니라 정제·제련까지 함께 검증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中은 이미 미나미토리시마·괌 인근 진출


심해도 이미 미·중 자원 경쟁의 공간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수십년 전 국제해저기구(ISA)로부터 미나미토리시마 인근과 미국령 괌에 가까운 서태평양 해저구역의 독점 탐사권을 확보했다.

일본의 희토류 매장지는 자국 EEZ 안에 있어 일본이 개발 권한을 갖지만 주변 국제수역에서는 중국도 오랫동안 해저 광물 탐사를 진행해온 셈이다.

미국과 일본 입장에서는 희토류 공급망 경쟁과 서태평양의 전략적 경쟁이 같은 해역에서 맞물리게 된 것이다.

미나미토리시마 광상의 또 다른 장점은 희토류 구성이다. 육상 희토류 광산에서는 중희토류와 함께 우라늄·토륨 등 방사성 물질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 해저 진흙에서는 이런 물질이 매우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폐기물 처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심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별도의 문제다. 수천m 아래 해저 퇴적물을 대규모로 걷어 올리는 과정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심해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 중국 독점 흔들 열쇠는 '경제성'


미나미토리시마에 막대한 희토류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중국의 공급망 지배력이 곧바로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전례가 거의 없는 6000m급 심해 채굴 장비를 안정적으로 가동하고, 하루 수백t의 진흙을 처리한 뒤 희토류를 경제적으로 분리·정제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이 실제로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계산에서 가격만이 유일한 기준은 아니게 됐다.

중국산보다 비용이 높더라도 자동차·반도체·방위산업의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공급원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전략적 가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2월 예정된 대규모 시험은 미나미토리시마가 거대한 심해 자원 매장지에 머물지, 실제 중국 밖 희토류 공급망의 한 축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를 가르는 첫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