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유로존이 '인플레 우려'에 팔짱 끼고 있는 이유는

글로벌이코노믹

유로존이 '인플레 우려'에 팔짱 끼고 있는 이유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본부 건물.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본부 건물. 사진=로이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무려 1년간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에서 잇따라 역대급 재난지원금 및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전례 없는 규모의 경기부양 조치로 시중에 전례 없는 규모의 유동성이 풀려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에서 향후 코로나 접종률이 높아진 결과 집단면역 수준에 이르렀을 때 지난 1년간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는 미국 위주로 표출되고 있고 유로존에서는 상대적으로 방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서만 나오는 인플레 우려

역대급 경기부양책 또는 통화완화 정책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통화량’ 증가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통화량 중에 본원통화, 즉 중앙은행이 시중에 푼 돈이다.

가디언은 “근래 유로존의 본원통화 증가율이 미국을 크게 앞섰음에도 인플레 우려가 미국에서만 언급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 기준으로 본원통화 증가율은 유로존의 경우 43%, 미국의 경우 24% 수준을 기록했다. 유로존에 훨씬 많은 돈이 풀렸음에도 물가상승 우려는 미국 쪽에서 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현금 과잉상태와 물가상승

유로존에서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태평한 이유는 본원통화 증가율이 크게 증가한 것은 맞지만 그 중 대부분은 실제로 수요 팽창을 일으킬 수 있는 통화량 증가가 아니라 단순한 ‘통화 과잉’ 상태라는 시각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화 과잉이란 시중에 풀린 화폐량이 필요한 화폐량보다 많은 상태를 말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월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의 본원통화량은 무려 5조유로(약 6674조원)나 되지만 이 가운데 72%가 실제 경제활동에서 소비되지 않는 과잉 통화로 분석됐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통화 과잉 현상 때문에 물가 상승이 촉발될 일은 없다는 게 유로존의 입장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장단기 금리가 모두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고 현재 글로벌 경제가 통화량이 증가해도 이자율이 하락하지 않는 현상을 말하는 유동성 함정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통화가 경제활동에 투입되기보다는 은행들의 금고에 비축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도 그런 입장의 근거로 작용한다.

◇포스트 코로나와 ECB 자산매입 정책


가디언은 “유로존에서 단기적으로 인플레 압력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근거가 있지만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뒤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그동안 억눌려 있던 수요가 폭발하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그런 상황이 오면 금리 인상 카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금리가 오르면 설비투자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ECB가 금리 조정 등에 나설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채를 비롯해 채권 위주로 그동안 잔뜩 사들여 떠안고 있는 자산의 규모가 무려 3조8000억유로(약 5072조원)에 달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ECB가 그동안 유지해온 국채 매입 기조를 변경하는 문제는 유로존 국가들의 반발을 살 수 밖에 없어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