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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컨船 대세지만…수에즈 사고로 '불거진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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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컨船 대세지만…수에즈 사고로 '불거진 의문'

선박 크기에 맞는 항만 건설...의외 사고 도처에 도사려
수에즈운하에 갇혀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수에즈운하에 갇혀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 사진=로이터
해운회사들은 무역이 증가함에 따라 선박 크기를 대형화시켰다. 그러나 수에즈 운하의 컨테이너선 사고로 인한 봉쇄는 대형 선박이 항상 더 좋은 것만은 아니다는 교훈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최대 2만 개의 컨테이너를 운반할 수 있는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Ever Given)호 사고로 거의 일주일 동안 수에즈 운하는 400여척의 선박이 통행을 멈추었다. 하루 10조 원 규모의 물량이 운송 차질을 빚었다. 세계 물류의 절대치가 일시 멈춘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세계 물류 이동 수단의 중심에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운송의 제반 사항을 점검해 보고 시사점을 찾아본다.

◇에버 기븐호 사고가 불러일으킨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유효성 논란
지난 3월 23일 오전 7시 40분 수에즈 운하에서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이 좌초되어 통행이 마비되었다. 길이 400m의 배가 시속 74㎞의 모래 폭풍을 맞고 넘어진 것이 좌초의 원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기술적 문제와 사람의 실수 여부에 대해 향후 조사가 필요하다.

에버 기븐호는 세계에서 가장 큰 화물선으로 총 22만4000t이다.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보다 더 길고 2만 명을 수용할 아파트 규모다. 에버 기븐호 좌초로 수에즈 운하를 우회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거의 일주일 동안 최소 369척의 선박 통행이 지연됐다. 지난 3월 29부터 운송이 재개됐지만 세계 해운의 중단에 따른 문제들은 몇 주 혹은 몇 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

이번 수에즈 운하의 교통 체증 문제의 심각성은 전 세계에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안정성에 큰 의구심을 환기시켰으며 전 세계의 운송업자들에게도 골칫거리들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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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선, 전 세계 물동량 90% 이상 부담


컨테이너선은 갑판 위나 아래에 컨테이너를 적재해서 수송하는 화물선이다. 규모를 구분하는 단위는 TEU를 쓴다. 1500TEU급 선박이라면 20피트(1피트는 대략 30㎝, 20피트는 6m) 컨테이너 1500개를 운송할 수 있다는 의미다.
컨테이너선 첫 출발은 1957년 휴스톤과 뉴욕항 사이 연안 수송에서 비롯됐다. 소형 탱크선을 개조한 ‘게이트웨이시티(Gate Way City)호’가 시작이다. 이후 운송 능력을 인정받아 규모가 점점 커져 왔다.

1세대로 불리던 1960년대부터 커지기 시작해 2008년 대우조선해양에서 1만3300TEU급 선박을 만들어냈고, 2017년 삼성중공업에서 2만1100TEU급을 건조했다. 길이가 400m가 넘는 초대형 선박들이 바다에 등장했다. 2020년에는 HMM의 알헤시라스호와 그 자매선들이 2만4000TEU를 기록하며 세계 최대 규모가 되었다.

컨테이너선은 수직으로 포개어 쌓아 올릴 수 있는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화물 운송의 대표적 수단이다. 오늘날 전 세계 비공업 화물의 약 90% 이상은 컨테이너선으로 수송한다. 수출입 물동량이 많은 우리의 경우 99% 이상 화물 운송을 맡고 있다.

데이터회사 알파라이너(Alphaliner)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만8000개에서 2만4000개의 컨테이너를 수송할 수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133개 정도 있고 현재 53개가 건조를 기다리고 있다.

오는 2025년쯤엔 컨테이너 3만개 이상을 싣는 선박도 등장이 예상된다. OECD의 국제교통포럼(International Transport Forum)에 따르면 컨테이너 선박의 평균 용량은 지난 10년 동안 28% 증가했다.

컨테이너선 대형화 배경

1980년대에 세계 무역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해운업계의 성장과 함께 선박 규모도 커졌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 확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 확산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급성장하면서 수출입 물동량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세계의 공장’이란 중국도 전자상거래 챔피언인 아마존도 컨테이너선의 지원 없이는 존립이 불가능했다.

또한 빠른 속력도 대형화 이유다. 보통 25노트 가량 낼 수 있으며 드물게 30노트 가까운 초고속선도 있다. 시장 기호를 충족할 운동 수단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물류비 절감 효과 때문이다. 1만TEU급 선박은 컨테이너 운송비용이 1개당 930달러이지만 1만8000TEU급은 259달러로 대략 3분의 1로 크게 줄어든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배가 클수록 컨테이너를 많이 실을 수 있어 비용이 절감되고 운항 효율과 수익성도 높다”며 “신규로 건조되는 2만4000TEU급 선박은 10년 전 대비 연료소모가 절반 수준으로 효율이 좋다”면서 “황산화물을 걸러주는 설비를 장착하는 경우가 많아 친환경 규제에도 대응이 용이하다”고 대형화의 이점을 강조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 같은 수출 국가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운송비용을 아끼면서 수출 물량을 적시에 배달할 수 있는 최고의 운송 수단”이라면서 “초대형 선박들이 세계 해운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멈춰서 수로를 오가는 수많은 선박의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멈춰서 수로를 오가는 수많은 선박의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형화의 폐해, 제기되는 문제점


해운업계 관계자는 “에버 기븐호의 사고 원인 조사가 끝나봐야겠지만 수에즈운하 운송 중단은 세계 해운업계에 논란을 일시 야기할 것일 뿐”이라며 “결국 전 세계 화물을 운송하는 데 다른 대체 수단이 없기 때문에 대형화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선박업계에서도 “바다나 운하에서 컨테이너선은 수 년 동안 존재해 왔고 수에즈 운하도 안전하게 항해해 왔다”며 “초대형 선박은 여전히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이번 사고에도 불구하고 초대형 컨테이너선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가. 현 단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본다.

우선 일시적이나마 세계 원유(유조선)와 가스(LNG선) 공급에 영향을 주었다. 통제된 지 단 이틀 만에 세계 유가가 6% 오르고 세계 물류의 12%가 멈췄다. 게다가 일부 선박이었지만 살아 있는 동물을 폐사해야 하는 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수에즈 운하가 일시 운항 중단되면서 이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 생기는 문제를 목도하면서 수에즈 운하를 포함해 다른 운하에서 병목지점이 될 부분에 대한 관리 강화 필요성이 야기되었다.

해운회사와 선박 제조회사, 수출입 기업에게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좋은 일이지만 국가나 해양 도시들은 부담이 된다. 선박 수용을 위해 더 많은 세금으로 초대형 항만을 새로 건설해야 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크레인, 더 높아진 다리, 환경적으로 위험한 준설 작업, 심지어 컨테이너 야드의 대대적인 구조 변경 등도 부담해야 한다.

이 비용은 결국 올라간 항만 수수료라는 형태로 선박 운항업체가 부담해야 하지만 선박을 건조하는 해운사와 수출입기업, 소비자에게도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

세계화의 문제점을 연구한 경제학자 마크 레빈슨은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큰 선박을 만들었지만 이번 사고처럼 의외의 문제는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면서 “이 큰 선박은 상상했던 것만큼 효율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에버 기븐호 사고를 계기로 세계가 어떻게 반응하고 조치를 취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소규모 개방형 무역국가라는 점과 세계 최고의 컨테이너선 건조 국가이기 때문이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대형화 문제에 대해 전 세계가 교역 증대에 따라 어쩔 수 없으므로 ▲선장 등 항해 관계자 전문성 강화나 선박 엔진 등 안정성 보강에 초점을 둘 것인가 ▲초대형 선박이 제대로 정박할 수 있도록 항만 주변의 여건을 보완할 것인가 ▲이번 일을 계기로 선박 대형화 추세를 일단 멈추도록 하는 새로운 규범을 만들 것인가 등에 대해 잘 지켜봐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