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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홍콩 캐세이 퍼시픽항공의 변심…시위지지자 색출 ‘마녀사냥’에 직원들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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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홍콩 캐세이 퍼시픽항공의 변심…시위지지자 색출 ‘마녀사냥’에 직원들 ‘공포’

사진은 홍콩 반정부시위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여한 캐세이 퍼시픽항공 직원들.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홍콩 반정부시위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여한 캐세이 퍼시픽항공 직원들.


홍콩의 캐세이 퍼시픽항공 사내에서 언론통제 ‘마녀사냥’이 일어나고 있다고 직원들이 하소연하고 있다. 2주일 전만 해도 약 2만7,000명의 종업원의 의견을 봉쇄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라고 주장하던 이 회사에서는 이미 반정부시위를 지지한 복수의 종업원이 해고되고 있다. 홍콩에서 중국의 영향력증대 우려로 반정부시위가 과열되는 가운데 이 항공사는 직원들의 시위참가나 지지표명을 허용하면 대중사업을 상실할 위험에 처하게 됐다.
8월 중순까지만 해도 이 항공사의 입장은 분명히 홍콩이 자랑하는 언론자유 문화에 따른 것이었다. 존 슬로서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회사는 홍콩에서 2만7,000명의 다양한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종업원들은 확실히 모든 문제에 대해 천차만별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며 “어떠한 문제에 대해 사고를 강요하는 등의 제재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민용항공총국(CAAC)이 중국 본토행이나 중국영공을 통과하는 항공편에서의 시위 지지파 종업원의 승무를 금지하도록 통고하자, 캐세이퍼시픽항공의 태도가 돌변하면서 조종사 두 사람을 포함한 종업원 4명을 해고했다. 그리고 다섯 번 째 해고자가 된 레베카 시 씨는 자회사 캐세이드래곤항공 승무원노동조합의 집행위원을 맡고 있었다. 그는 중국노선 시프트에서 제외된 다음 날 아무런 설명 없이 해고됐다고 한다.

28일 홍콩에서 열린 캐세이퍼시픽항공의 변절에 대한 항의시위에서 그는 “이제 늑대한테 먹이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 도대체 몇 명이나 해고하면 만족하겠느냐”고 외신을 통해 분통을 토로했다. 지난 6월에 시작된 반정부시위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시위대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자를 파헤쳐 ‘마녀사냥’이 이뤄지고 있다고 종업원들은 떨고 있다. 익명을 조건으로 취재에 응한 캐세이퍼시픽항공 승무원조합의 조합원은 “우리는 감시당하고 있다. 그건 분명하다, 밀고제도가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사내에서는 소셜미디어로 시위지지를 표명하고 있던 종업원들의 계정이 차례차례로 삭제되고 있다. 이러한 검열의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해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치적 견해를 숨기려고 모두가 기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승무원들도 “예전에는 차별 없이 팀으로 일했지만 지금은 누구도 서로를 믿지 않는다. 기내에선 홍콩에 대해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역시 익명으로 증언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