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대 박사의 몸에 맞는 약 밥상(71)]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결명자는 민간에서도 자주 끓여 마시는 널리 알려진 약초 씨앗이다. 결명자 끓인 물을 오래 마시면 눈과 정신이 맑아진다는 소문이 오랜 세월 회자되어 왔기 때문이다. 사실이 그러하다. 결명자의 약성은 간과 코드가 맞아서 간으로 들어가 간 기능을 원활히 해준다. 눈이 맑아지는 까닭은 간은 눈과 통하고 눈은 간으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은 혼을 간직한 장부다. 혼(魂)은 마음의 씨앗과 같아서 간이 허약해지면 정신도 흐릿해지고 간이 건강하면 정신도 또렷해진다. 눈이 피로하면 온 몸이 피로하고 세상사가 다 귀찮고 짜증나고 신경질 나고 스트레스를 받고 성질이 치솟고 하는 이유가 다 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또 감기가 심하면 정신이 흐릿해지는 것도 폐에 침범한 사기가 간으로 전이된 까닭이다.
그런데 결명자는 비단 눈과 정신만 맑게 하는 게 아니다. 손톱 발톱과 통하므로 손톱 발톱을 건강하게 해준다. 대개 간의 영화는 손톱 발톱에 나타나기 마련인데 폐의 열사가 간에 침범하면 손톱 발톱이 깨지고 심하면 다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간은 근육을 주관하므로 간 기능이 떨어지면 근육에 힘이 없어서 심하면 손에 쥔 물건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길을 걷다가 털썩 주저앉기도 하는데 그러면 루프스나 중풍을 의심해야 한다.
서양의학이란 게 다 그렇다. 눈이 나쁘면 눈만 쳐다보지 원인을 유발하는 간은 아예 생각지도 않는다. 간 때문에 눈물이 나는데 눈만 쳐다보니 할 말은 없고 노환이라 잘라 말하지만 그야말로 보라는 달은 안 보고 손끝을 보는 것과 같다.
하여간 결명자가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은 이 외에도 많다. 열이 많아서 변비로 고생하거나 설사를 한다든지 혈압이 오를 때 결명자가 해결해준다. 또 외상에도 약성이 탁월한데 독충에 물려서 아플 때 결명자의 씨앗을 찧어서 붙이면 특효하다. 그리고 결명자는 비단 간만을 돕지 않는다. 신장을 도와서 해열도 시켜준다. 그러므로 결명자는 생활 중에 상비약으로 준비해둘 만도 하다.
그러나 언제나 필자가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체질이다. 체질에 맞지 않으면 치료는커녕 병을 더 악화시키고 없던 병도 만들어낸다. 필자가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결명자의 성질이 매우 차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질이 차고 냉한 사람이 결명자를 즐기면 어떻게 될까? 대답은 뻔하다. 몸은 더 차지고 추위의 상대적 장부인 심장이 약화되며 그로 인해 고혈압과 당뇨를 앓기 십상이다. 뿐만 아니라 속이 차서 앓는 변비는 더 악화되고 여성의 자궁병 역시 악화되고 없던 자궁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몸이 찬 체질은 결명자가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명자를 뜨거운 불에다 볶으면 된다. 새까맣게 탈 정도로 볶으면 결명자가 머금고 있는 냉기가 없어진다. 그렇게 볶은 결명자를 뜨거운 물에 타거나 다시 끓여서 마시면 맛도 고소해서 마시기 좋고 냉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면 인삼이나 홍삼 따위를 듬뿍 넣어서 함께 끓이면 냉기가 회석돼 따뜻한 성질로 변한다. 인삼과 결명자가 궁합도 잘 맞아서 그렇게 먹는 것도 여러 모로 좋다. 체질이 냉하면 심장이 허약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결명자로 간을 돕고 간은 심장을 돕는데다가 인삼으로 심장을 돕고 심장은 비위를 도우므로 간 심장 비장이 상생관계가 되므로 금상첨화라 할만하다.
결명자 차를 만드는 방법은 결명자 20g 정도에 600㎖ 정도의 물에 넣고 은근한 불에 오랫동안 끓여서 충분히 약성이 우러난 다음 건더기는 체로 걸러 내고 물만 수시로 마시면 그것으로 훌륭한 차가 된다. 위가 나쁘면 결명자가 오히려 위장병을 유발시키므로 이때는 꿀을 좀 넣고 창출 백출 등의 약초를 함께 넣어 달여서 마시면 위장을 보호해준다. 다른 창출과 백출을 넣으면 차로 즐길만한 맛이 없고 한약냄새가 나서 별로 음미하기 어려운데 이때는 좁쌀을 결명자와 같은 분량으로 넣고 황설탕을 적당히 넣어 마시면 맛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훌륭한 약성을 함유한 결명자는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흔히 볼 수 있어서 결명자의 약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별로 마실 생각들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걸 알아야 한다. 흔한 물을 늘 마시므로 물의 귀함을 모르고 늘 공기를 마시면서도 공기의 귀함을 모른다. 늘 함께 하고 희귀함이 없으므로 별로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개똥도 약이 된다는 말이 있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학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