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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발행 코코본드 31조 5000억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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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발행 코코본드 31조 5000억 괜찮나?

CS와 상각 조건 다르고 채권자 손실부담 미적용
정부지원 가능 충분해도 공포심리로 투자자 술렁

24일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크레디트스위스(CS) 영업점 모습.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4일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크레디트스위스(CS) 영업점 모습. 사진=AP/뉴시스
스위스 대형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가 UBS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22조원이 넘는 코코본드(AT1)가 전액 상각 처리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국내 코코본드는 CS와 상각 조건이 다르고 베일인(Bail-in·채권자 손실부담)을 도입하지 않아 정부 지원 가능성도 충분하지만, 공포 심리가 전염되면서 본드런(연쇄적 채권매도) 발생 가능성도 제기된다.
2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코코본드 발행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31조5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금융지주가 19조5000억원, 은행이 12조원 규모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코본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들이 줄줄이 부실화 되자, 은행 손실을 공적자금 투입 없이 투자자들이 떠안도록 고안된 채권이다. 사전에 정해진 특정 발동 요건이 발생할 경우 원금이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는 구조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금융사들의 자본 확충 수단으로 주로 활용됐다.

투자자들도 금융사에 부실이 발생하면 자본으로 처리되므로 변제 순위가 후순위채보다도 뒤로 밀리는 위험성을 알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가 도산할 가능성이 매우 낮고 다른 우량 회사채보다 금리를 더 얹어준다는 점에서 코코본드는 투자 매력도가 높다.

문제는 CS 사태로 코코본드가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시장을 엄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CS가 UBS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6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가 상각 처리되면서 투자자들은 전액 손실을 입었다. 이번 사태로 코코본드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AT1 발행 규모가 큰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도 주가 급락 등 연쇄 타격을 입고 있다.

일단 금융당국은 국내에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국내 코코본드의 상각 사유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거나 보통주 자본비율이 5.125%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에 한하는데, 국내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국제결제은행(BIS) 권고치(8%)를 훌쩍 뛰어넘는 15~16% 수준이어서 CS 사태가 국내에서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선 지난해 11월 흥국생명 콜옵션 사태를 감안할 때 국내에서도 코코본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흥국생명 사태 당시 흥국생명은 관행처럼 여겨진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으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을 키웠다. 콜옵션 시점이 오면 일단 정리하고, 다시 발행하는 게 불문율인데 이를 어긴 것이다. 이후 금융시장 혼란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몰아치자 불과, 며칠 만에 당초 입장을 바꿔 전액 상환을 결정했지만 계약상 흥국생명이 콜옵션 미행사를 선택해도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에 사태를 조기 수습하기 위해 당국 차원에서 흥국생명에 정상 상환을 밀어붙인 것으로 안다"며"국내 발행 코코본드의 상각 조건은 외국보다 까다롭지만 지금과 같은 국내외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상각'이라는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